바이든, 이란 겨냥하되 직접 타격 자제…확전 막으려 수위 조절
대선 앞두고 유약한 이미지 불식…확전여부, 이란 대응이 좌우할듯
(워싱턴=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요르단 주둔 미군 3명이 친이란 민병대의 드론 공격으로 사망한 이후 6일만인 2일(현지시간) 미군의 보복 공격이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조 바이든 대통령의 결단에 의해 이뤄진 이번 보복 공격은 중동 평화의 '뜨거운 감자'인 이란을 겨냥하되, 이란 영토 내부를 직접 공격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중동에서의 확전을 막으려는 미묘한 '절충'이었던 것으로 평가된다.
우선 주목할 대목은 이번 공격의 규모와 공격 대상이다.
미군 중부사령부 발표와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미군은 이날 중동 주변에 배치된 전력은 물론, 미국 본토에서 날아간 전략폭격기 B-1 랜서까지 동원해 125개 이상의 정밀 무기로 이라크와 시리아의 85개 이상 목표물을 타격했다.
타격한 시설은 작전지휘통제시설, 로켓·미사일·무인기 보관 창고 등이었다. 시리아 등 현지 매체들 보도에 따르면 사상자도 나온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중부사령부는 "이란 이란혁명수비대(IRGC) 쿠드스군과, 그와 연계된 민병대들"을 겨냥한 공습이었다고 밝혔다.
미국이 미군기지 공격의 배후로 지목한 이란을 겨냥해 막대한 무력을 퍼붓되, 이란 영토 내부는 직접 치지 않고, 시리아와 이라크에 있는 '이란 관련 시설'을 공격한 것이었다.
아울러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통해 "우리가 선택한 시간과 장소에서 (보복 공격은) 계속될 것"이라며 이번이 끝이 아님을 시사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우리는 이란과의 전쟁을 추구하지 않는다"고 말했고, CNN은 미국 정부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미국이 이란 내부를 공격할 의도를 가지고 있지 않다고 보도했다.
결국 미국은 이란을 향해 보복 공격을 하고 경고 메시지를 보내되, 이란과 직접 싸울 의향이 없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그동안 미국은 미군 사망을 야기한 공격의 주체로 카타이브 헤즈볼라를 포함한 연합단체 '이라크 이슬람저항군'을 지목하면서 오랜 기간 이들 단체에 무기를 제공하고 훈련을 시킨 책임이 이란에 있음을 강조해왔다.
이란이 민병대들의 공격을 직접 지시한 정황을 제시하진 않았지만 중동의 최대 반미·반이스라엘 세력인 이란을 '포괄적 배후'로 규정했던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이란을 겨냥하되, 이란 내부는 타격하지 않은 이번 보복 공격은 작년 10월부터 시작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오는 11월 대선 때 재선에 도전하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 고민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개전 이후 중동 주둔 미군이 지속적으로 친이란 민병대의 공격을 받는 상황에서 급기야 3명 사망·40여명 부상이라는 중대한 피해를 본 이상 미국으로선 대대적 보복에 나서지 않을 수 없었다는 데 이견이 없다.
특히 야당인 공화당 일각에서 바이든 행정부의 대외 정책 전반을 거세게 비판하며 이란을 직접 공격할 것을 요구했다.
이로 인해 바이든 대통령으로선 단호한 대응을 하지 않을 경우 '유약한 지도자'의 이미지를 안은 채 대선 레이스에 나서야 할 판이었다.
더욱이 시기적으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공화당 경선 독주를 통해 컨벤션효과를 극대화하며 각종 여론조사에서 바이든 대통령과의 대결에서 지지율 격차를 확대하고 있는 시점이다.
시점과 관련한 고려가 개입됐는지는 알 수 없지만 미군의 대대적 보복 공격이 이뤄지기 직전 바이든 대통령이 사망 미군들의 시신 귀환 의식에 참석한 것은 군통수권자로서의 단호함을 국민들에게 어필하려는 측면이 엿보였다.
그러면서도 바이든 행정부가 '이란과의 전쟁', '중동에서의 확전'은 원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미군 사망 이후에도 계속 고수하고, 결국 첫 보복공격에서 이란 내부를 제외한 것은 이란과의 정면 충돌이 가져올 파장을 의식한데 따른 '수위 조절'로 읽힌다.
그간 바이든 행정부는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인질석방 및 교전중단 협상을 중재하고, 이스라엘-사우디아라비아 수교 협상 재개를 독려하며 중동 상황 안정화를 모색해왔다.
그런 바이든 행정부 입장에서 이란과의 정면충돌은 기존 중동 정책 전반을 뿌리째 흔들고, 대외환경을 안정화한 채 대선을 치르려는 구상을 어그러뜨릴 것이라는 판단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런 측면에서 4일부터 8일까지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이 이스라엘, 사우디아라비아, 이집트, 카타르 등을 방문하는 것은 미군 사망에 대한 보복과 외교를 병행해 중동의 문제를 조기에 수습하겠다는 신호로 풀이된다.
이란의 반응에 따라 중동 상황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상황에서 블링컨 장관은 개전 이후 5번째인 이번 중동 방문에서 확전을 막고, 인질 석방 및 교전중단 협상의 동력을 유지하는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확전을 피하려는 미국의 뜻이 이뤄질지는 이번 보복공격에 대한 이란과 중동 친이란세력의 후속 대응에 상당부분 좌우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동 주둔 미군에 대한 이란의 직접 공격이 이뤄지거나, 친이란세력에 대한 이란의 지원이 더 노골적으로 이뤄질 경우 미국으로선 이란 내부에 대한 직접적 보복 공격이라는 '극약 처방'을 검토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이란과의 전쟁을 원하지 않고, 이란 내부를 치지 않겠다는 입장을 첫 공격 직후 밝힌 것이 대이란 억지력 측면에서 효과가 있을지 의구심이 든다는 평가도 나온다.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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