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우 형이랑 누가 더 오래 할까 내기"…14년째 최정상의 위엄, 제2의 양의지를 기다리며
[스포티비뉴스=시드니(호주), 김민경 기자] "(최)형우 형이랑 친하니까. 누가 더 오래 할까 내기를 했죠(웃음)."
두산 베어스 포수 양의지(37)는 올해로 14년째 최정상의 자리에서 내려오지 않고 있다. 그는 진흥고를 졸업하고 2006년 2차 신인드래프트 8라운드로 두산에 입단해 2010년 단숨에 주전을 꿰찼다. 그해 20홈런을 치면서 공수 겸장 포수의 이미지를 굳혔고, 프로 5년차에 신인상을 수상하는 영광을 안았다. 이후 두산의 대체 불가 안방마님으로 지내다 2018년 시즌 뒤 첫 FA 자격을 얻어 NC 다이노스와 4년 125억원이라는 파격적인 금액에 계약해 놀라움을 안겼고, 2022년 시즌 뒤 2번째 FA 때는 친정 두산과 4+2년 총액 152억원에 사인하며 다시 한번 리그 최고 포수의 입지를 다졌다. 152억원은 역대 FA 최고액이었고, 2번째 FA 금액이 더 큰 것도 이례적이었다.
양의지는 두산에 돌아와서도 정상급 기량을 유지했다. 129경기에서 타율 0.305(439타수 134안타), 17홈런, 68타점, OPS 0.870을 기록했다. 시즌 막바지 부상을 관리하며 뛰어야 하는 상황에서도 포수 마스크를 놓지 않고 후배들을 끌고 갔다. 4번타자 김재환이 지난해 극심한 부진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할 때는 양의지가 대신 4번타자 임무까지 맡았다. 포수로서 투수들을 리드하는 능력은 더는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여전했다. KBO가 지난해 신설한 수비상에서 포수 부문 초대 수상자가 됐고, 생애 8번째 포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차지하면서 역대 포수 최다 수상자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2021년에 받은 지명타자 골든글러브까지 더하면 개인 9번째 수상이었다.
양의지는 리그 최고라는 타이틀을 놓치지 않으면서도 더 위를 바라본다. KIA 타이거즈 거포 최형우(41)를 언급한 것도 이 때문이다. 최형우는 올 시즌을 앞두고 KIA와 계약 기간 1+1년, 연봉 20억원, 옵션 2억원 등 총액 22억원에 비FA 다년 계약을 했다. 역대 최고령 다년계약자로 올해 연봉 10억원은 KIA 국내 선수 가운데 최고액이다. 최형우는 지난해 큰 부상으로 시즌을 마감했는데도 타율 0.302(431타수 130안타), 17홈런, 81타점, OPS 0.887을 기록하며 여전히 전성기라는 사실을 증명했다.
2일 두산 스프링캠프 훈련지인 호주 시드니 블랙타운 블랙타운야구장에서 만난 양의지는 "(최)형우 형이 잘하니까 당연한 대우를 받았다고 생각한다. KIA에서 (나)성범이를 빼면 냉정히 형우 형보다 잘 치는 선수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형이랑 내기를 했다. 친하니까. 나랑 형 중에 누가 더 야구를 오래 할 것 같은지"라고 말하며 웃었다.
양의지는 올해는 팀과 개인 모두 지난해보다 더 나은 성적을 내야 한다고 했다. 두산은 2022년 9위로 추락했다가 지난해 이승엽 감독이 부임하고 코치진을 전반적으로 다 교체하는 등 새로운 시작을 알렸다. 두산은 정규시즌을 5위로 5강 턱걸이에 성공했지만, 단 한 경기 만에 가을야구에서 탈락하면서 진한 아쉬움이 남았다.
양의지는 "내 개인보다는 팀 성적이 좋은 게 올해는 더 중요할 것 같다. 지난해 5등을 해서 가을야구의 맛은 봤지만, 거기서 우리가 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더 잘하려면 지난해 잡을 수 있었는데 못 잡은 아쉬운 한두 경기를 잡을 수 있는 힘을 길러야 한다. 나를 비롯해 돈을 많이 받는 베테랑들이 잘해야 성적이 잘 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어린 친구들도 끌고 갈 수 있지 않겠나. 그런데 지금 자기 밥그릇도 못 챙기고 있으니까. 고참들이 잘해서 팀을 이끌면 조금 더 좋은 성적이 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올해도 목표는 4번타자다. 나이가 들었다고 경쟁에서 당연히 물러날 생각은 없다. 나이와 상관없이 실력으로 말하는 곳이 프로이기 때문.
양의지는 "당연히 4번타자를 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김)재환이가 부담감이 없으면 재환이가 4번을 치고 내가 3번이나 5번을 치는 것이고, 재환이가 조금 그러면 내가 4번을 치고 그러지 않을까 생각한다. 나도 안 좋으면 하위 타순으로 가는 것이다. 어쨌든 감독님께서 결정하시는 거니까. 어떻게 해야 베스트일지 타순을 많이 시험해 보실 것이다. 나는 거기에 맞춰서 준비를 하면 된다"고 했다.
올해는 조금 더 큰 타구를 날리고자 하는 욕심도 있다. 지난해 17홈런을 기록해 2018년부터 이어 오던 5년 연속 20홈런 흐름이 끊어졌기 때문. 양의지는 "지난해 성적 자체가 아쉽지는 않다. 야구장이 많이 커졌고, NC에는 앞에 출루율 1, 2, 3등하는 박민우, 박건우, 손아섭이 있지 않았나. 결정적일 때 나를 거르고 승부를 많이 안 하면서 그런 것을 신경 쓰다가 페이스가 조금 말린 것 같기도 하다. 초반 페이스가 좋았는데, 나랑 승부를 안 하니까 생각이 오히려 복잡해지더라"고 되돌아봤다.
두산은 양의지라는 최고 포수를 데리고 있지만, 다음 세대를 준비하는 작업도 해야 한다. 이 감독은 올해 백업 포수들의 성장을 강조했다. 시드니 캠프에서는 장승현, 안승한, 김기연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양의지는 팀이 제2의 양의지를 기다리는 상황과 관련해 "그 점은 나도 열심히 동생들을 도와서 성장을 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 것만 하는 것보다는 같이, 도움을 많이 줘서 기량이 늘 수 있도록 해야 할 것 같다. 또 우리 어린 친구들이 다른 팀에 가서 충분히 주전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못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기대감이 있으니 조금 아쉬울 뿐이다. 솔직히 매년 잘할 수는 없지 않나. 작년에 못했으니까 그 부분은 채워서 올해 잘할 수 있는 시즌이 되도록 하면 된다"고 이야기했다.
후배들이 더 성장하길 기다리고 있지만, 호락호락하게 자리를 내줄 생각은 없다. 양의지는 "만족한다고 이야기하기도 했지만, 솔직히 지난해 성적은 아쉽다. 더 치고 더 할 수 있는 힘이 아직은 있다고 생각한다. 나이 먹었다고 할 때는 아닌 것 같다. 나이 먹어도 (이)대호 형처럼 제일 잘 칠 수 있다. 나이 먹었다고 다른 친구들한테 밀려야 한다는 건 아직까진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솔직히 우리 동기들이 조금 욕심이 많다. 밑에 애들한테 안 지려고 하는 게 있다. 후배들이 분명히 이긴다고 하면 인정하고 내려오겠지만, 아직까지는 우리가 더 잘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그래서 더 우리도 열심히 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올해는 부상 없는 시즌에 중점을 두고 천천히 몸을 만들고 있다. 양의지는 "작년에는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대회에 맞춰서 준비하면서 기술 훈련을 빨리 시작하고 몸 상태를 빨리 끌어올렸다. 올해는 차근차근 무리하지 않고 페이스를 올리려고 한다. 작년에는 빨리 기술 훈련을 들어가면서 후반에 힘이 많이 떨어졌고 부상도 왔던 것 같다"며 천천히 몸을 만들되 또 한번 정상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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