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도 다 '키 크는 주사' 맞는대요"…비용 어느 정도길래 [건강!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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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 반 친구들도 다 키 크는 주사 맞고 있어요. 엄마아빠 키가 작으면 필수라던데요."
본래 성장호르몬 결핍으로 키가 동년배의 하위 3% 이내인 저신장증 아이들을 대상으로 만들어진 치료법인데, 2019년 성장호르몬 주사제의 급여기준이 확대되면서 키 성장을 희망하는 아이들까지 주사를 처방받는 경우가 급증했다.
포털사이트에 '키 크는 주사', '성장호르몬 주사'라는 키워드로 검색만 해도 '성장클리닉'이라 지칭하는 소아청소년과 병원, 한의원의 광고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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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남용 악순환 우려"
"우리 아이 반 친구들도 다 키 크는 주사 맞고 있어요. 엄마아빠 키가 작으면 필수라던데요."
요즘 초등학생 자녀를 둔 부모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주사가 있다. 일명 '키 크는 주사'라고 불리는 '성장호르몬 주사형 치료제'다.
보통 사춘기 직전에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고 알려졌지만 "일찍 시작하면 좋다", "최종 키 최소 5cm는 키운다"는 소문 때문에 많은 부모들이 관심을 갖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최근 5년 소아성장약품 처방 현황 자료에 따르면 10~14세에 성장호르몬 주사를 처방받은 사례의 비율이 55.1%로 절반 이상이지만 5~9세 처방 비중도 40%에 이른다.
성장호르몬 주사란 인공 생산한 성장호르몬을 일주일에 6~7회씩 체내에 주입하는 주사형 치료제다. 성장판이 닫히기 전 소아·청소년의 체내에 투입하면 뼈세포에 작용해 골격을 늘리고 단백질 합성과 세포 증식을 촉진한다.
본래 성장호르몬 결핍으로 키가 동년배의 하위 3% 이내인 저신장증 아이들을 대상으로 만들어진 치료법인데, 2019년 성장호르몬 주사제의 급여기준이 확대되면서 키 성장을 희망하는 아이들까지 주사를 처방받는 경우가 급증했다.
지난달 28일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2년 성장호르몬 주사 처방 건수는 19만1건으로, 5만575건에 불과했던 2018년에 비해 3.5배 증가했다. 아울러 2021년부터 2023년 9월까지 처방된 성장호르몬 치료제 중 97%는 비급여 처방이었다. 질병과 관련 없는 소아 및 청소년들의 키 성장을 위해 처방됐다는 의미다.
주사 비용은 한 달에 약 80만원대다. 연간 1000만원에 육박하는 금액인데도 부모들의 관심은 뜨겁다. 포털사이트에 '키 크는 주사', '성장호르몬 주사'라는 키워드로 검색만 해도 '성장클리닉'이라 지칭하는 소아청소년과 병원, 한의원의 광고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자녀에게 이 주사를 맞혀야 할까에 대한 고민 글도 쏟아졌다.
일각에선 최근 들어 급증한 성장호르몬 치료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있다. 신 의원이 식약처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성장호르몬 주사 관련 이상 사례 역시 2018년 320건에서 2022년 1604건으로 약 5배 증가했다. 주사 처방 건수보다 가파른 증가세다.
이상 사례로는 △전신 장애 및 투여 부위 반응(주사 부위 통증, 주사 부위 출혈, 주사 부위 타박상 등), △각종 신경계 장애(두통, 어지러움 등), △각종 위장관 장애(구토, 오심, 상복부 통증 등), △피부 및 피하 조직 장애(두드러기, 소양증 발진 등) 등이 보고됐다. 다만 식약처는 이러한 부작용과 성장 호르몬 주사제와 인과관계가 확인된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서울아산병원 의료정보에 따르면 성장호르몬 주사는 부작용으로 척추측만증, 고관절 탈구, 일시적인 당뇨병, 두통, 부종, 구토 등이 생길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신 의원은 "일부 성장클리닉에서 성장호르몬 주사가 '키 크는 주사'로 알려지면서 유행처럼 무분별하게 남용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성장기의 아동·청소년이 처방받는 만큼 안전한 처방 관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정부 차원의 현장 실태 조사 및 대책 마련을 통해 과도한 외모지상주의를 향한 의료 남용의 악순환을 끊어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은 "성장호르몬 주사 치료의 경우 뼈 나이 검사, 성장호르몬 관련 혈액 검사 등의 정밀 진단을 통해 치료 여부가 결정된다"면서 "성장호르몬 주사를 무리하게 처방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영리 한경닷컴 기자 smart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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