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3일!] 치마에 옥새 숨겼지만… 비운의 대한제국 마지막 황후

김인영 기자 2024. 2. 3. 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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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6년 2월3일.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후였던 순정효황후가 별세했다.

역사적으로 명성황후가 순정효황후에 비해 눈에 띄는 것은 사실이지만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후의 자리를 지켰던 이는 순정효황후였다.

그러나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후였던 순정효황후는 끝까지 황후의 자존심을 지키며 일제 탄압 속에서도 나라를 구하고자 노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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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속 오늘] 순정효황후의 마지막 날
1907년쯤 입궁한 대한제국의 처음이자 마지막 황후인 순정효황후의 모습. /사진=미국 의회도서관
1966년 2월3일.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후였던 순정효황후가 별세했다.

한국사에서 대한제국과 황후라는 단어만 본다면 명성황후가 떠오를 것이다. 하지만 한국사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생전에 황후로 책봉된 이는 순정효황후가 유일하다. 역사적으로 명성황후가 순정효황후에 비해 눈에 띄는 것은 사실이지만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후의 자리를 지켰던 이는 순정효황후였다.

조선의 끝자락에서 탄생한 대한제국은 암울한 시기를 보냈다. 대한제국의 역사는 일제 탄압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특히 고종의 헤이그특사 작전이 실패한 뒤 황위에 오른 순종은 일제로부터 굴욕을 당했다.

순종의 계후인 순정효황후는 한국사에서 큰 역할을 했다고 보긴 어렵다. 그러나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후였던 순정효황후는 끝까지 황후의 자존심을 지키며 일제 탄압 속에서도 나라를 구하고자 노력했다.

그 일화로 1910년 경술국치 사건을 들 수 있다. 당시 친일 대신들이 순종에게 한일합방조약을 강요했고 이에 순정효황후는 옥새를 치맛자락에 숨겨 강제조약을 막으려 했으나 실패했다. 순정효황후의 큰아버지인 친일파 윤덕영이 옥새를 빼앗아 한일합방조약을 체결한 것이다. 이 사건 뒤로도 순정효황후는 독립운동에 도움을 주며 나라를 되찾으려 애썼다.



조선시대부터 5·16까지… 韓 근현대사 모두 겪은 인물


순종과 순정효황후는 20세의 나이 차이에도 사이가 원만했다. /사진=한미사진미술관 제공
순정효황후는 조선시대와 대한제국, 일제강점기, 6·25전쟁, 4·19혁명, 5·16군사정변까지 말 그대로 대한민국 근현대사를 모조리 겪은 인물이다.

조선말기인 1894년 9월7일 경기 양평군에서 태어난 순정효황후는 해평 윤씨 사람으로 순종의 첫번째 아내였던 황태자비 민씨가 1904년 세상을 떠난 뒤 1907년 1월24일 순종과 가례를 올렸다. 당시 순종은 34세, 순정효황후는 14세였다. 무려 20세나 차이가 났지만 역사학자들은 두 사람의 사이가 원만한 편이었다고 전했다.

일제강점기를 겪고 해방된 후 순정효황후는 낙선재에 거주했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 후 초대 대통령이었던 이승만의 구황실 박대로 인해 순정효황후는 6·25전쟁 당시 서울 시민과 함께 인민군 치하의 서울에 남겨졌다. 그러다 1951년 1·4후퇴 때 비행기로 부산에 있는 경남지사 관사로 피난갔다.

6·25전쟁이 끝나고 4·19혁명으로 이승만 정권이 무너진 1960년 5월15일 순정효황후는 낙선재로 다시 돌아왔다. 순정효황후는 대한제국 마지막 황태자비 이방자 여사(1963년 귀국), 고종의 고명딸 덕혜옹주(1962년 귀국)와 함께 낙선재에서 생활했다. 순정효황후는 외국어, 피아노, 예술에 능했고 개방적인 태도를 지닌 황후로 평가받았다.

순정효황후는 1966년 2월3일(향년 72세) 창덕궁 낙선재의 석복헌에서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다. 같은해 2월6일 종묘와 유릉에 황후 승하 고유제를 지냈으며 2월13일 창덕궁에서 발인한 뒤 남편 순종이 잠든 유릉에 합장됐다.

김인영 기자 young92@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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