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갈 수 있으면 가!" 적극추천…ML 3할 타자의 '결단' 이끌어낸 '前 롯데' 복덩이 외인의 한마디 [MD괌]
[마이데일리 = 괌(미국) 박승환 기자] "마차도의 말을 믿고 롯데로 왔다"
롯데 자이언츠는 지난해 외국인 타자들로 인해 골머리를 앓았다. 2022년 DJ 피터스의 대체 외국인 선수로 롯데 유니폼을 입고 '효자' 노릇을 해왔던 잭 렉스는 고질적인 무릎 부상으로 인해 제 기량을 펼치지 못한 채 짐을 싸게 됐고, 후반기 반등을 위해 야심차게 영입한 니코 구드럼마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특히 구드럼은 단 한 개의 홈런도 치지 못했고, 수비에서는 메이저리그 골드글러브 최종 후보로 선정됐던 선수라고는 보기 힘들 정도로 아쉬운 모습이 이어졌다.
2023년 겨울 롯데의 새로운 사령탑으로 부임하게 된 김태형 감독은 지난해 마무리캠프에서 취재진과 인터뷰 당시 '좌승사자' 찰리 반즈와 '사직 예수' 애런 윌커슨과는 재계약 의사를 드러냈지만, 구드럼과는 결별을 암시했다. 사령탑은 "투수 두 명은 일단 제구가 좋고, 경기 운영이 된다. 이 두 선수보다 월등히 좋은 선수가 있다면 모르겠지만, 지금 반즈와 윌커슨은 가장 안정적이라고 본다"면서도 "외국인 타자는 고민하지 않고 바꾸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태형 감독은 희망하는 외국인 타자의 유형에 대해 묻자 "아무래도 외국인 타자의 경우 컨택 능력도 좋아야겠지만, 장타력이 첫 번째"라고 말했다. 그리고 롯데는 지난해 12월 17일 빅터 레예스와 총액 95만 달러(보장금액 70만 달러, 인센티브 25만 달러)의 계약을 체결했다. 롯데는 "레예스는 외야 전 포지션이 가능한 선수"라며 박준혁 단장은 "레예스가 보여준 운동 능력과 야구에 집중하는 태도를 통해 팀 타선의 중심 역할을 해주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레예스는 메이저리그를 즐겨 보는 이라면 한 번은 이름을 들어봤을 선수다. 애틀란타 브레이브스와 국제 아마추어 계약을 맺고 프로 무대를 밟은 레예스는 마이너리그 시절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로 트레이드가 된 후 지난 2017년 룰5 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1순위로 디트로이트 타이거즈의 지명을 받았다. 그리고 2018년 처음 빅리그의 부름을 받고 2022시즌까지 뛰었다.
레예스는 데뷔 첫 시즌에는 100경기에서 타율 0.222 OPS 0.527로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모습이었으나, 이듬해 69경기에 나서 84안타 3홈런 25타점 타율 0.304 OPS 0.767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코로나19로 단축시즌이 열린 2020년에는 57경기에 나서 56안타 4홈런 14타점 타율 0.277 OPS 0.706의 성적을 남기는 등 빅리그에서 자리를 잡아나갔다. 하지만 매년 조금씩 성적이 하락하기 시작했고, 2022시즌을 끝으로 빅리그에서 자취를 감췄다.
레예스는 디트로이트와 동행에 마침표를 찍은 뒤 2023년에는 시카고 화이트삭스 유니폼을 입었고, 산하 트리플 A에서 홈런 20개를 기록하는 등 경쟁력이 있는 모습을 보여준 끝에 중·장거리 외야수를 물색하고 있던 롯데의 레이더에 포착됐다. 그리고 지난 1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괌 데데도 스포츠 컴플렉스에서 열린 2024년 롯데 스프링캠프에 합류했다.
KBO리그 팀에서 처음 치르는 스프링캠프는 어땠을까. 2일 모든 훈련이 끝난 뒤 취재진과 만난 레예스는 "괌에 도착했을 때부터 컨디션이 좋았는데, 훈련을 하면서 조금씩 컨디션이 더 좋아지는 것 같다. 다만 괌의 날씨는 솔직히 이상한 것 같다. 해가 떴다가 갑자기 비가 내리고, 바람도 많이 분다. 하지만 훈련을 하는데는 전혀 지장이 없다. 선수들도 반갑게 인사 해주고, 너무 잘해주고 있다"고 미소를 지었다.
빅리그에서 5시즌이나 뛰었던 만큼 미국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갈 수도 있었던 레예스다. 하지만 KBO리그행을 택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그는 "항상 KBO리그에서 경기를 해보고 싶다, 경험을 쌓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다. 그런데 마침 롯데에서 기회를 줬고, 곧바로 승낙하게 됐다. 내게는 올해가 굉장히 좋은 경험이 될 것 같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특히 레예스가 KBO리그행을 택한 배경에는 딕슨 마차도의 존재가 있었다.
마차도는 지난 2020년 롯데와 손을 잡은 뒤 2시즌 동안 278경기에 출전해 266안타 17홈런 125타점 타율 0.279의 성적을 남겼다. 마차도는 롯데 유니폼을 입고 뛰는 동안 내야를 탄탄하게 지켜내는 등 롯데 팬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았다. 다만 2021시즌이 끝난 뒤 롯데가 새로운 유형의 외국인 선수의 영입을 희망하게 되면서 동행은 2년 만에 마침표를 찍게 됐다.
레예스는 "KBO리그에서 뛰었던 친구들이 'KBO리그에 가면 네게 엄청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가서 즐겨라'라는 조언을 해줬다. 특히 딕슨 마차도는 '롯데에 갈 수 있으면 가라. 네게 정말 좋은 경험이 될 것'이라는 조언을 굉장히 많이 해줬다. 마차도는 디트로이트 시절부터 지금까지도 친구로서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그래서 흔쾌히 마차도의 말을 믿고 롯데에 오게 됐다"고 말했다.
레예스를 오래 지켜보지 못했지만, 김태형 감독의 평가는 나쁘지 않았다. 사령탑은 "레예스는 영상을 봤는데 기본적으로 메카닉이 좋다. 장거리 타자는 아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스윗스팟에 공이 맞으면 충분히 담장을 넘길 수 있을 것 같다. 첫 단추를 어떻게 꿰느냐가 중요하지만, 컨택 능력이 좋다. 타선의 중심에서 레예스의 역할이 크다"며 수비에 대해서는 "햄스트링이 조금 좋지 않다고 하는데, 기본적인 틀은 중견수를 생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레예스는 롯데에서는 29번의 번호를 사용한다. 29번은 '원클럽맨'으로 KBO리그 통산 117승을 수확한 '레전드' 윤학길이 달았던 번호. 영구결번으로 지정되지는 않았지만, 롯데에서는 영구결번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상징성이 있는 번호다. 당초 레예스는 22번을 사용하기를 희망했으나, 롯데 선수단에 남은 번호가 없었던 만큼 레예스는 두 번째로 좋아하는 29번을 달게됐다. 그는 "레전드가 달았던 번호인 것은 전혀 몰랐다. 그저 29번이 좋아서 달게 됐다. 가장 좋아하는 숫자는 22번인데, 다른 선수가 사용하고 있다고 하더라. 그래서 두 번째로 좋아하는 29번을 달았다"고 전했다.
하루빨리 한국에서 경기를 갖고 싶은 레예스다. 그는 응원가에 대한 질문에 "나는 음악을 다 좋아한다. 살사, 레게, 발라드, 신나는 음악 모두 좋다. 영상을 통해 부산 팬들의 열성적인 응원을 봤는데, 하루 빨리 시즌이 시작됐으면 좋겠다. 실제 피부로 느껴보고 싶다"며 "나는 승부욕이 굉장히 강하고, 굉장히 공격적인 선수다. 지는 것을 굉장히 싫어한다. 그리고 좌·우 투수를 가리지 않고 편하게 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매일 최선을 다해서 팀의 승리에 도움을 주는 선수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1995년생인 레예스는 이제 전성기가 시작되는 선수라고 봐도 무방하다. 그렇기에 KBO리그에서 좋은 성적을 바탕으로 언제든 빅리그로 돌아갈 수 있다. 메이저리그에서만 5시즌을 뛰었던 레예스가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KBO리그에서 성공을 거둘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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