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 '초저가' 상품 인기 타고 전 세계 시장에 '시한폭탄' 심고 있는 중국

김종원 기자 2024. 2. 3.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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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에 빡!종원] '테무'는 어떻게 가능한가?


초저가 시장의 탄생

뉴욕특파원으로 있을 당시 코로나 사태와 함께 물가가 치솟자 미국 언론들은 '이제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 세계 경제는 전혀 다른 새로운 단계로 이미 넘어왔다"라는 평을 많이 내놓았다. 한 번에 치솟은 물가가 그만큼 충격이었기 때문이다. 팬데믹이 끝나고 시간이 꽤 흘렀지만 전 세계적으로 이미 올라버린 물가는 고착화되고 있고, 시장도 슬슬 이에 적응하는 모습이다. 기존에 없던 새로운 세그먼트의 시장인 '초저가' 시장이 커지고 있는 것이 한 예이다.

다이소에서 5천 원짜리 플리스 점퍼가 새로 발매되는 것조차 엄청난 이슈가 될 정도로 최근에는 저가보다 더 아래, '초저가' 시장이 주목을 받고 있다. 한국뿐 아니라 전 지구적 현상이다. 저가와 초저가의 차이는? 물건을 구매할 때 최대한 싸게 사지만, 그래도 돈 낭비를 막기 위해 다른 이의 후기를 참고하며 비교구매를 하는 행위가 포함되면 저가. 행여 불량품을 받아도 그냥 버리면 그만이라는 생각으로 후기조차 꼼꼼히 보지 않고 시원하게 구매버튼을 누를 수 있는 수준이면 초저가. 대충 이런 기준으로 나뉜다고들 얘기를 한다.

이들 초저가 상품은 대부분 내 삶에 필수적이지는 않은 공산품이다. 식품처럼 내 건강에 영향을 끼칠 일이 없고, 고장나면 언제든 쉽게 바꿀 수 있는 상품들이 대부분이다. 그리고 이런 공산품은 전 세계 어디서 팔리든 대부분 Made in China, 중국에서 제조를 한다. '세계의 공장' 중국이 이런 세계적 초저가 열풍을 타고 이제 '세계의 시장'으로 진출을 하고 있다. 그리고 그들의 전략이 먹혀들고 있다.
 

테무·쉬인 "미국을 접수하겠다"


해외에서도 접할 수 있는 중국의 온라인 쇼핑 3형제는 알리·테무·쉬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알리가 가장 잘 알려져 있고 최근 테무가 무섭게 성장하고 있는 모양새인데, 미국에서는 알리보다는 테무와 쉬인이 인기이다. 특히 '테무'는 미국에 2022년 9월 상륙을 했는데 우리나라보다 먼저 미국으로 들어간 것이다. 미국에서의 테무 성장 사례는 그래서 우리나라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기자는 '테무'를 한국이 아닌 미국에서 특파원 생활을 하며 먼저 알게 됐다. 기존에는 구글에 상품을 검색하면 거의 대부분 아마존으로 연결이 됐는데, 언젠가부터 아마존이 아닌 '테무'라는 처음 보는 사이트로 연결이 되기 시작했다. 처음 눈에 띄었던 건 같은 물건도 아마존과는 비교도 안 되는 저렴한 가격이었다는 점이다. 당연히 '사기'를 의심해 처음에는 거들떠도 안 봤지만, 이게 자꾸 반복되다 보니, 거저다 싶을 정도로 싸니 부담 없이 시험삼아 시켜나 볼까 하는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그렇게 첫 주문에서 받은 아이들 장난감은 꽤 쓸만한 수준이었다.

특히 별도의 유료회원 같은 게 없이도 무료 배송이 가능했는데, 아마존의 경우는 이틀 만에 물건이 도착하는 무료배송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1년에 한화 20만 원 정도 하는 '아마존 프라임' 회원 가입을 해야 된다는 점에서 차별점이 있었다. 게다가 물건 값이 이렇게 싼 데도 반품이나 환불을 조건 없이 자유롭게 할 수 있단 점도 소비자가 부담 없이 구매 버튼을 클릭할 수 있게 하는 데 한몫했다. 모두 테무의 전략이다. 아마존을 밀어내고 자신들 링크로 도배를 할 정도의 공격적인 마케팅, 초저가 물건 판매, 무료 반품과 환불.
 

어떻게 이 가격이 가능?

아마존도 공산품은 결국 Made in China이다. 테무에서 파는 물건과 똑같은 물건이 적지 않은데 가격은 1/4, 심지어 1/5 수준 밖에 되지 않는다. 이게 어떻게 가능 할까? 테무의 비즈니스 모델을 놓고 취재 과정에서 만난 한 유통 전문가는 '미쳤다는 말 밖에 안 나온다'고 평가했다. 그만큼 기존에 없던 독특한 비즈니스 모델을 고안해 낸 것이다.


먼저 테무의 모회사는 중국의 '핀둬둬'이다. '모여라 많이 많이'라는 뜻인데, 이름을 이렇게 지은 이유가 있다. 핀둬둬는 중국 내 온라인 쇼핑 1, 2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알리바바와 징동닷컴보다 후발 주자다. 이들과는 다른 비즈니스 모델이 필요했는데, 그게 바로 '공동구매'이다. 게임에서 쓰는 방식을 차용했다고도 하는데, 물건을 사고 싶은 소비자가 함께 그 물건을 살 사람들을 끌어 모으게 하는 것이다. 사람이 많이 모일수록 물건 가격은 떨어지고, 일정 수준 이상 목표를 달성하면 처음 사람들을 모으기 시작한 소비자에게는 아예 무료로 물건을 주기도 한다.


특히 경제력이 약한 시골 소도시를 위주로 이런 공동구매 방식의 사업을 시작했는데, 13억 인구의 중국에서 박리다매 전법으로 대성공을 거두게 된 것이다. 이렇게 덩치를 키운 핀둬둬는 급기야 부동의 1, 2위인 알리바바와 징동닷컴을 누르고 시총 1위로 올라서게 된다. 어마어마한 거인이 된 핀둬둬는 이름을 바꿔 해외 시장에 진출을 하는데, 그게 바로 '테무(TEMU)'이다.
 

TEMU의 독특한 '비즈니스 모델'


미국의 온라인 쇼핑 플랫폼은 명실상부 '아마존'이다. 그런데 테무는 아마존과 똑같은 물건을 파는데도 어떻게 이렇게나 더 싸게 팔 수 있을까? 기자는 특파원 등 미국에서 4년을 생활하며 아마존을 숨 쉬듯 사용했다. 한국은 온라인이 오프라인보다 싸다는 인식이 자연스럽지만, 정작 미국에서 아마존 물건들을 보면 특별 할인을 하지 않는 한 오프라인보다 오히려 더 비싼 경우가 많다.

차라리 내가 차를 몰고 월마트 같은 곳에 가서 사 오는 게 더 싼 경우가 비일비재한데, 이는 용역비, 즉 서비스비용 비싸기로 유명한 미국에서 집 앞까지 배송을 해주는 '서비스'가 들어가기 때문이다. 아마존의 비즈니스 모델을 살펴보면 직매입 방식이 40%를 차지한다. 자기들이 직접 물건을 구매해서 창고에 쌓아놨다가 배송을 해 주는 방식인데, 이때 공산품은 대부분 중국의 공장에서 생산된 것을 중국의 유통업자를 통해 사들이게 된다.

이 과정에서 중간 유통비에 배송비까지 비용이 불어나게 된다. 나머지 60%는 FBA(Fulfillment by Amazon)이라고 부르는 '위탁판매' 방식이다. 셀러들이 아마존 창고에 수수료를 내고 자신들의 물건을 넣어놓고, 이를 포장부터 배송까지 아마존이 대신해 주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역시 모든 단계마다 수수료가 발생한다.


테무 역시 직매입 모델이다. 다만 아마존과 다른 점이 있다면 소비자를 공장에 직접 연결시켜 버린다는 것이다. 이게 가능한 이유는 먼저 테무가 중국 기업이고, 중국이 세계의 공장이란 점이다. 테무는 모기업인 핀둬둬가 중국 내수시장에서 공동구매로 판매한 물건 중 반응이 좋았던 것들을 직접 공장에 OEM방식으로 생산을 주문한다.

그리고 이 공장에서 곧바로 소비자에게 판매하도록 중간 유통망을 아예 없애버렸다. 뿐만 아니라 수수료도 0.6%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이런 식으로 물건을 테무에 직접 납품하는 공장들에게 '좋은 위치에 배치해 주겠다'며 '광고비'를 받는다는 것이다. 이렇게 소비자에게 전가되는 비용을 크게 줄인 것이다. 중국 공장에서 직접 소비자에게 날아간다는 점, 그리고 이들 공장으로부터 '광고비'를 받으며 수수료를 대체했다는 점 등에서 같은 제품을 팔더라도 비용은 크게 줄일 수 있던 것이다.

참고로 알리의 비즈니스 모델을 살펴보자면, 알리는 유통업이라기보다는 플랫폼 사업에 가깝다. 물건을 필요로 하는 소비자의 수요와, 그 물건을 공급할 수 있는 공급자를 알고리즘을 이용해 서로 연결을 시켜주면서 그 사이에서 수수료를 받는 방식이다. 알리바바의 창업주인 마윈은 '우리는 물류센터를 짓지 않는다'라는 확고한 철학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IT기술을 기반으로 한 플랫폼 기업임을 고집한 건데, 최근 시가총액이 테무의 모회사인 '핀둬둬'에 뒤지고 난 후 긴급회의를 소집해 '핀둬둬의 사업방식이 혁신적이다. 우리도 배워야 한다'라고 말을 바꾼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메타 먹여 살리는 건 테무'…"이런 기업은 처음"



- 3개월
지난해 9월부터 12월까지 석 달 동안 테무가 미국 시장에서 쓴 광고비는 약 5억 1,700만 달러, 우리 돈으로 7천억 원이 넘는다.

- 1년
2023년 한 해 동안 테무가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의 모회사인 '메타'에 광고비로 지불한 돈만 12억 달러, 우리 돈 1조 6천억 원이 넘는다. 메타를 테무가 먹여 살리고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

- 10일
테무가 올 1월 중순까지 약 10일 동안 페이스북과 인스타 등 '메타' 연관 SNS 플랫폼에 쏟아 낸 광고는 벌써 9천 개에 가깝다.

- 1만 명
테무는 팔로워가 300명이 넘는다 싶으면 가리지 않고 광고를 맡긴다. 지금까지 테무의 광고를 했던 미국 내 인플루언서는 1만 명이 넘는다.

- 200억
미국 최고의 스포츠는 뭐니뭐니해도 풋볼, 미식축구이다. 결승전인 '슈퍼볼'은 3억 넘는 미국인구 1/3에 해당하는 1억 명이 시청을 할 정도로 미국 내 최대 행사로 꼽힌다. 이 슈퍼볼 경기에 광고를 하는 건 세계적 대기업들인데, 테무는 미국 진출 6개월 만인 2023년 2월 슈퍼볼에 광고를 내보냈다. 이때 쓴 돈은 30초 광고 2편에 1,400만 달러, 우리 돈 약 200억 원. 역대 슈퍼볼 광고 기업 중 가장 어린 기업으로 꼽히는데, 올 2월 슈퍼볼에도 광고를 준비하고 있다.

이 정도로 돈을 쏟아부으니 이제 구글에다 '레고'를 검색하면 더 이상 레고 공식 홈페이지로 연결되는 링크는 찾기가 힘들다. 대신 전부 테무로 연결이 된다. 미국의 한 기업 분석 전문가는 "이렇게 공격적이고 이렇게 대규모로 마케팅 전략을 펼치는 회사는 전에 본 적이 없다"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유례를 찾기가 힘들 정도의 광고 폭탄인 것이다.
 

급성장


가격폭탄, 광고폭탄. 이 정도 되니 미국에서 테무 앱의 다운로드 수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애플이건 안드로이드건 전체 앱 다운로드수 1위 자리를 벌써 거의 1년 가까이 굳건하게 지키고 있다. 특히 2023년 2월 슈퍼볼 광고를 한 뒤 앱 다운로드 수는 거의 100% 가까이 증가를 하더니 출시 1년 차인 2023년 9월까지 누적 다운로드 수가 2억 3천5백만 건을 넘겨 아마존 앱 다운로드 수를 앞질렀다.

그런가 하면 오프라인 쇼핑몰도 앞지를 기세다. 미국의 대표 대형마트는 월마트와 타겟을 꼽는데, 테무는 미국 출시 1년 도 안 돼 타겟의 온라인 쇼핑몰 방문자 수를 앞질렀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김종원 기자 terryable@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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