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는 방출생 재기의 땅이다… 200안타 역사가 다시 뛴다, 5000만원 신화 기대감

김태우 기자 2024. 2. 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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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향팀에서 새로운 마음으로 모든 것을 다시 시작하는 서건창 ⓒKIA타이거즈
▲ 서건창은 정교한 타격 능력의 부활이 기대를 모으고 있다 ⓒKIA타이거즈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10년 전까지만 해도 ‘방출’이라는 단어는 선수 경력의 끝을 의미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지금은 꼭 그렇지 않다. 어떤 팀에서 필요성이 사라졌다고 해도, 다른 팀에서는 그렇지 않을 수 있다. 많지는 않지만 방출생 재기 스토리는 매년 나온다.

KIA도 타 팀에서 방출된 선수들을 영입해 제법 쏠쏠하게 활용했던 전력이 있다. 팀 전력에 필요한 선수라면 방출생 영입에 그렇게 인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슈퍼스타급 성적을 거둔 선수들은 없지만 요소요소에서 활약하며 1군 전력에 보탬이 된 사례들이 제법 많다.

파란만장한 야구 인생 스토리로 ‘풍운아’라는 별명을 얻었던 최향남은 2004년부터 2005년까지, 그리고 2012년부터 2013년까지 KIA에서 뛰었다. 포기하지 않고 계속한 해외 도전 때문에 KBO리그 경력 중간중간에 이가 빠져 있는 최향남은 KIA에서 제법 좋은 성적을 거뒀다. 특히 2012년 입단 후 24경기에서 1승3패9세이브2홀드 평균자책점 3.98, 2013년에는 26경기에서 2승2패8홀드 평균자책점 4.45를 기록하며 나름 의미있는 기록들을 만들어냈다.

우완 최영필은 KIA의 방출생 신화 사례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선수였다. 현대와 한화에서 견실한 투수로 이름을 날렸던 최영필은 2012년 SK로 이적하지만 2년간 썩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방출됐다. 2014년 당시 최영필의 나이는 만 40세였다. 하지만 최영필은 현역을 이어 가고자 하는 의지가 강했고 당시 KIA가 영입해 결론적으로 세 시즌 반을 뛰었다.

최영필은 이적 후 첫 시즌인 2014년 40경기에서 53⅔이닝을 던지며 4승2패14홀드 평균자책점 3.19를 기록하며 건재를 과시했다. 더 이상 방출이라는 단어를 생각하지 않아도 될 정도의 반등이었다. 2015년에는 59경기에서 63이닝을 소화하며 5승2패10홀드 평균자책점 2.86으로 오히려 전성기 이상의 성적을 남겼다. 최영필은 KIA에서 4시즌 동안 155경기에 나가 175⅓이닝을 투구하며 13승7패2세이브34홀드 평균자책점 3.34라는 좋은 성적을 남긴 채 현역을 접었다. 당시 KIA 팬들 사이에서는 사실상 FA 영입이라는 찬사가 잇따랐다.

내야수 서동욱은 2016년 시즌을 앞두고 무상 트레이드 형식으로 KIA에 입단해 맹활약했다. 넥센에서는 기회가 없었지만 당시 백업 내야수가 부족했던 KIA는 보험 형식이라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 내다봤고 결과는 대박이었다. 서동욱은 2016년 124경기에서 타율 0.292, 2017년 125경기에서 타율 0.282를 기록하며 요소요소에서 쏠쏠하게 활약했다. 2018년까지 KIA에서 뛴 뒤 현역을 접었다.

▲ 방출생 신분으로 입단했으나 거의 FA급 성적을 남긴 최영필 ⓒ곽혜미 기자
▲ 경력의 위기에서 KIA에 입단해 성공적인 반등을 만들어 낸 고종욱 ⓒKIA타이거즈

가장 근래의 사례는 홍상삼과 고종욱이 있다. 유망주로 뽑혔지만 좀처럼 재능을 만개하지 못한 홍상삼은 2019년 시즌 뒤 두산에서 방출됐다. 하지만 그의 잠재력을 눈여겨봤던 KIA의 부름을 받았고, 2020년 57경기, 2021년 49경기에 나가는 등 팀 불펜에서 일익을 담당했다. 2년간 29홀드를 기록했다.

고종욱은 KIA의 성공적인 영입으로 평가되며 지금도 팀에서 뛰고 있다. 정교한 타격을 자랑하나 2021년 시즌 뒤 SSG에서 방출된 고종욱은 2022년 시즌을 앞두고 KIA가 내민 손을 잡았다. 입단 당시까지만 해도 그렇게 큰 기대가 없었으나 고비 때마다 대타 스페셜리스트로 활약하며 이제는 팀 로스터에서 없어서는 안 될 선수가 됐다. 2022년 타율 0.283, 그리고 지난해에는 결정적인 순간에 빛나는 등 114경기에서 타율 0.296을 기록하며 알토란 같은 활약을 했다. KIA가 불러주지 않았다면 현역이 그대로 끝날 수도 있었던 고종욱은 결국 FA 자격까지 행사하며 2년 5억 원에 계약했다.

이제 서건창의 차례가 될지도 관심이다. 서건창은 넥센 소속이었던 2014년 KBO리그 역사상 첫 200안타의 주인공이 되며 정규시즌 MVP까지 오른 스타 출신이다. KBO리그 1군 1256경기 통산 타율이 0.297에 이를 정도로 안타 생산 능력에서는 정평이 나 있다. 하지만 계속해서 타율과 수비력 모두가 떨어졌다. 2021년 LG가 우승 청부사로 영입했으나 기대에 못 미쳤고, 팀 내 입지는 계속 좁아져갔다. 지난해 1군 출전은 44경기에 그쳤다.

그런 서건창은 더 많은 기회를 위해 자진해 방출을 요청했고, 서건창의 겨우내 훈련 성과를 유심히 관찰한 KIA가 손을 내밀었다. 연봉 5000만 원에 인센티브 7000만 원 등 총액 1억2000만 원에 계약했다. 일단 KIA는 지출이 크지 않은 범위에서 내야에서 활용 가능한 좌타자를 하나 더 보강했다. 팀 내에서 크고 있는 내야 유망주들이 있지만 아직 상수는 아니다. 당장 우승을 위해 달려야 하는 KIA는 변수에 기댈 수는 없었다. 한편으로 김선빈 서건창이 유망주들의 성장 시간을 벌어주는 버팀목이 되길 기대하고 있다.

인센티브는 1군에서 뛰어 조건을 채워야 하는 만큼 보장된 금액은 단 5000만 원이다. 서건창은 1일부터 호주 캔버라에서 시작된 팀의 스프링캠프에 합류해 묵묵하게 땀을 흘리고 있다. 수비력은 예전보다 떨어진 게 분명하다. 결국은 자신의 장기인 타격으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 같은 값이면 젊은 선수들에게 기회를 줄 것이 유력하기에 후배들보다 더 나은 경기력이 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개인적으로도 올해 재기에 성공한다면 드디어 FA 자격 행사도 가능해진다. 고향으로 돌아온 서건창이 KIA의 방출생 성공 역사를 이어 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 캔버라 전지훈련에 참가 중인 서건창 ⓒKIA타이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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