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종료 휘슬 울리자 펑펑… 팬들 울컥하게 만든 손흥민 표정
심판의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자 손흥민(32·토트넘)은 9년 전 그날처럼 펑펑 울었다. 대신 눈물에 담긴 의미는 달랐다. 스물셋 막내였던 그때의 손흥민은 패배가 분해서, 캡틴이 된 오늘의 손흥민은 승리에 안도해서 울었다.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이 3일 호주와 맞붙은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8강전에서 2대 1로 승리했다. 9년 전 같은 대회 결승전에서 호주에 석패하고 준우승에 머물러야 했던 아픔을 그대로 되갚았다. 그러자 팬들은 경기 후 손흥민이 보인 표정에 주목하며 “승리의 감동이 배가 된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날 경기 양상은 9년 전과 매우 비슷하게 흘러갔다. 전반 42분 호주에게 선제골을 내준 뒤 후반 추가 시간에 만회했다. 손흥민이 얻어낸 페널티킥을 황희찬이 성공시켰다. 그렇게 끌고 간 연장전. 마지막 해결사 역시 손흥민이었다. 연장 전반 14분 이번에는 황희찬이 페널티라인 바로 앞 프리킥을 따냈고 손흥민이 왼쪽 골망을 흔들며 그림 같은 골을 만들었다.
2015년 1월 31일, 9년 전 그날은 어땠을까. 마찬가지로 한국은 전반 45분 호주에게 골을 허용했다. 그리고 후반 종료 직전 우리의 극적 동점골이 터져 나왔다. 주인공은 손흥민이었다. 이어진 연장전. 역시 연장 전반 15분에 골이 나왔다. 하지만 결국 웃은 건 호주였다.
똑같은 상대와 똑같은 스코어. 지켜보던 팬들은 그때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특히 여전히 기억 속에 또렷이 남아 있는 건 풀타임 출전한 손흥민의 표정이다. 당시 손흥민은 경기에서 진 뒤 그라운드에 누워 두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그리고는 서럽게 울었다.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고 코끝은 빨갰다.
이날 손흥민 역시 울음을 터뜨렸다. 경기가 끝나자마자 그라운드에 엎드려 눈물을 쏟았다. 그러나 9년 전과는 다르게 이내 고개를 들어 웃음을 보였다. 가장 눈에 띈 건 손흥민이 기쁨의 눈물을 보이자 가장 먼저 달려와 등을 토닥여준 차두리(44) 코치의 모습이었다.
2015년 손흥민이 대표팀 은퇴를 앞뒀던 차두리 품에 안겨 아이처럼 울었기 때문이다. 당시 손흥민은 인터뷰에서도 “형들에게 미안하고 팬들에게 미안하다. 특히나 이번 대회를 마지막으로 은퇴하는 두리 형에게 미안하다”고 말했었다.
동료에게 패배의 미안함을 전했던 손흥민은 이번에도 역시 동료를 먼저 챙겼다. 그는 “모든 선수의 희생과 도전 정신에 감명받았다. 모두가 칭찬받을 자격이 있다”며 “제가 할 수 있는 게 많이 없었는데, 선수들이 도움을 줬다. 그래서 좋은 장면을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손흥민은 9년 전 그날처럼 다시 한번 우승을 노린다. 먼저 꺾어야 할 준결승 상대는 요르단이다. 조별리그에서 한 차례 만나 2대 2로 비긴 바 있다. 운명의 4강전은 오는 7일 0시에 치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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