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영의 사회심리학] 대우받을 '자격'이 있다고 믿는 사람들
별 다른 의미 없는 타인의 언행에 쉽게 ‘나를 무시했다’며 화를 내거나 딱히 삶에서 크게 성취한 것도 없이 다른 사람들의 존경이나 ‘특별한 대접’을 받길 바라는 사람들이 있다. 흔히 ‘자격 의식(sense of entitlement)’이 심한 사람들이 보이는 특징이다.
이들은 흔히 주변 사람들에게 공격적인 성향을 보이며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입히더라도 자기 자신의 이익만 챙기는 이기적인 모습도 자주 보인다. 또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비윤리적인 방법으로라도 돈과 명예, 사회적 지위와 관련된 요소들을 수집하려고 애쓰는 편이다.
무엇이 이들로 하여금 자신은 남들보다 특별하며 더 좋은 대접을 받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게 만들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렇게 자기 존재의 중요성을 과대평가하고 과하게 부풀려진 자의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경우 여러가지 방식으로 주변 사람들을 피곤하게 만든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타인을 악의적으로 질투하는 것이다.
암스테르담대의 심리학자 옌스 랭은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자격의식(“솔직히 나는 다른 사람들보다 더 나은 대접을 받을 자격이 있다”) 수준과 사회적 지위를 향한 욕망(“주변 사람들이 나를 존경하고 우러러보도록 만들려고 노력한다”, “다른 사람들이 나를 통제하게 내러려두기보단 내가 사람들을 통제하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마지막으로 악의적인 질투심(“나보다 잘나가는 사람들이 망했으면 좋겠다”)에 대해 물었다. 그 결과 자격의식이 높은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사회적 지위를 향한 욕망이 높고 악의적인 질투심 또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다른 실험에서는 한 그룹(자격의식 조건)의 사람들에게
① 왜 나는 삶에서 가질 수 있는 가장 좋은 일들을 바랄 자격이 있는지
② 왜 나는 다른 사람들보다 더 좋은 삶을 누릴 자격이 있는지
③ 왜 내 삶은 내가 바라는 대로만 흘러가야 하는지
위 3가지를 떠올려 보게 했고 다른 그룹의 사람들에게는 반대로 왜 1, 2, 3을 누릴 것이라고 기대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에 대해 떠올려보도록 했다.
그리고 나서 사회적 지위를 향한 욕망과 악의적인 질투심을 측정했을 때 자격의식을 높인 조건의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조건의 사람들에 비해 사회적 지위를 향한 갈망과 자신보다 잘 나가는 사람들을 향한 악의적인 질투를 더 심하게 보이는 현상이 관찰되었다.
하지만 사회적 지위를 향한 그들의 열망과는 별개로 주변 사람들에게 실제 이 사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물었을 때는 자격의식이 높은 이들은 다른 사람들 위에 올라서려는 지배욕구는 높으나 실제로 그럴 만큼 실력이나 인간성이 좋지는 않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격의식이 높은 사람들은 사회적 지위에 대해 갈망하며 스스로 자신에 대해 높은 평가를 내리고 있는 것과 다르게 주변으로부터 딱히 좋은 평가를 받고 있지는 않았다.
아무래도 질투가 심하고 이기적이며 비윤리적이기까지 한 사람에 대해 좋은 평가를 내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또한 사회적 지위를 얻기 위해 굳이 타인을 깎아내리고 이기적·비윤리적인 행동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딱히 특출난 능력을 가지고 있을 것 같지도 않다.
결국 이들은 현실과 다르게 자의식만 높아서 이상과 현실 사이의 갭을 줄이기 위해 여러가지 편법을 써야만 하는 안타까운 상황에 놓인 사람들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실제로 주변 사람들의 인정과 존경, 영향력을 얻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들 위에 군림하려 애쓰기보다 실제로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는 점을 기억하자. 이기적이고 비윤리적인 길을 걷는 걷은 단기적으로는 이득일 지 모르겠으나 장기적으로는 ‘상종해서는 안 되는 사람’이라는 평가를 불러오기 마련이다.
물론 어느 한 가지 특성에 있어 남들보다 뛰어나다고 해서 그것이 바로 더 좋은 대접과 특권을 보장해야 하는 것도 아니라는 것도 기억하자. 사람들은 모두 수천가지의 특성을 가지고 있고 그 중 한 두개 정도는 다른 사람들보다 뛰어날 수 있으나 또 다른 영역에서는 상대적으로 부족하기 마련이다. 이런 점을 고려해보면 절대적으로 특출나고 중요한 인간이란 없는 법이다.
몇 가지 특성이 남들보다 낫다고 해서 반드시 더 행복해야 하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불행해야 한다는 법이 존재하는 것도 아니다. 이렇게 경직된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을수록, 왜 저 사람은 나와 비슷하거나 혹은 못난 것 같은데 나보다 더 행복해 보이냐며 남들과 비교하고 질투하면서 점점 더 고립되고 불행해져 갈 뿐이다. 추상적인 관념 또는 허상에 불과한 나의 이미지 나라는 사람의 중요성 등에 집중할 시간에 내 눈 앞에서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다양한 경험에 집중하며 실제로 밀도 있는 삶을 꾸려나가는 것이 훨씬 바람직할 것이다.
Lange, J., Redford, L., & Crusius, J. (2019). A status-seeking account of psychological entitlement.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Bulletin, 45(7), 1113-1128.
※필자소개
박진영. 《나, 지금 이대로 괜찮은 사람》, 《나를 사랑하지 않는 나에게》를 썼다. 삶에 도움이 되는 심리학 연구를 알기 쉽고 공감 가도록 풀어낸 책을 통해 독자와 꾸준히 소통하고 있다. 온라인에서 '지뇽뇽'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미국 듀크대에서 사회심리학 박사 과정을 밟고 있다
[박진영 심리학 칼럼니스트 parkjy021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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