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한 계절, 식탁에 플라스틱 요리가 나왔다 [황덕현의 기후 한 편]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2024. 2. 3.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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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는 인류의 위기다.

문화 속 기후·환경 이야기를 통해 기후변화에 대한 관심을 끌고, 나아갈 바를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한다.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는 지난봄 '2040년이면 기후변화 마지노선인 1.5도를 넘길 것'이라고 밝혔으나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지금은 전 인류가 다함께 '탄소 배출을 줄여서 기후위기를 막자'고 외칠 수 있지만, 희망이 사라질 정도로 기후변화가 선을 넘으면 전부 자기 살기 바빠지지 않겠냐는 데서 비롯된 암울한 상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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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없는 여름'…못 먹을 요리만 제공해 암울한 미래 공유
유엔식량기구 "2055년까지 식량자원 종자 22% 멸종"

[편집자주] 기후변화는 인류의 위기다. 이제 모두의 '조별 과제'가 된 이 문제는, 때로 막막하고 자주 어렵다. 우리는 각자 무얼 할 수 있을까. 문화 속 기후·환경 이야기를 통해 기후변화에 대한 관심을 끌고, 나아갈 바를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한다.

창작극 '밤이 없는 여름'의 한 장면. 먹을 수 없는 음식만 제공됐다. ⓒ 뉴스1

(서울=뉴스1)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 겨울치고 온화한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눈이 폭탄처럼 퍼붓거나, 이따금 북극 냉기가 한반도를 내침하면 '겨울인 게 맞구나' 하는 생각을 하지만 차가움이 살갗으로 느껴지는 날이 전보다 줄어든 게 사실이다.

이런 기상상황이 3년 만의 엘니뇨 때문일지, 기후변화 때문일지는 이 계절이 지난 뒤에서야 분석으로 알 수 있다는 게 환경부나 기상청 설명이다.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는 지난봄 '2040년이면 기후변화 마지노선인 1.5도를 넘길 것'이라고 밝혔으나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극한의 날씨를 미리 느껴볼 수는 없을까. 예술 단체 '섬우주'는 지난여름 신촌문화발전소에 올린 창작극 '밤이 없는 여름'을 통해 관객을 미래의 계절로 초대했다.

연극은 관객이 4개의 코스 요리를 체험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짙은 그늘'에서 시작해 눈의 맛, 검은 빙하, 하얀 밤이라는 코스가 제공됐는데 모두 먹을 수 없는 음식이 나왔다.

플라스틱 해초 요리와 모래로 만들어진 케이크가 나왔고, 음료에는 검은색 물감을 푼 알 수 없는 액체가 등장했다. 관객들은 제공된 음식을 하나도 먹을 수 없었다.

분위기도 우울했다. 검은 벽으로 둘러싸인 공간에 검은 탁자 앞에 모여 앉아 배경음악은 당장 귀신이 나올 것 같은 스산함에 간간이 동물이 울부짖는 소리가 들렸다.

창작극 '밤이 없는 여름' 포스터 ⓒ 뉴스1

연극을 총괄 기획한 전강희 작가는 '우울한 미래'를 상상해 봤다고 했다. 지금은 전 인류가 다함께 '탄소 배출을 줄여서 기후위기를 막자'고 외칠 수 있지만, 희망이 사라질 정도로 기후변화가 선을 넘으면 전부 자기 살기 바빠지지 않겠냐는 데서 비롯된 암울한 상상이다.

먹거리의 '멸종'은 전 작가의 상상만의 일은 아니다. 앞서 써브웨이와 맥도날드 등 프랜차이즈가 겪은 '양상추 실종사건'처럼 변화하는 날씨는 먹거리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유엔식량농업기구(UNFAO)는 '세계 식량·농업 유전자 자원 조사' 보고서를 통해 2055년까지 땅콩과 토마토, 콩 등 중요 식량자원의 야생 종자 22%가 멸종할 것으로 분석했다.

전 작가는 "비를 기다리고, 눈을 고대하던 게 설레는 추억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계속 지구가 뜨거워지며 비나 눈이 내리는 일이 신화처럼 먼일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따뜻해서 좋긴 하지만, 계속 따뜻해서는 안 될 것 같은 한겨울의 우려다.

황덕현 사회정책부 기자 2022.2.21/뉴스1 ⓒ News1

ac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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