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한반도] ‘핵잠’ 개발 암시…러시아 기술 지원?

KBS 2024. 2. 3.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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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지난해 이맘때 저희 <남북의 창>에서‘비욘드 유토피아’라는 다큐멘터리를 소개해 드린 적이 있습니다.

북한 일가족의 목숨을 건 탈북 과정과 북한의 인권 유린 실태를 생생하게 전해준 다큐멘터리였는데요.

이 다큐멘터리가 최근 미국 공영 PBS에 이어 영국 공영 BBC에서도 방영됐습니다.

그리고 지난달 31일 드디어 우리나라에서 영화로 개봉됐습니다.

개봉 첫 날 서울에서 상영회가 열렸는데요.

다큐멘터리 속에서 탈북민들을 돕던 김성은 목사도 함께 했습니다.

김 목사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북중 국경 통제 강화로 탈북 브로커 비용이 10배로 뛰는 등 탈북민 구출 활동이 어느 때보다 힘들어졌습니다. 얼마 전에 탈북 여성 7명을 구출했는데, 코로나19 이전이라면 70명을 구출할 수 있었습니다”라고요.

탈북민 문제에 관심을 가져달라는 김 목사의 호소를 되새기면서 2월 첫째 주 <남북의 창> 시작합니다.

북한이 최근 일주일 동안 동해와 서해, 육상과 해상을 번갈아가며 여러 발의 순항미사일을 발사했습니다.

순항미사일은 정밀 타격이 가능한 데다, 낮은 고도에서 수시로 궤도를 바꾸며 비행해 요격도 쉽지 않은데요.

북한은 또, 김정은 위원장이 핵추진잠수함 건조 사업을 구체적으로 파악했다고 보도하며, 핵잠수함 건조 사업의 진척을 은근히 암시했습니다.

북한이 정말 핵무력 완성의 마지막 단계로 평가 받는 핵추진잠수함 개발에까지 다가갔을지, <이슈 앤 한반도>에서 살펴보겠습니다.

[리포트]

시뻘건 불꽃을 내뿜으며 솟구치는 미사일, 지면과 가까이 날아가다 목표를 타격합니다.

북한이 지난달 30일 서해상에서 전략순항미사일, 화살-2형을 발사했다며 공개한 사진입니다.

북한은 지난달 24일 불화살-3-31형을 쏘아올린 것을 시작으로 새해 들어서만 모두 4차례 순항미사일을 발사했습니다.

자신들의 계획에 따라 미사일 성능 개량과 실전 배치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음을 과시하려는 의도로 해석됩니다.

[이성준/합참 공보실장/1월 30일 : "한미 정보당국이 정밀 분석 중에 있습니다. 우리 군은 감시 및 경계 태세를 강화한 가운데, 미측과 긴밀하게 공조하고 있으며..."]

순항미사일은 탄도미사일보다 속도가 느리지만 변칙 비행이 가능하고, 레이더 포착이 어려울 정도로 낮게 날 수 있어 정밀 타격에 유리합니다.

더욱이 잠수함에서 발사될 경우 사전 탐지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여기에 북한은 핵무기 탑재와 핵추진잠수함 건조도 동시에 강조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핵추진잠수함 사업의 집행 방안에 대해 중요 결론을 제시했다며, 잠수함 개발에 진척이 있음을 암시한 겁니다.

[조선중앙TV /1월 29일 : "핵동력 잠수함과 기타 신형 함선 건조 사업과 관련한 문제들을 협의하시고, 그 집행 방도에 대한 중요한 결론을 주셨습니다."]

공기 보충을 위해 하루 2번 이상 수면 위로 올라와야 하는 재래식 잠수함과 달리 핵추진잠수함은 수중 무한 작전이 가능해 노출될 가능성이 거의 없습니다.

또, 다량의 핵미사일을 탑재하고 수중에서 최후까지 살아남아 보복 핵공격을 가할 수 있기 때문에 핵무기의 최종판으로 불립니다.

[문근식/한양대 공공정책대학원 특임교수/전 잠수함 함장 : "원래 잠수함을 보유한 모든 나라의 최종적인 목적은 핵추진잠수함을 만들어서 SLBM을 실으면 최고예요. 가장 위력적이거든. 북한은 이미 2010년부터 수뇌부에 지시를 했어요. 핵잠수함을 건조하는데 성공하면 동상을 만들어 주겠다고 했어요. 그 정도로 힘을 실어줬는데 그게 안 돼요. 국제제재도 당하고 돈도 없고 그러니까 쭉 지연되다가 2021년 1월에 제8차 당대회 때 북한 김정은이 우리도 이제 핵잠수함을 건조하겠다 선언했어요."]

하지만 그 후에도 북한은 핵추진잠수함의 구체적인 건조 방안이나 일정 등은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돌연 지난해 9월 첫 전술핵공격 잠수함이라며, 김군옥영웅함을 공개했습니다.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2023년 9월 : "공화국의 역사에 도약의 새 모습을 새길 주체조선의 함선 공업과 영웅적 인민 해군의 앞길에 영광과 승리가 있으라!"]

김군옥영웅함은 최대한 많은 미사일을 싣기 위해 기존 로미오급 잠수함을 무리하게 개조하다보니 작전 성능을 장담하기 힘든 기이한 잠수함이란 평가가 나왔습니다.

여전히 디젤 엔진 방식의 재래식 잠수함이란 점도 한계로 지목됐습니다.

[문근식/ 한양대 공공정책대학원 특임교수/전 잠수함 함장 : "미국도 위협하고 일본도 위협하고 우리도 위협을 해야 되는데 배(핵추진잠수함)가 없으니까 디젤 잠수함에 지금 SLBM을 발사할 수 있는 발사대를 10개를 만들어 가지고 실었어요. 그야말로 리어카에 2~3톤의 무게를 실은 거하고 비슷해요. 기우뚱기우뚱하고 속력도 안 나고 그리고 은밀성이 떨어지죠."]

북한이 김군옥영웅함을 공개한 지 채 반년도 채 안 돼 핵추진잠수함 기술을 확보했을 지는 의문입니다.

핵잠수함을 건조하기 위해서는 핵 동력 체계뿐만 아니라 심해에서 견딜 수 있는 선체와 배관을 갖춰야 하는 등 고도의 기술력이 필요합니다.

다만, 북한이 핵잠수함 강국인 러시아로부터 소형원자로 등 핵심기술을 입수했을 가능성도 있어 기술적 진전이 빨라질 거란 관측도 나옵니다.

[문근식/한양대 공공정책대학원 특임교수/전 잠수함 함장 : "(김정은이) 작년 말에 푸틴 대통령을 만났잖아요. 북한이 분명 핵잠수함 건조한다고 하고 진도가 안 나갔어요. 근데 그러고 나서 올해 북한 김정은이 핵잠수함 건조 공장을 방문했단 말이죠. 불과 몇 개월 사이에 (공장에) 갔다는 얘기는 북한과 러시아하고 뭔가 기술적으로 협력이 진행되고 있다."]

[앵커]

북한의 도발과 위협 수위가 날로 고조되는 가운데, 해외에선 한반도의 전쟁 가능성을 놓고 전문가들의 논쟁이 뜨거워지고 있습니다.

한쪽에선 북한이 전쟁을 결정했을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 반면, 또 다른 한쪽에선 한반도 전쟁 위험 평가가 지나치게 부풀려졌다는 반박도 나왔는데요.

연초부터 불거진 전쟁 위기설이 계속 거론되는 이유는 무엇이고, 또 한반도 군사적 긴장에 대해 세계가 이처럼 민감해진 이유는 무엇일지 짚어보겠습니다.

[리포트]

연초 증폭된 한반도 전쟁 위기설의 불씨는 세계적 핵과학자인 지그프리드 헤커 박사가 지폈습니다.

헤커 박사는 지난달 38노스에 공동기고한 글에서 “김정은이 전쟁을 하기로 전략적 결정을 내렸다고 본다”면서 지금의 한반도 상황이 한국전쟁 직전과 마찬가지로 위험하다고 경고했습니다.

1994년 제네바 합의의 주역인 로버트 갈루치 교수도“올해 동북아에서 핵전쟁이 발발할 수 있다”고 경고하며 한반도 전쟁론은 더욱 확산됐습니다.

특히, 두 사람은 지난 수십 년 간 북핵 문제 등에서 탁월한 전문성을 인정받고 있어 그 파장은 더욱 컸습니다.

그러자 한쪽에선 위기론이 과장됐다는 보도가 흘러 나왔습니다.

영국의 이코노미스트는 '전쟁 루머가 너무 과장됐다'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고, BBC도 헤커의 분석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아시아, 유럽, 북미 지역 북한전문가 7명의 인터뷰 기사를 전했습니다.

북한이 지금 전쟁을 준비한다면 우크라이나와 전쟁을 벌이고 있는 러시아에 포탄을 제공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등의 다양한 이유를 제시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북한이 현시점에서 전면전을 감행할 이유가 없다는 데 의견을 모으고 있습니다.

핵전쟁 가능성을 제기하는 의견들은 대부분 북한과의 협상 재개를 미 조야에 촉구하려는 성격이 더 강하다는 겁니다.

[정욱식/평화네트워크 대표 : "헤커 박사나 또 갈루치나 이런 분들은 대부분 다 지한파 인사들입니다. 대북 강경파들도 아니에요. 오히려 북한의 입장을 객관적이고 균형적으로 이해를 해야만 뭔가 핵 문제를 포함한 한반도 문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다고 하는 그런 어떤 접근을 취했던 분들이 최근 그런 목소리를 내는 이유는 이러다가 정말 큰일 날 수 있다. 이런 어떤 위기가 차곡차곡 쌓이고 있는데 미국 정부는 너무 태만한 거 아니냐?"]

전쟁 위기론이 증폭되자 올 들어 원 달러 환율이 1330원대로 급등하는가 하면, 외국인들이 대량으로 주식을 매도하며 한국 증시의 불확실성 또한 커졌습니다.

한반도의 긴장에 세계가 이처럼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불안정한 국제 정세와 과거에 비해 약화된 미국의 위기관리 능력 때문이란 분석이 나옵니다.

[차두현/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 : "불안한 지역이 있었고 또 그 지역에서 계속 긴장이 올라갔지만 그래도 전쟁까지 나겠느냐라는 생각들이 많았거든요. 근데 실질적으로 그 일이 일어난 게 지금 두 군데나 된단 말이에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을 했고 또 중동에서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전쟁이 또 일어났습니다. 때문에 이게 한반도에서라고 현실화되지 않을 보장이 없다는 생각이 있는 것 같고요."]

한미 당국은 한미일 삼각 협력을 강조하며 불안감을 잠재우려 애쓰는 분위깁니다.

[조현동/주미 한국대사/1월 30일 : "우리는 북한의 도발과 위협에 절대로 동요하거나 굴복하지 않을 것입니다. 오히려 이는 한미 간 대응태세 그리고 한미일 안보 협력을 더욱 강화하는 것으로 귀결될 뿐이라는 사실을 더 잘 인식하도록 할 것입니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도 지난달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짖는 개는 물지 않는다”며, 한반도 전쟁 언급은 지나친 과장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차두현/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 : "이런 상황 하에서 국내에서 느끼는 가장 큰 게 어떤 겁니까? 불안일 거예요. 그런데 일부에서 협상론을 주장하는 분들도 어떻게 보면 제가 볼 땐 경계해야 되는 이게 오히려 북한이 원하는 거예요. 그러면 한국 사회 내에서 타협하려는 타협론이 나올 수가 있는 거고, 한미연합 훈련이라든가 아니면 우리의 군사력 건설 이런 것들을 낮추더라도 북한과 타협해야 된다는 얘기들이 나오는 게 이게 북한이 바라는 결과일 겁니다."]

[정욱식/평화네트워크 대표 : "사실 지금 남북한 당국에서 나오는 발언을 보면 주어와 목적어를 바꿔놓고 읽어보면 누가 누구한테 하는 얘기인지 구분이 안 갈 정도예요. 그러니까 지금 싸우면서 닮아가고 있는 그런 어떤 상황이기 때문에 우리부터 자제의 미덕을 발휘하는 것이 전쟁 위기를 낮추는 데도 효과가 있겠습니다만 당장 급한 민생과 경제 위기를 돌파하는 데도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대화가 사라진 남북, 출구 없는 대치를 이어가는 북미.

그 사이로 한반도 전쟁 위기론까지 파고들며 안보 뿐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근심 걱정이 커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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