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야’ 마동석 “피 뚝뚝 흘리며 귀가, ♥예정화 속상해하지만” (종합)[DA:인터뷰]

정희연 동아닷컴 기자 2024. 2. 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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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닷컴]
배우 마동석이 출연 겸 제작한 영화 ‘황야’에 대한 엇갈린 반응에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넷플릭스 영화 ‘황야’는 폐허가 된 세상, 오직 힘이 지배하는 무법천지 속에서 살아가는 자들이 생존을 위해 벌이는 최후의 사투를 그린 액션 블록버스터. ‘마동석표 액션’의 정수를 만날 수 있는 작품으로 ‘액션의 동반자’이자 무술 감독으로 유명한 허명행 감독의 첫 연출 데뷔작이다.

‘황야’에 출연하고 제작도 참여한 마동석은 트리트먼트(시나리오 전 단계로 영화 내용을 정리한 산문식 줄거리)를 직접 썼고 시나리오 각색도 함께 했다고. 처음부터 장르는 ‘오락 액션’, 플랫폼은 ‘OTT 영화’로 못 박고 작업했다. 때문에 액션의 수위는 한층 끌어올리고 속도감 또한 더했다.

‘황야’는 지난달 26일 넷플릭스에 공개된 지 3일 만에 비영어 영화 부문 1위, 전체 부문 2위를 기록했다. 한국을 비롯해 브라질, 이탈리아, 스페인, 프랑스, 대만 등을 포함한 총 82개 국가에서 TOP 10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마동석은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북촌로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황야’의 고무적인 성과에 대해 “운이 좋았던 것 같다. 감사할 따름”이라며 “오락적인 액션 영화라서 좋아하시는 건지 이유는 잘 모르겠다. 할리우드 감독과 배우 등에게서도 연락을 많이 받았다. 많이 봐주시고 사랑해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글로벌 반응은 뜨겁지만 국내 반응은 뜨뜻미지근하다. 개연성 부재에 대한 아쉬움이 그 이유. 디스토피아(부정적인 미래상)에 흔한 설정이 범벅된 가운데 캐릭터와 전개에 허점이 많아 몰입감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마동석 또한 이를 예상한 듯 적극적으로 해명에 나섰다. 마동석은 “영화를 만들 때 장르마다 특성이 있겠지만 이야기 위주보다는 액션을 위한 영화를 만들려고 했다. 국내 팬들도 중요하지만 전세계에 동시에 보여주는 작품이니까”라며 “각 인물들의 드라마를 디테일하게 넣고 시나리오 작업을 하니 예상 러닝타임이 3시간을 넘었다. 그래서 액션을 위해 스토리를 생략했다. 많이 쳐내고 액션 위주로 디자인했다. 게임처럼 즐길 수 있는 영화다. 타깃 층을 노리고 만들었다기보다는 이런 액션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좋아해줬으면 하는 마음으로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마동석은 “캐릭터의 관계 설정을 짙게 만들수록 기시감이 들더라. 서사를 더 집어넣으려다 보면 신파가 들어가게 되니까 최대한 배제했다. 우리도 써봤지만 안 좋아서 뺀 것”이라며 “영화를 재밌게 만들려면 장르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모든 것을 가져가려고 했으면 굉장히 마이너스가 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호불호’ 반응에 대해 “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개인 취향이지 않나. 영화 ‘압꾸정’ 기억하시냐. 압구정 사는 사람들은 그 영화를 좋아하더라. ‘황야’도 ‘범죄도시’ 시리즈도 늘 최선을 다해서 만들었다. 재밌고 재미 없고는 보는 분들의 취향”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극장 개봉한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와의 연관성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마동석은 “같은 꼭지점에서 출발했고 지질학적 세계관은 같을 수 있으나 다른 작품”이라며 “서울이 배경인 영화에 같이 남산타워가 같이 나오는 격이다. 아파트 입구는 같은 장소를 썼기 때문에 그렇게 느껴질 수 있다. 다만 ‘황야’가 먼저 개봉했으면 어땠을까 싶은 생각도 있다”고 털어놨다.

‘선택과 집중’이었기에 ‘황야’는 장점도 뚜렷하다. 액션 잘 하는 두 남자, 복싱 선수 출신 마동석과 태권도 선수 출신 허명행 감독이 뭉친 만큼 ‘오락 액션’ 하나는 끝내주게 보장한다. ‘황야’로 연출 데뷔한 허 감독은 이어 ‘범죄도시4’도 연출했다.

마동석은 허 감독의 연출 능력을 높이 평가하며 작품 행보에 대한 기대감도 드러냈다. 그는 “함께 전쟁을 열 번 정도 치른 친구 같다. 오래 전부터 연출을 잘 할 것 같다고 생각해 연출로 데뷔시키고 싶었다”며 “타이밍이 잘 맞아서 ‘황야’를 함께하게 됐다. SF 장르에서 액션을 마음껏 펼칠 수 있겠다 싶어서 제안했다”고 말했다. 이어 “액션 안에 동작만 있는 건 없다. ‘황야’에서도 수나를 구해야 한다는 드라마가 액션에 녹아 있다. 그 감정을 액션으로 표현하는 것”이라며 “허명행 감독의 액션 연출을 오래 봐왔고, 능력이 탁월한 사람이라 큰 믿음이 있다었다. 허 감독에게는 ‘황야’가 시작이지 않나. 앞으로 전세계 사람들이 더 열광할 만한 아주 좋은 영화를 만들 거라고 믿고 있다”고 덧붙였다.

국내 관객에게는 익숙할 수도, 어쩌면 새롭지 않을 수도 있지만 기존의 ‘범죄도시 마동석’ 이미지를 그대로 ‘황야’로 가져왔다. 이 또한 의도적인 선택이었다.

마동석은 “여태껏 안 했던 다른 얼굴을 가져갈 것인지, ‘범죄도시’ 같은 이미지를 그대로 출연시킬 것인지 회의를 굉장히 오래 했다. 새로운 캐릭터는 다른 영화에서 했으면 좋겠다고, ‘황야’에는 그냥 마동석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하더라. 나도 찬성했다”면서 “내 영화를 많이 본 분들은 기시감을 느낄 수 있지만 알면서도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다른 액션 스타 드웨인 존슨, 성룡 등을 예로 들며 “액션 영화를 많이 하는 분들이 가져가는 이미지가 있다. 나와 가까운 캐릭터들이 운 좋게 많이 흥행했고, 많이들 봤으니 익숙하니까 그럴 수 있다”면서 “익숙함이 더 컸다면 ‘범죄도시’ 시리즈도 안 됐을 것이다. 영화가 재밌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황야’에서 마동석은 강력한 맨손 액션뿐 아니라 다양한 종류의 무기 액션도 선보였다. ‘범죄도시2’ 빌런 강해상(손석구)의 무기였던 마체테를 비롯해 장총, 소총 등 다채로운 액션으로 오락적인 재미를 채웠다. 마동석은 “항상 액션 영화는 힘들다. 죽을 고비도 여러 번 넘겼고 부상도 워낙 많았다. 부러져서 수술도 많이 했지만 다행히 재활 덕분에 컨디션이 많이 좋아졌다”고 고백했다.

누구보다 ‘액션’에 진심인 마동석은 휴식기에도 집과 사무실, 복싱장만 오가며 늘 새로운 액션을 연구한다고. ‘범죄도시2’에서 강해상을 자동차 위에 때려눕히고 주먹을 날리는 장면을 촬영하다 부상을 입은 일화를 전하며 아내 예정화에게 미안한 마음을 드러냈다.

마동석은 “의외의 지점에서 부상이 나오니까 아내는 걱정한다. 나갔다 오면 피를 뚝뚝 흘리고 오니까…”라면서 “당시 더미를 놓고 실제로 때렸는데 자동차 유리를 같이 치게 됐다. 고무로 만든 더미라 주먹이 말려들어갔다. 커트가 나고 모니터를 보는데 주먹에서 피가 나더라”고 담담히 말했다. 아내의 반응에 대해서는 “조용히 치료해주는데 한숨을 많이 쉰다”고 전하며 미안해했다.

마동석은 화제를 모은 각종 SNS도 예정화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며 “덕분에 웃는다는 팬들의 이야기를 듣고 자주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영화를 만드는 감정과 비슷한 것 같다. 보는 시간만이라도 스트레스를 해소하셨으면 하는 마음으로 하고 있다. 사실 나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며 웃었다.

마지막으로 마동석은 “한국을 액션의 본거지로 만들고 싶다”고 원대한 포부를 드러냈다. 그는 “맨손 액션은 할리우드보다 한국의 액션 팀이 경험이 훨씬 더 많다. ‘황야’에서도 마체테를 들고 여럿이 싸우는 장면을 촬영할 때 좁은 공간에서 와이어를 단 채 사이사이 비집고 액션을 해야 했다. 외국 팀은 4주 걸리는 촬영을 우리는 이틀 만에 찍었다니까 다들 놀라더라”고 밝혔다. 마동석은 예산 대비 높은 수준에 반응이 뜨거웠다면서 “가능하면 조금 더 큰 예산으로 ‘황야’를 제대로 보여주고 싶다. 더 멋있고 더 재밌게 만들 수 있다. ‘황야’의 세계관을 이어나갈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도 메이저리그로 만들 수 있는 능력이 있다. 할리우드 배우들이 우리나라에 와서 같이 찍을 수 있지 않나. 한국 액션을 전세계에 보여주고 싶다”고 전했다.

정희연 동아닷컴 기자 shine2562@donga.com 사진제공|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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