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주장의 품격' 손흥민 "2연속 연장? 나라 위해 뛴다...힘들단 건 핑계"[오!쎈 알와크라]
[OSEN=알와크라(카타르), 고성환 기자] "나라를 위해 뛰는 데 힘들다는 건 핑계다. 어떤 핑계, 어떤 힘듦, 어떤 아픔도 필요 없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3일 0시 30분(이하 한국시간) 카타르 알와크라 알자누브 스타디움에 열리는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8강전에서 연장 혈투 끝에 2-1로 승리하며 4강 진출에 성공했다.
이번에도 기적 같은 승리였다. 한국은 전반 42분 황인범의 패스 실수로 선제골을 내주며 끌려갔다. 후반전에도 계속해서 공을 쥐고 몰아쳐 봤지만, 소득을 얻지 못했다.
탈락이 눈앞이던 후반 추가시간 4분 드라마가 펼쳐지기 시작했다. 손흥민이 상대 태클에 걸려 넘어지며 페널티킥을 얻어냈고, 황희찬이 강하게 차 넣으며 1-1 동점을 만들었다.
연장전에서도 황희찬과 손흥민이 차이를 만들었다. 연장 전반 12분 황희찬이 박스 바로 바깥에서 프리킥을 얻어냈고, 손흥민이 환상적인 오른발 슈팅으로 골망을 갈랐다. 한국은 더 이상 실점하지 않으면서 4강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사우디아라비아전에 이어 두 경기 연속 추가시간의 마법을 쓴 클린스만호다.
이로써 손흥민은 9년 전 아픔을 조금이나마 씻어냈다. 한국은 지난 2015 호주 대회 결승에서 호주에 1-2로 패하며 눈앞에서 트로피를 놓쳤다. 손흥민이 후반 종료 직전 동점골을 터트리며 승부를 연장까지 끌고 갔으나 결국 무릎 꿇었다.
당시 막내였던 손흥민은 경기가 끝나자 차두리에게 안겨 눈물을 펑펑 쏟았다. 이제 주장이 된 그는 경기를 앞두고 "마음이 아팠다.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 잘 준비하겠다"라고 다짐했고, 자기 손으로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손흥민은 이번에도 종료 휘슬이 울리자 눈물을 쏟아내며 차두리 코치의 위로를 받았지만, 이번에는 아쉬움이 아닌 기쁨의 눈물이었다.
경기 후 손흥민은 "너무나 어려운 경기였다. 경기력이 썩 만족스럽지 않지만, 결과를 가져왔다는 게 중요하다. 양 팀 모두 공수 양면에서 좋은 경기를 펼쳤다. 팀으로서 좋은 결과를 얻어 기쁘다. 준결승에 진출해서 기쁘다. 준결승이 목표는 아니지만, 최종 목표를 이루기 위해 다음 경기에서도 좋은 경기 펼치겠다"라고 승리 소감을 전했다.
■ 다음은 손흥민과 일문일답.
- 경기 소감.
너무나 어려운 경기였다. 경기력이 썩 만족스럽지 않지만, 결과를 가져왔다는 게 중요하다. 양 팀 모두 공수 양면에서 좋은 경기를 펼쳤다. 팀으로서 좋은 결과를 얻어 기쁘다. 준결승에 진출해서 기쁘다. 준결승이 목표는 아니지만, 최종 목표를 이루기 위해 다음 경기에서도 좋은 경기 펼치겠다.
- 페널티킥 장면에서 황희찬과 이야기를 나눴고, 황희찬이 키커로 나섰다. 미리 논의된 사안이었는지.
PK 상황에서 내가 1번 키커인건 변함 없다. 그 상황에서 피지컬적으로 힘들기도 했고, 희찬이가 자신 있게 차고 싶다고 했다. 희찬이도 팀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그런 어려운 상황에서 '스텝업'해서 골을 넣었다. 누가 넣느냐보단 골을 넣는 게 중요하다. 희찬이가 골을 넣으면서 팀에 도움을 줄 수 있어 고맙다.
- 측면에서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준 것 같다.
PK 얻는 장면을 보면 측면에서 만든 게 아니다. 중앙에서 측면으로 밀고 나갔다. 사실 내가 원하는 포지션, 잘하는 포지션도 중요하지만, 다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감독님이 어디를 맡기시든 내가 가장 잘 맞는 자리를 찾아갈 수 있다. 주변에 워낙 능력 있는 선수들이 있기 때문에 이런 플레이를 할 수 있다. 다행이다.
- 계속 어려운 경기를 하다가 승리하면서 '좀비 축구'라는 별명이 붙었다.
일단 어떤 축구를 하든 이기는 게 가장 중요하다. 사실 '좀비 축구다' 이런 걸 떠나서 팀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정신이 팀을 더 단단하게 뭉치게 하는 계기인 것 같다. 이런 경기로 인해 믿음이 더 강해진다. 연장전에 가면 지치는데 우리 선수들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다 해주고 있다. 우리 팀은 하나로 뭉쳐있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 경기 앞두고 엔지 포스테코글루 토트넘 감독에게 메시지 받은 게 있는지.
포스테코글루 감독님과는 문자를 주고받고 있다. 토트넘 경기 전에는 내가 행운을 빈다고 보낸다. 감독님께서도 매 경기를 앞두고 고마운 문자를 보내주신다.
- 2015년 호주에 패하면서 준우승했다. 오늘 동기부여가 됐는가. 복수했다고 생각하는지.
복수라기보다는 축구의 일부라고 생각한다. 2015년엔 마음이 너무 아팠다. 좋은 기회를 놓쳐서 누구보다 마음이 아팠다. 그런 경기들, 경험들을 통해 축구선수, 사람으로서 성장해 왔다. 꼭 그것 때문에 이기고 싶었다기보단, 나와 팀이 생각하는 목표만 생각하고 경기에 임했다.
- 두 경기 연속 120분 혈투를 치렀다. 컨디션은 어떤가. 어려운 경기를 하면서도 이기는 원동력은 뭔가.
내가 축구선수를 하면서 이렇게 연장전을 2번 연속 치른 적이 한 번도 없는 것 같다. 힘들다기보단 이런 상황을 정신력으로 이겨야 하는 게 토너먼트의 묘미고 일부인 거 같다. 나라를 위해 뛰는 데 힘들다는 건 핑계다. 이젠 정말 토너먼트에서 4팀만 남았고, 하나의 우승컵을 위해 싸운다. 어떤 핑계, 어떤 힘듦, 어떤 아픔도 필요 없다. 오로지 한 가지 목표를 가지고 뛰어갈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말씀드리고 싶은 게 있다. 경기에 뛰는 선수들이 상당히 많은 스포트라이트와 관심을 받는다. 오늘만큼은 함께 뛰지 못한 선수들에게 관심을 보내주시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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