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배현진…잇단 정치인 피습에 '골치' -취[재]중진담
정치인 경호-민생 치안 균형점 찾는 지혜 필요
새해 벽두부터 충격적인 소식이 경찰청 기자실로 들려왔습니다.
"이재명 대표가 흉기 공격을 당했대요!"
그로부터 약 3주 뒤, 저녁 일정을 위해 막 기자실을 나서려던 순간 팀 카톡방에는 다급한 취재지시가 떨어졌습니다.
[배현진 의원이 피습 당했단다. 빨리 알아봐라.]
한 달 사이에 두 명의 정치인이 생명에 위협이 될 수 있는 공격을 당했습니다.
이번 '취[재]중진담'에서는 잇따른 정치인 테러와 그 후속 이야기들을 다뤄보려 합니다.
□ 이재명 피습 사건(2023년 1월 2일)
첫 번째 사건은 부산 가거도에서 벌어졌습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정치 행사 일정 중이었죠.
그런데 푸른색 왕관을 착용해 열성 지지자인 양 꾸민 60대 남성 김 모 씨가 별안간 이재명 대표를 흉기로 공격했습니다.
김 씨가 이 대표에게 싸인을 요청하는 척하며 갑자기 벌어진 일이어서 주변 사람들도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순식간에 행사는 아수라장이 됐고, 이 대표는 긴급히 지혈을 하며 병원으로 이송됐습니다.
동시에 주변에 있던 사복 경찰 등 경호 인력에게 이 남성은 제압 당했습니다.
이 대표는 다행히 수술 뒤 8일 만에 퇴원해 다시 국회로 복귀한 상태입니다.
사건을 담당한 부산경찰청 수사본부의 최종 수사 결과 브리핑 내용을 종합해 보면, 김 씨는 주관적인 정치적 신념에 따라 극단적인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입니다.
김 씨는 현재 살인미수 혐의로 구속된 상태입니다.
□ 배현진 피습 사건(2023년 1월 25일)
배현진 의원은 이재명 대표와 같은 '정치인'이지만 소속 정당은 거대 양당의 다른 축을 구성하는 국민의힘이죠.
범행이 벌어진 장소 또한 이 대표의 케이스와는 사뭇 다르게 강남의 한 헤어샵 입구였습니다.
정치 행사가 아닌 '개인 일정'이었던 탓에 배 의원은 당시 보좌진 조차 없이 그야말로 '혼자' 있던 상황이었습니다.
배 의원을 둔기로 공격한 피의자의 나이가 알려지자 사람들은 두 눈을 의심했습니다. 15살 중학생이었기 때문입니다.
배 의원 또한 이재명 대표 처럼 다행히 생명에 지장 없이 3일 만에 퇴원을 했습니다.
중학생 피의자는 사건 직후 1차 조사를 받고는 곧바로 정신 의료기관에 응급 입원됐습니다.
그 후 경찰은 병원에서 중학생 피의자 본인과 부모를 상대로 조사를 병행하면서 구체적인 범행 동기를 밝히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경찰은 중학생 피의자가 사용한 휴대전화 등 전자기기들에 대해 포렌식 분석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피의자가 과거 SNS 글에 어떤 내용을 썼었는지, 평소 어떤 장소에 들렀는지 등도 종합적으로 확인 중이죠.
습격을 당한 배현진 의원 역시 이재명 대표처럼 정치인이기 때문에 모방 범죄의 성격이 있는지,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받았는지 등도 함께 밝혀져야 하는 상황입니다.
지난해 조선이 신림역 살인 사건을 일으킨 이후, 최원종의 서현역 인근 칼부림 사건, 최윤종의 등산로 살인 사건까지 잇따라 벌어진 전례가 있기 때문에 전문가들은 올해 초 벌어진 사건들 간의 유사성을 바탕으로 모방 범죄에 대한 우려를 내비치고 있습니다.
게다가 오는 4월 국회의원 선거가 불과 2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더욱 세밀한 대책과 주의가 필요하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는데요.
이종근 시사평론가는 "모방 범죄의 범주 안에서도 조금씩 다른 형태로 변주된 모방 범죄들도 있기 때문에 큰 틀에서의 대응 원칙을 먼저 정해놓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국민의 치안을 담당하는 경찰로서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이재명 대표의 피습 사건도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불가항력적인 상황에서 벌어진 일'로 평가하지만, 대중의 비난으로부터 100% 자유로울 수는 없었기 때문입니다.
한 경찰 관계자는 "정치인들은 정치 행사에서 시민들과 자연스럽고 친밀한 접촉을 하는 것도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그들의 기준에서 경찰의 경호가 과할 경우 추후 정치인 측으로부터 항의를 받는 현실"이라고 털어놨습니다.
그럼에도 경찰은 이재명 대표 피습 이후 거대 양당의 수장들인 한동훈 비대위원장과 이재명 대표에 대해 조기에 신변보호팀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또 이번 배현진 의원 사건까지 벌어지면서 거대 양당 소속 이외의 정치인들에게도 조기 신변보호팀을 가동하기 위해 각 당측과 협조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배현진 의원 피습 4일 만인 지난달 29일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 등 국민의힘 측과 윤희근 경찰청장 등 경찰 측 주요 인사가 국회에서 간담회를 열고 정치인 테러 대응 방안에 대해 논의했습니다.
주요 논의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 1. 정당·선거 활동 관련 위험요인 사전 차단
- 경찰청과 각 정당 간 신변보호 강화 TF 조성
- 위험 상황 및 대비 상황 관련 실시간 정보 공유
● 2. 경찰력 집중 투입, 범죄 예방 및 단속 강화
- 기동순찰대와 형사기동대 중심 가시적 경찰 순찰 활동 증대
- 모방 범죄와 유사 사례 재발 분위기 사전 억제
● 3. 사이버 상 범죄 예고 등 엄정 대응
- 사이버 상 모방글, 협박글 게시는 국민 불안감 야기
- 상시 모니터링을 통한 사전 체크 및 추적 검거
- 형사처벌 외 민사소송 책임까지도 묻는 대응
특히 마지막 부분이 인상적인데요.
사이버 상에 무심코 올리는 테러 위협 글 등의 파급성이 크다고 공식 인정하면서, 그에 대해 향후 처벌 과정에서도 강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선언한 셈입니다.
그러니까 '이쯤이야 괜찮겠지' 하는 마음으로 온라인에 올리는 '장난 글'에 대한 대가는 생각보다 훨씬 더 클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겠습니다.
민생 치안에 공백이 생겨 정작 일반 국민이 범죄로부터 보호를 받아야 하는 상황을 놓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현재 국회의원 정수가 300명이기 때문에 오는 4월 총선의 국회의원 후보 숫자는 최소 1,000여 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게다가 선거 유세 운동은 전국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일어나기 때문에, 모든 행사에 정치인 근접 경호를 위한 경력을 붙이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실정이죠.
때문에 정당 및 정치인들이 민간 경비 인력을 스스로 고용하는 방식도 병행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경호가 필요한 사람 개개인 또한 스스로 최소한의 안전 대책을 마련하고, 비용을 지불할 필요가 있다는 거죠.
이와 함께 보다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 혐오와 막말로 점철되는 양 극단으로 치닫는 정치를 지양하려는 노력도 분명 필요할 것입니다.
[ 연장현 기자 / tallyeon@mbn.co.kr]
‘취[재]중진담’에서는 MBN 사건팀 기자들이 방송으로 전하지 못했거나 전할 수 없었던 이야기들을 들려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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