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재원 “‘정신아’ 이후 달라진 삶, 들뜨지 않으려고요”[인터뷰]
배우 노재원에게 꿈 같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넷플릭스 시리즈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이하 ‘정신아’)서 서완 역으로 눈도장을 성공적으로 찍더니 전세계가 주목하는 ‘오징어게임2’에 합류했고, 디즈니+ ‘삼식이 삼촌’에서 송강호와도 호흡했다. 믿을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고 행복감을 표현하는 그다.
“처음엔 마음이 엄청 붕 떴었어요. SNS 상으로도 확실히 변화가 느껴지더라고요. 제가 연기를 그렇게 잘하는 것 같지 않은데 주변에서 칭찬들이 쏟아지고 호평을 해주니 기분은 너무 좋지만, 붕 뜨는 느낌에 제 삶이 잘 살아지지 않았죠. 스스로 부족한 게 보여서 부끄럽기도 했고요. 지하철을 타더라도 누가 날 쳐다보면 ‘혹시 날 알아보나’ 의식하는 절 발견했어요. 처음 경험해보는 거니까요. 내 삶을 충실하게 살아야겠다고 생각했고, 그렇게 노력하다보니 마음이 다시 안정되었어요. 아직도 불안하긴 하지만 이 정도면 잘 살고 있는 것 같아요. SNS 애플리케이션도 삭제했고요. 너무 거기에 속박될 것 같아서요.”
노재원은 최근 스포츠경향과 인터뷰에서 영화 ‘세기말의 사랑’(감독 임선애)으로 이유영, 임선우와 호흡한 기분과 앞으로 더 공개될 다양한 작품에 대한 기대 당부까지, 다양한 이야기들을 똘똘하게 들려줬다.
■ “투명한 이유영·좋아하는 배우 임선우, 함께해 설렜어요”
‘세기말의 사랑’은 세상 끝나는 줄 알았던 1999년, 짝사랑 때문에 모든 걸 잃은 ‘영미’(이유영)에게 짝사랑 상대 ‘도영’(노재원)의 아내 ‘유진’(임선우)이 나타나며 벌어지는 이상하고 사랑스러운 뉴 밀레니엄 드라마다. 노재원은 극 중 ‘영미’와 ‘유진’의 사랑을 동시에 받는 도영 역으로 분해 또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이유영, 임선우와는 첫 호흡이다.
“영화를 보고 깜짝 놀랐어요. 이유영과 임선우 모두 연기를 어떻게 이렇게 잘하는지 물어보고 싶을 정도더라고요. 이유영은 자신의 치부를 상대에게 쉽게 보여줄 정도로 투명한 배우인데요. 카메라 앞에선 120%를 보여주더라고요. 그렇게 연기하는 게 오롯이 집중력 덕분인 건지, 아니면 그만큼 똑똑한 건지 궁금했어요. 한번은 소시지 반찬을 건네는 장면에서 자신의 목도리에 밥풀 몇 개를 붙여야겠다고 아이디어를 내더라고요. 그게 캐릭터와 너무 잘 어울려서 감탄했어요. 정말 똑똑한 배우구나 싶어 매력적이었고요.”
임선우의 팬을 자처하며 그의 연기도 굉장히 궁금해했다고 고백했다.
“둘이 소풍 가는 장면을 찍는데 설레더라고요. 어떻게 연기할지 궁금한 게 정말 많았던 배우였거든요. 긴장도 많이 됐어요. 워낙 좋아하는 배우라 그가 연기하는 걸 직접 눈 앞에서 본다고 생각하니 떨렸고요. 실제로 보니 사람 자체가 고즈넉하고 매력적이에요. 리딩 땐 뭔가 계속 공책에 적길래 ‘뭘 적는 걸까’ 궁금했거든요? 나중에 물어보니 감독에게 질문할 것들을 적었다고 하더라고요. 그런 열정이 연기에 고스란히 담겨지는 것 같았어요.”
■ “제일 좋아하는 배우 송강호, 선배에게 칭찬 들어 꿈만 같았어요”
앞으로 행보가 가장 기대되는 배우다. 공개될 작품들이 한 가득이라 그 역시도 기대하는 눈치였다. 특히 ‘삼식이 삼촌’에선 송강호와 함께 작업했다며 기쁜 마음을 나타냈다.
“어릴 적부터 제일 좋아하는 배우였어요. 함께 연기하는 게 정말 꿈만 같았죠. 그런데 현장에선 제 코가 석자라 감탄할 여유가 없더라고요. 일단 선배 앞에서 용기를 많이 내려고 했어요. 하나의 캐릭터로 최선을 다해야 하니 선배를 딱 마주하려고 노력했죠. 정말 대단한 사람인 게, 선배는 제가 그런 용기를 낼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줘요. 다행히 제 연기를 보더니 선배가 ‘사람들은 머리 안에 있는 연기를 하면 감탄하지만, 머리에 없는 연기를 하면 감동을 받는다. 넌 머리에 없는 연기도 할 수 있는 배우 같다’고 칭찬해줬는데 진짜 좋아서 그날부터 연기가 안 되더라고요. 하하. 긴장이 더 커졌거든요.”
더 넓고 다채로운 길이 펼쳐질 것만 같다. 총천연색 미래에 대해 기대감이 커지냐고 묻자, 그는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글쎄요, 전혀 예측할 수 없어요. 그냥 주어진 캐릭터를 충실하게 연기하면 알아서 잘 살아지겠다 정도? 그래서 최선을 다해 연기하고 있어요. 멀리 보지 않고 제 앞에 놓인 것에만 충실히 이행하면서요. 앞으로 연기를 더 오래하려면 제가 다치지 않아야 하니까요. 나아갈 노선이 뭘지 모르겠지만, 지금 제가 하는 시도들이 잘 이뤄지고 있구나 생각하면서 살면 나중의 나에게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이다원 기자 eda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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