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래종·쓰레기도 방치…위기의 장항습지

이슬기 2024. 2. 3. 0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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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기후위기 시대, '탄소 저장고' 역할을 하는 습지는 소중한 환경 자원으로 꼽히지만, 쉽게 훼손되기 일쑵니다.

그런데 높은 생태가치를 인정받아 유네스코 람사르 습지로 지정된 한강하구의 장항습지가 외래종 등의 위협으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이슬기 기자가 현장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바다와 강물이 만나는 한강 하구에 자리 잡은 장항습지.

금개구리 등 멸종위기종을 비롯해 수백 종의 생물이 살고 있는 생태계의 보고입니다.

[김석원/경기도 고양시청 환경정책과 : "버드나무와 말똥게가 공생하고, 겨울철에는 재두루미, 기러기 등 많은 철새들이 서식하는…"]

그 가치를 인정받아 3년 전 람사르 습지에 등록됐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곳곳에서 외래종 가시박이 눈에 띕니다.

습지 생태계를 보호하는 버드나무를 휘감아 고사시키고 있습니다.

[김창환/전북대 생태조경디자인학과 교수 : "자연 식생들을 덮고 있으면 고사가 돼요. 그것들이 죽어서 퇴적되고 광합성도 잘 안 되고 그러면 습지 기능이 변할 거 아니에요."]

습지의 젖줄인 갯골에는 강에서 밀려온 쓰레기가 가득합니다.

습지가 훼손되면서 한때 60여 마리까지 늘었던 천연기념물 재두루미는 10여 마리로 줄었습니다.

관리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람사르 습지로 지정된 지 불과 한 달 만에 유실지뢰가 터지는 사고가 나면서, 안전 관리 책임이 어디에 있는지 기관들끼리 다투고 있기 때문입니다.

[박평수/사회적협동조합 '한강' 지부장 : "여러 형태의 관리가 이뤄지다가 지뢰 폭발 사고 이후에는 모든 게 정지되어 있는 상태입니다."]

습지를 관리하는 한강유역환경청은 안전 문제는 관할 지자체인 고양시가 챙겨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반면, 고양시는 안전 문제까지 포함한 관리 책임이 한강유역환경청에 있다고 맞서고 있습니다.

두 기관의 갈등 속에 장항습지는 날이 갈수록 훼손되고 있고, 국비 등 47억 원을 들여 지은 생태관은 1년 넘게 문을 열지 못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이슬기입니다.

촬영기자:김경민/영상편집:고응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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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기 기자 (wakeup@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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