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로 미래로] 탈북민 창업 도전…정착 넘어 ‘성공’으로

KBS 2024. 2. 3.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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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국내에 입국한 탈북민은 3만 4천여 명에 이릅니다.

이들은 남한에 도착해 자유를 찾았지만, 일자리를 얻는 것은 막막한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지난해 남북하나재단이 발표한‘2023년 북한이탈주민 실태조사’결과에서도, 더 나은 남한 생활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으로 취업과 창업 지원이 꼽혔습니다.

탈북민에 대한 편견을 극복하면서 우리 사회 제도 등을 배우는 과정도 만만치 않은 일일텐데, 이런 어려움을 딛고 성공 기업인의 길까지 걷고 있는 탈북민들은 우리에게 귀감이 되죠.

오늘 <통일로 미래로>에선 성공을 꿈꾸는 탈북 기업인들을 최효은 리포터가 만나고 왔는데, 이들이 우리에게 꼭 들려주고 싶다는 이야기가 가슴에 무척 와닿습니다.

함께 보시죠.

[리포트]

바쁘게 돌아가는 공장에서 철제 제품들이 조금씩 모양을 갖춰갑니다.

꼼꼼히 점검하는 눈길도 함께 분주해집니다.

["잘했어요. 아주 잘했어요."]

에어컨 부품 중 하나인 방열판 제조업체를 운영 중인 15년 차 CEO 이옥화 씨.

[이옥화/방열판 제조업체 대표 : "이게 방열판이라는 거예요. 우리가 ‘방열’이라고 하잖아요. 열을 분산한다 이 소리예요. 냉각‧냉열을 하는 데는 다 들어가는 것 같아요."]

연간 15억 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는 건실한 중소기업의 대표인 그녀는 탈북민입니다.

역경을 뛰어넘어 대한민국에 정착한 이옥화 대표는 취업부터 창업까지 지난한 여정을 밟아왔는데요.

부족한 정보와 자본의 걸림돌을 뛰어넘어 당당히 대한민국의 기업가로 자리 잡은 이옥화 대표의 이야기, 함께 들어보실까요.

회사 경영을 위해 하루 24시간이 부족할 정도로 노력했다는 이 대표.

["(대표님, 하루 일과가 어떻게 되세요?) 하루 시간이 너무 부족해요. 일어나는 시간이 2시인데, 출근하면 (2시) 30분 정도. (새벽 2시요?) 네."]

한국에서 첫 직장생활은 경리 업무였습니다.

다니던 회사는 3년 만에 경영 악화로 부도가 났고, 같이 일하던 직원들의 권유로 창업을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회사 경영은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옥화/방열판 제조업체 대표 : "그 회사(발주업체)가 무너지면서 줄줄이 5개 업체가 무너졌어요. 공장들은 빨간딱지(압류 스티커)를 문 앞에 딱 캐피탈에서 딱지를 붙이다 보니까 문을 열 수도 없고 들어갈 수도 없는 거예요. 이 자본주의라는 게 너무너무 겁나는 게 ‘야, 나 어떻게 해야 되지…’."]

컴퓨터 프로그램을 독학으로 공부해 간단한 제품 설계를 혼자 할 수 있는 실력도 갖췄습니다.

[이옥화/방열판 제조업체 대표 : "CAD(설계 프로그램) 책을 보고 연습을 하는 거예요. 혼자서. 이렇게 해보고, 저렇게 해보고. 또 에러가 나서 문제가 생기면 다시 또 설치를 하고 공부를 하고."]

때때로 탈북민이란 이유로 차별 섞인 시선을 느끼기도 하지만, 늘 자신을 믿고 지지해준 남편과 직원들 덕분에 힘을 얻는다고 합니다.

[남기우/남편 : "원자재 상승과 고금리, 인건비, 인력난 등 (제조업체에) 어려움이 많잖아요. 그런데 이런 걸 몇십 년째 계속 쭉 이어 오는 걸 옆에서 지켜보니까 참 대견스럽기도 하고 안쓰럽고 그렇죠."]

탈북민 창업자들에겐 긴 시간에 걸친 관심이 필요하다고 이 대표는 이야기합니다.

[이옥화/방열판 제조업체 대표 : "(지원) 체계가 있어야 할 거고, 그리고 꾸준하게 관리가 필요해요. 사업에서는 언제 이게(매출이) 올라갈지 내려갈지 누구도 몰라요. 그래서 꾸준하게 관리가 돼야 해요."]

때마침 지난 1일 정부가 탈북민 기업인들의 애로사항을 듣는 자리를 만들었습니다.

[김관용/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 : "탈북한 분들에 대한 현주소가 어디쯤 와 있는지 이런 것들을 차가운 이성으로 진단해 볼 필요가 있다."]

스타트업 취업과 창업 과정에서 기업인들의 애환과 요구 사항 등 실태 파악에 나선 겁니다.

[이옥화/방열판 제조업체 대표 : "(북한 억양이 강해서) 무슨 말을 하는지 못 알아 듣는 거예요.‘차라리 중국의 조선족을 쓰는 게 낫겠다’대놓고 상처를 주셨어요."]

[조봉현/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경제분과 위원장 : "굉장히 많은 어려움을 겪은 사례인 것 같습니다. 우리가 다시 한번 왜 자유를 찾아온 탈북민의 경제활동을 왜 도와줘야 되는지..."]

본인이 겪은 성공담을 나누기도 했습니다.

[김성희/북한 전통주 제조업체 대표 : "홍보나 마케팅, 브랜딩에서 많이 어려웠기 때문에 그 부분은 지역민들을 내 편으로 만들고 고객 한 명 한 명을 내 편으로 만드는 데 주력했습니다."]

탈북민 창업가들의 도전은 우리 사회 발전에 또 다른 밑거름이 되고 있는데요.

낯선 이방인에서 지역 사회 구성원으로 자리매김하며 우리 지역 사회 경제를 살리는 또 다른 희망의 발걸음이 되고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또 다른 탈북민 기업가, 김성희 대표가 내놓은 상품은 술입니다.

["발효실. (한번 저도 들어가서 볼 수 있을까요?)"]

충북 음성에서 나는 쌀로, 북한 전통주를 빚고 있는데요.

[김성희/ 북한 전통주 제조업체 대표 : "쌀 앙금을 모아서 빚던 ‘농태기주’죠. 농태기라는 이름은 농민들이 밭두렁에 넓게 둘러앉아서 마시던 술이라는 의미예요."]

["살짝 볶아서 엿기름을 넣으면 이 색이 나옵니다."]

집안 대대로 비법처럼 전수됐던 제삿술 제조법을 되살려 상품으로 만들기도 했습니다.

[김성희/북한 전통주 제조업체 대표 : "이 술이 원래 우리 집 내림주예요. (이 술은) 쌀, 엿기름, 고추씨, 그 다음에 누룩, 옥수수 누룩으로 빚는 술인데 독특하게 고추씨를 넣는다는 특징이 있죠."]

2009년 한국에 도착한 이후 공장 일을 하며 모은 돈에 남북하나재단의 지원금을 보태 2018년 지금의 회사를 차렸는데요.

[김성희/북한 전통주 제조업체 대표 : "자금 유통 능력이 저희는 없거든요. 왜냐면 탈북민들은 일단 담보가 없기 때문에 남북하나재단에서 창업에 대한 지원 자금이 그게 엄청 소중했죠."]

회사가 자리를 잡는 데는 김 대표를 기꺼이 이웃으로 받아준 지역주민들의 도움이 컸습니다.

[김성희/북한 전통주 제조업체 대표 : "첫 시작은 내가 살고 있는 이 지역에 계신 분들이 먼저 구매해 주시고 같이 홍보해주시고 자녀들을 통해서라도 거래처를 저희에게 소개해 주셨어요."]

이제 이웃들은 제품 개발의 든든한 조력자가 됐습니다.

["이게 뭡니까?"]

[우성수/음성군 주민 : "곶감, 달콤하게 살라고. (고맙습니다.)"]

설 명절을 앞두고 새롭게 출시될 술을 맛보는 자리가 조촐하게 마련됐습니다.

["(통일이 담긴 술인데.) 38도, 알코올 도수가. (네.) 괜찮네."]

[우성수/음성군 주민 : "누룩 향이 없어졌고 또 입에 닿는 맛이 참 좋아요. 부드러워요."]

김 대표의 회사는 지역 발전의 구심점 역할도 하고 있는데요.

[우성수/음성군 주민 : "다른 기업과 협력하고 화합하고 이렇게 함으로써 많은 지역 발전에 힘을 실어주고 있는 기업입니다."]

김성희 대표는 예비 창업자에게 꼭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고 합니다.

[김성희/북한 전통주 제조업체 대표 : "탈북민의 창업은 첫째 지역민들에게 발붙이고, 나에게 끈기와 도전이 없으면 창업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마음가짐으로 도전했으면 좋겠어요."]

창업 탈북민들의 성공과 성장이 우리 모두의 발전과 다르지 않다는 인식의 확산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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