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외곽 도서관 ‘책정원’이 ‘핫플’된 이유는?[주말N]
“딱딱하고 무거운 침묵이 흐르는 공공도서관이 아니라 숲속처럼 쾌적하고 아늑한 공간이어서 매일 찾게 되는 것 같아요.”
박정아씨(27)는 요즘 광주 동구 내남동 ‘책정원’에서 하루의 대부분을 보낸다고 한다. 이곳에서 책을 읽고, 글을 쓴다. 2주 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게시된 홍보 영상을 접하고 처음 찾았다가 반했다고 한다.
광주광역시 동구가 설립한 도서관 ‘책정원’이 개관 한달여만여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시내버스 노선도 몇 개 없는 도심 외곽에 자리잡았는데도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책정원은 동구와 전남 화순군의 경계지역인 내남동에 지상 3층 규모로 지난해 12월26일 개관했다. 동구에서 가장 외곽인 이곳은 시내버스 노선도 3개 밖에 없는 지역이다. 접근성이 낮다보니 이용객이 많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개관 한달여가 흐른 책정원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지난 1월 26일 찾아간 책정원은 50면의 주차장이 가득 차 있었다. 아이 손을 잡은 부모부터 학생까지 이용객들도 다양했다.
도서관 내부는 기존 공공도서관과 크게 달랐다. 도서관 내부에는 책정원이란 이름에 걸맞게 다양한 식물 화분에 놓여 있었다. 높은 천장과 넓은 창문을 통한 자연 채광으로 책읽기에 좋은 환경도 만들었다.
어린이 자료실이 있는 1층은 많은 가족들로 붐볐다. 30~40여명의 아이들은 어린이 키에 맞춰 낮게 설계된 책장에서 자유롭게 책을 골라 원형이나 집 모양으로 된 장소에서 읽었다. 유아 자료실도 10여명의 아이가 매트 위에서 부모가 함께 뒹굴며 책을 읽고 있었다.
이곳에서는 부모가 아이들에게 소리내어 책을 읽어 줄 수 도 있다. 손자와 이곳을 찾은 황형민씨(67)는 “지난주 아이를 한 번 데려왔더니 또 가고 싶다고 졸라대서 다시 오게 됐다”고 말했다.
도서관 2층은 카페처럼 창가에서 책을 읽을 수 있는 널찍한 공간과 서가가 마련돼 있다. 원하는 책을 골라 바로 읽을 수 있어 독서를 하는 시민들이 많았다. 3층은 개인 소파에서 독서를 하거나 노트북을 활용할 수 있는 공간 10여개가 마련돼 있었는데 모두 꽉 차 있었다.
책정원을 찾는 사람은 하루 평균 800여명에 달한다고 한다. 이 도서관에서 대여된 책만해도 하루 평균 400여권에 이른다. 규모가 훨씬 큰 다른 공공도서관과 비슷한 수치다.
책정원의 인기에는 동구가 직접 제작해 SNS 공개한 홍보 영상도 한 몫했다. <오늘 점심?! 양식!!!> 이라는 제목으로 제작한 40초 가량의 재치있는 책정원 홍보 영상은 큰 관심을 끌었다. 지난 11일 처음 공개된 영상은 SNS에서 120만회가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동구는 ‘가족’과 ‘생태’를 주제로 도서관 고유의 기능에 집중한 것이 인기의 비결이라고 했다. 기존 도서관과 달리 전체를 오픈된 공간으로 꾸미고 서가에서 곧바로 책을 골라 읽을 수 있도록 한 점이 주요했다는 설명했다.
동구청 관계자는 “어떻게 하면 딱딱한 도서관에서 탈피하고 시민에게 다가갈 수 있을지 고민한 결과가 성과로 나타난 것 같다”고 말했다.
고귀한 기자 g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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