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동설' 확립한 과학자들…"세상이 너를 중심으로 돌지 않아도 괜찮아"

홍성욱 한국천문연 선임연구원 2024. 2. 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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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사람들은 지구는 한 자리에 고정돼 있고 하늘이 지구 주위를 돌고 있다고 믿었습니다.

하지만 망원경이 등장하자 그 사실이 틀렸다는 게 밝혀졌어요.

돔에는 망원경이 하늘을 볼 때 여닫을 수 있는 뚜껑이 있고 벽 옆에는 여러 작업을 할 수 있는 받침대가 동그랗게 늘어서 있습니다.

500년 후인 2세기 로마 시대에 살던 프톨레마이오스가 이 주장을 더 깔끔하게 정리한 것이 바로 하늘이 움직인다는 뜻을 지닌 천동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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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우나케아 천문대. 위키미디어 제공

옛날 사람들은 지구는 한 자리에 고정돼 있고 하늘이 지구 주위를 돌고 있다고 믿었습니다. 하지만 망원경이 등장하자 그 사실이 틀렸다는 게 밝혀졌어요.

● 하늘이 움직인다고 믿은 옛 사람들?

2023년 12월 하와이 마우나케아산에 있는 캐나다ㆍ프랑스ㆍ하와이망원경(CFHT)에 다녀왔습니다. 보통 망원경 주변에는 망원경을 보호하기 위한 돔이라는 건물이 있습니다. 돔에는 망원경이 하늘을 볼 때 여닫을 수 있는 뚜껑이 있고 벽 옆에는 여러 작업을 할 수 있는 받침대가 동그랗게 늘어서 있습니다. 받침대 위에 올라섰을 때 위잉하는 소리와 함께 갑자기 망원경이 천천히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습니다.

“지금 돌고 있는 게 우리인가요 바닥인가요?”

저는 망원경이 제 주위를 도는 걸로 착각하고 직원에게 물어봤습니다. 하지만 돌고 있던 건 망원경이 아니라 저였어요. 돔 뚜껑이 닫혀 있고 마침 뚜껑도 받침대와 함께 돌고 있어서 마치 망원경이 돈다고 착각한 것이었습니다

우리는 나 자신을 기준으로 이 세상을 바라보곤 합니다. 내가 좋아하는 음식이나 게임은 친구들도 좋아할 거라고 생각해요. 옛날 사람들도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아서 자신을 기준으로 세상을 설명했습니다. 우리가 가만히 서 있더라도 하늘에 있는 해와 달과 별은 매일 동쪽에서 나타나서 서쪽으로 사라지니까요.

그래서 옛날 사람들은 땅은 움직이지 않고 천체가 움직이는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고대 이집트 신화에서는 해를 상징하는 신인 라가 매일 낮 배를 타며 하늘을 가로지르고 밤에는 어둠의 세상에서 죽음과 싸운다고 믿었어요. 천체의 움직임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려는 시도가 여럿 있었는데 그중 가장 잘 알려진 시도는 약 2400년 전 그리스의 철학자 플라톤의 연구입니다.

플라톤은 지구가 이 세상의 중심에 있고 그 주위를 해와 달, 다섯 행성이 돌고 있다고 주장했어요. 가장 바깥에는 별들이 붙어 있는 공 껍질이 있다고도 말했습니다. 500년 후인 2세기 로마 시대에 살던 프톨레마이오스가 이 주장을 더 깔끔하게 정리한 것이 바로 하늘이 움직인다는 뜻을 지닌 천동설입니다.

천동설을 나타낸 그림. 지구가 세상의 한가운데 있고 해와 달과 다섯 행성이 그 주위를 돌고 있다. 가장 바깥에는 별들이 붙어 있는 공 껍질이 있다. E. A. Wallis Budge(W) 제공

● 갈릴레오 망원경으로 지동설 밝히다

오늘날의 생각과는 달리 천동설은 1000년 넘게 천체의 움직임을 설명하는 학설로 쓰였습니다. 우리나라도 600년 전 세종대왕 시절 이슬람 제국에서 만든 천문 기기를 공부하면서 당시 천동설에 관한 지식을 얻을 수 있었어요.

세종대왕 시절에 천체의 움직임을 관측하기 위해 만든 ‘간의’의 복원품. 한국천문연구원 제공

하지만 천동설은 천체의 움직임을 제대로 설명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행성은 바깥의 별을 기준으로 볼 때 시간에 따라 서쪽에서 동쪽으로 움직이는데 가끔은 반대로 동쪽에서 서쪽으로 움직이기도 하는데 이것을 ‘겉보기 역행 운동’이라고 합니다.

모든 천체가 지구 주위를 원 모양 궤도로만 움직인다고 가정하면 이 운동을 설명할 수 없습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대 그리스 사람들은 주전원이라는 조그마한 원 궤도를 원래의 원 궤도에 덧붙이는 방식을 개발했습니다. 하지만 맞지 않는 현상이 늘어나며 천동설은 갈수록 복잡하게 변해 버렸어요.

화성의 겉보기 역행 운동. 간단한 천동설 모형으로는 이 현상을 설명하기 어려워서, 천동설 모형이 갈수록 복잡해졌다. NASA 제공

이후 16세기 이탈리아의 물리학자 코페르니쿠스는 하늘이 아니라 지구가 움직인다는 지동설을 처음으로 주장했습니다. 지동설은 천동설에 비해 아주 단순하게 세상을 설명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전혀 움직이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지구가 총알보다도 빠른 속도로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믿기 어려웠어요. 이 문제를 해결한 사람이 바로 이탈리아의 천문학자 갈릴레오 갈릴레이였습니다.

갈릴레이는 망원경을 사용해 목성을 오랫동안 관찰했습니다. 그 결과 목성 주변에 네 개의 조그마한 점이 목성 주위를 빙글빙글 도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하늘에 있는 천체가 지구 말고도 다른 것을 중심으로 돌 수 있다는 사실을 최초로 알아냈어요. 또한 갈릴레이는 우리가 바깥 상황을 전혀 알지 못한다면 우리가 있는 곳이 멈춰 있는지 아니면 같은 속도로 움직이는지 구별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관련기사
어린이과학동아 2월 1일, [우주에 온 것을 환영합니다] 세상이 너를 중심으로 돌지 않아도 괜찮아

[홍성욱 한국천문연 선임연구원 no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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