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용훈의 한반도톡] 김정은표 지방발전 구상, 자급자족형 발전모델로는 한계

장용훈 2024. 2. 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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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 부족에 지속가능성 떨어져…민심 결속 노린 포퓰리즘 성격 강해
북한, '지방발전 20×10 정책' 관철 선전화 제작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제시한 '지방발전 20×10 정책' 관철을 위한 선전화를 새로 제작했다고 28일 보도했다. 2024.1.28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No Redistribution] nkphoto@yna.co.kr

(서울=연합뉴스) 장용훈 기자=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올해 북한 경제의 화두로 지방경제 활성화를 제시했지만, 자급자족형 모델에 집중해 지방의 낙후성을 벗어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15일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0차 회의 시정연설에서 "현시기 인민생활을 향상시키는데서 중요한 문제는 수도와 지방의 차이, 지역간 불균형을 극복하는 것"이라며 '지방발전 20×10 정책'을 내놓았다.

지방발전 20×10 정책은 매년 20개 군에 현대적인 지방공업공장을 건설해 10년 안에 전국 인민의 초보적인 물질문화 생활 수준을 한 단계 발전시키겠다는 구상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작년 연말 열린 노동당 전원회의에서도 지방 발전계획이 정책화하지 못한 것에 책임을 느낀다면서 "내가 직접 책임지고 총화하며 완강히 내밀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고지도자의 권한이 절대적인 만큼 이를 활용해 지방발전을 도모하겠다는 의지를 표출한 셈이다.

김 위원장은 '지방발전 20×10 비상설 중앙추진위원회' 위원장에 그의 오른팔로 여겨지는 조용원 당 조직비서를 앉혔고, 당 조직지도부에 '지방공업건설지도과'를 만들겠다고도 했다.

이처럼 북한이 올해 화두로 지방발전을 들고나온 것은 수도 평양과 다른 지역의 경제적 격차가 심각하고 이런 격차가 민심이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2016년 한국개발연구원(KDI) '북한의 실제 취업률과 소득은 얼마나 될까?'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이 2008년 유엔 기구의 도움으로 실시한 인구 총조사를 분석한 결과, 평양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2천658∼2천715달러로 황해남도(719∼1천213달러) 등 다른 지역에 견줘 최대 3배 이상 높았다.

북한 인구가 2천500만명 정도이고 이 중 200만명 안팎이 평양에 거주하는데 전체 인구의 10분의 9 이상의 북한 주민들은 자신들의 삶을 평양과 견줘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셈이다.

이런 현실인식 속에서 추진되는 북한의 '지방발전 20×10 정책'은 경제정책이라기보다는 인민생활을 향상하는 방향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 정치사회적 성과를 거두는데 목표를 둘 것이라는 분석이다.

현대화된 북한 강원도 김화군 지방공업공장들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23일 "강원도 김화군에 지방공업발전의 본보기 공장들이 훌륭히 일떠서 준공됐다"며 지난 21일 준공식을 진행했다고 보도했다. 향후 북한은 김화군 사례를 본보기로 앞세워 전국 지방경제 발전을 촉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2022.6.23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No Redistribution] nkphoto@yna.co.kr

김 위원장은 "김화군에 시범적으로 지방공업공장들을 현대적으로 꾸리고 자체로 운영하는 훌륭한 경험도 축적했다"고 밝혀 앞으로 이 정책이 김화군을 모범사례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강원도 김화군은 2020년 8월 수해로 1천여 가구가 피해를 보고 재건하는 과정에서 김 위원장과 내각의 집중적인 지원을 받으며 발전할 수 있었다.

이때 김화군에는 식료공장, 종이공장, 일용품공장, 옷공장 등이 지어져 가동에 들어갔다. 새로 지어진 공장이 전부 이 지역 주민들의 일상생활에 필요한 물자를 공급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스스로 확대재생산 할 수 있는 구조를 가지고 본격적인 지역경제의 활성화를 추동할 수 있는 산업들이라기보다는 주민들이 필요로 하는 물자를 자급하는 방향인 셈이다. 북한 특유의 자력갱생식 지방발전 방안으로 평가된다.

문제는 이러한 방식의 발전계획이 북한에서 성과를 내기 어려울 것이라는 점이다.

우선 북한 경제의 고질병인 동원 가능한 자원이 부족하다는 사실이다. 지방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한 조치가 군수산업이나 여타 기간산업에 투자될 자원을 줄여서 이뤄지는 게 아닌 만큼 1년에 20개 군에 집중적으로 투자할 여력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런 연장선에서 지속가능성도 떨어져 보인다. 북한은 이번 정책이 매년 20개군씩 10년간 이뤄질 것이라고 못 박았는데 자본이 부족한 상황에서 정책을 꾸준히 밀고 나갈 동력을 확보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또 노동당이 이 사업의 주체로 나서면서 '경제 지휘부'라는 위상을 만든 내각의 역할이 줄어들면서 특수기관 중심의 경제체제가 부활할 수도 있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객원연구원은 "도농간의 격차가 심각하고 이런 차이가 주민들의 삶을 위협하고 있다는 김정은의 현실인식을 평가할만하다"며 "그러나 이를 해소하기 위해 소비재 공장을 지방에 건설하겠다는 정책은 가용할 수 있는 자원의 부재 속에서 성공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북한의 '지방발전 20×10 정책'은 1∼2년 정도 진행되면서 몇몇 지방에 혜택을 주고 이를 주민들에게 대대적으로 선전해 민심을 결속하는 포퓰리즘 정책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jy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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