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컵] 240분 승리 짜내는 태극전사들…클린스만 '가즈아! 리더십'
(알와크라=연합뉴스) 안홍석 기자 = 공격은 막무가내고 수비는 허술하다. 공수 간격은 계속 벌어지기만 한다.
아무리 봐도 경기력은 낙제점을 줄 만한데, 그래도 클린스만호는 모든 난관을 이겨내고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4강 고지에 오르는 데 성공했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은 3일(한국시간) 카타르 알와크라의 알자눕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AFC 아시안컵 8강전에서 연장 접전 끝에 호주에 2-1 역전승을 거두고 4강에 진출했다.
필드골은 좀처럼 안 터지고 5경기에서 8골 헌납…'우승 도전 팀 맞아?'
지금까지 한국이 치른 5경기 내용을 보면 '클린스만표 축구'의 완성도가 높다고 평가하기는 매우 어려워 보인다.
클린스만호는 5경기에서 모두 실점하며 총 8골을 헌납했다. 대회 최약체 중 하나인 말레이시아에 무려 3골이나 내줬다.
자타공인 세계 최고 수준의 중앙수비수 김민재(뮌헨)가 거의 매 경기 풀타임을 뛰는데도 이렇다.
손흥민(토트넘),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사이에 교통정리가 잘 된건지 의심스러운 클린스만호 공격은 경기를 거듭해도 안 풀리는 모습이다.
90분 내에 승부를 낸 유일한 경기인 바레인과의 조별리그 1차전(3-1 승리)을 제외하면, 한국은 4경기에서 8골을 넣었고, 그중 3골은 페널티킥 골, 2골은 프리킥 골, 1골은 상대 자책골이다.
2골만 필드골로, 이중 말레이시아와 3차전 정우영(슈투트가르트)의 선제골은 세트피스 상황에서 이강인의 코너킥을 그대로 머리로 받아 넣은 것이었다.
선수들끼리 공을 주고받다가 넣은 건 사우디아라비아와 16강전에서 조규성(미트윌란)이 넣은 헤더 동점골이 유일하다.
클린스만호는 2차전부터 상대 위험지역을 효과적으로 공략하는 데에 애를 먹고 있다. 이 문제가 좀처럼 해결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매 경기 상대보다 개인 기량에서 앞서는 태극전사들이 90분, 때로는 120분 내내 '용'을 써서 승점이나 승리를 억지로라도 짜내는 듯한 양상이 반복되고 있다.
클린스만 감독의 축구를 두고 '해줘 축구'라는 비아냥 섞인 별명이 붙은 이유다.
그래도 전진하는 불굴의 태극전사…클린스만 동기부여 능력 빛나
그런데 클린스만호 태극전사들이 매 경기 보여주는 '불굴의 정신력'만큼은 '해줘 축구'라는 틀로 설명되지 않는다.
한국은 요르단과 조별리그 2차전부터 4경기 연속으로 후반전 추가시간에 득점하며 '좀비'를 방불케 할 정도로 끈질긴 축구를 펼쳐 보인다.
조별리그 3차전 말레이시아전에서 나온 추가시간 골을 제외하면 3골이 동점골이다.
그리고 토너먼트에서는 16강전과 8강전에서 연달아 극적인 동점골을 넣고 연장전을 치렀다. 그리고 기어이 다음 단계로 진출했다.
특히, 이틀 더 쉰 호주와 맞붙은 16강전은 체력의 열세를 떠안고 치른 경기였다.
시간이 지날수록 한국이 불리하니, 클린스만호가 초반에 승부를 보지 않으면 이기기 어려울 거라는 전망이 많았다.
그러나 실제 경기 양상은 정반대였다. 선제 실점했는데도 태극전사들은 다리가 풀리기는커녕, 더 거세게 상대를 몰아붙였다.
클린스만 감독은 애초 '전술가'보다는 '동기부여형 지도자'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두 경기 연속 120분, 총 240분에 달하는 플레잉 타임을 뛴 선수들에게 마지막까지 모든 것을 짜내도록 독려하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아시아 웬만한 팀보다는 개인 기량 면에서 우위에 있다는 대표팀의 강점에 클린스만 감독의 '동기 부여 능력'이 더해지면서 연일 명승부가 연출되는 모양새다.
클린스만 감독은 대회 전부터 대표팀 안팎에서 '아시안컵 우승'이라는 목표를 끊임없이 강조해왔다.
대표팀 한 관계자는 "예전 감독들은 선수들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이유 등으로 우승 목표를 그렇게 자주 언급하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 클린스만 감독은 정반대다"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클린스만 감독이 스타 플레이어 출신이다 보니 선수들 동기부여는 확실하게 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팬들에게도 우승이라는 목표를 이루겠다는 결심을 미디어를 통해 끊임없이 드러내 왔다.
"결승전까지 숙소를 예약해두라"는 농담 섞인 호언장담이 대표적이다.
이쯤 되면 '가즈아 리더십'…스리백 준비 등 용의주도한 면모도
클린스만 감독은 좀 돌아가거나 힘들게 갈지라도 구성원을 강하게 독려해 명확하게 제시한 목표를 이뤄내려는 리더십을 보여주고 있다.
이쯤 되면 클린스만 감독의 리더십을 '가즈아 리더십'이라고 불러도 이상하지 않아 보인다.
그렇다고 클린스만 감독이 큰소리만 치는 건 아니다. 용의주도한 면모도 보인다.
승부에 중요한 굵직한 요소는 확실하게 챙기고 있다.
모두가 대표팀에 측면 수비 자원이 부족하다고 지적할 때 클린스만 감독은 이를 보완하기 위해 훈련장 빗장을 걸어 잠그고 스리백 훈련을 시켰다.
또 조별리그 때부터 일찌감치 승부차기 훈련을 해왔다. 이는 사우디전 승부차기 승리의 원동력이 됐다.
클린스만 감독은 대표팀에 부임하면서 "3골을 먹으면 4골을 넣는 축구를 하겠다"고 큰소리쳤다.
아직 이런 스코어를 낸 적은 없다. 그러나 클린스만호가 3골 내주고 4골 넣는 경기처럼 '익사이팅한 축구'를 하는 건 확실해 보인다.
클린스만호는 7일 오전 0시 알라이얀의 아흐마드 빈 알리 스타디움에서 조별리그에서 한 번 맞붙은 요르단과 리턴 매치로 결승 진출에 도전한다.
클린스만 감독은 호주전 뒤 기자회견에서 "한국 축구 팬들이 기다리시는 아시안컵 트로피를 꼭 들어 올리고 한국에 가져가는 꿈을 꾼다. 마지막 날까지 도하에 있기를 바라며, 그렇게 만들고자 잘 준비하겠다"면서 "다음 경기는 120분이 아닌 90분 안에 끝내고 싶다"고 강조했다.
ah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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