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청난 4' vs '별로 3'…우열 갈리는 빅테크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2월 2일 금요일>
2일(미 동부시간) 아침 미국의 1월 고용보고서가 발표되자 모두 깜짝 놀랐습니다. 통계 잘못, 조작을 거론할 정도로 믿기 어려운 뜨거운 고용 데이터였습니다. 금리는 폭등했고 미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다시 4%를 돌파했습니다. 시장의 3월 금리 인하 기대는 뚝 떨어졌습니다. 그래도 뉴욕 증시는 올랐고 S&P500 지수는 사상 최고 기록을 또 다시 갈아치웠습니다. 메타가 20% 넘게 오르는 등 인공지능(AI) 중심의 빅테크가 시장을 굳건히 지켰습니다.
오전 8시 30분 발표된 1월 신규고용은 전월 대비 35만3000건 증가한 것으로 나왔습니다. 지난해 1월(48만2000건) 이후 1년 만에 가장 큰 증가 폭입니다. 월가 예상 18만 건을 훨씬 상회합니다. 게다가 지난 12월 수치도 기존 21만6000건→33만3000건으로, 11월 수치는 기존 17만3000개→18만2000개로 상향 조정됐습니다. 이전 두 달간 12만6000개가 더 늘어난 것입니다. 이로 인해 3개월 평균은 2023년 4월 이후 최고인 28만6000건까지 올라갔습니다.
민간분야 고용이 31만7000개 증가했고 서비스 업종에서 28만9000개, 상품 분야에서 2만8000개 증가하는 등 대부분 업종에서 증가세가 골고루 나타났습니다.
노동시장이 뜨겁다 보니 시간당 급여도 전월 대비 0.6%, 전년 대비 4.5%나 올랐습니다. 예상치 0.3%, 4.1%를 크게 넘을 뿐 아니라 지난 12월의 0.4%, 4.3%보다 더 높아진 것입니다. 4.5%는 작년 9월 이후 최고 수준입니다.
제롬 파월 의장은 지난 수요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기자회견에서 서비스 분야에서 디스인플레이션을 보고 싶다고 했는데, 이 보고서를 보면 오히려 인플레이션이 가속하고 있음이 나타난 것이죠.
평균 노동 시간이 0.2시간 줄어든 게 이 보고서에서 발견된 거의 유일한 약점이었습니다. 이는 1월 나쁜 날씨 탓으로 분석됐습니다. 실업률은 전월과 같은 3.7%(소수점 아래까지 따지면 3.661%)로, 예상 3.8%를 밑돌았습니다. 노동시장 참여율은 62.5%로 전월과 변동이 없었습니다. 작년 11월의 62.8%보다 낮은 수준이죠.
피치는 "한 달 35만 개의 일자리 증가는 노동시장의 추가 냉각과 전혀 부합하지 않는다. 특히 노동시장 참여율이 더 높아지지 않고 있으므로 명목 임금 증가율은 인플레이션이 지속해서 2%에 도달하는 수준으로 떨어지지 않을 위험을 높인다. 이렇게 빡빡한 노동시장에서 0.6% 비율로 임금이 증가하는 것은 Fed에게 큰 문제"라고 분석했습니다.
웰스파고는 "고용 시장은 점점 더 견고한 기반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1월에는 탄탄한 고용 증가 외에도 산업 전반에 걸쳐 고용 증가 폭이 확대되었고 평균 시간당 소득 증가율도 예상의 두 배에 달했다. 오늘 고용보고서는 3월 금리 인하가 불가능하다는 시각을 뒷받침한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누빈의 사라 말릭 CIO는 "시간당 평균 소득이 0.6%나 증가하면서 디스인플레이션 추세에 찬물을 끼얹었다. Fed의 금리 인하는 하반기로 미뤄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그렇게 된다면 빅테크 실적도 다 나온 상황에서 당분간 시장을 추가로 상승시킬 촉매제를 찾기 어렵다"라고 말했습니다.
데이터가 나온 뒤 뉴욕 채권 시장에서 금리는 폭등했습니다. 기준금리를 좇는 2년물은 거의 20bp 가까이 뛰었습니다. 또 3월 금리 인하 베팅은 10%대 후반으로 떨어졌습니다. 어제만 해도 38%에 달했었지요. 또 어제까지 90%를 넘었던 5월 인하 베팅도 60~70%대로 후퇴했습니다. 시장이 예상하는 올해 금리 인하 폭도 138bp에서 113bp까지 내려왔습니다.
이번 주 발표된 실업급여 청구 건수, ADP 1월 민간고용, 4분기 고용비용지수(ECI), 미 공급관리협회(ISM)의 1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에서의 고용 등은 모두 노동시장이 조금씩 둔화하고 있음을 보여줬습니다. 하지만 1월 고용보고서는 완전히 달렸죠. 블랙록의 릭 리더 채권 최고투자책임자는 "1월 신규고용 35만3000개 증가, 구인이직보고서(JOLTS)의 채용공고 증가, 임금 상승률 등을 보면 노동시장이 (내년에는 둔화할 가능성이 있지만) 조만간 문제에 봉착할 가능성이 없다는 점을 시사한다"라고 밝혔습니다.
일부에선 이번 보고서를 믿을 수 없다는 말이 나왔습니다. 고용보고서 조사는 가계조사와 기업조사를 통해 산출되는데, 가계조사를 보면 취업자는 3만1000명 감소했습니다. UBS는 "가계 데이터는 기업조사보다 신뢰성이 떨어진다고 생각하지만, 최근 신규고용 데이터가 실제 일자리 증가를 과대평가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또 고용과 임금이 대폭 증가할 정도로 노동 수요가 많은데, 근무 시간은 주당 34.1 시간까지 줄었다는 것도 이상합니다. 이는 과거 불황 수준이기 때문입니다. 블랙록의 리더 CIO는 "소득 증가는 이 보고서에서 암시하는 것만큼 강력하지 않을 것"이라며 "시간당 평균 임금 상승률은 분모에 의해 잘못된 것으로 보이며, 1월 기상악화로 인해 근로시간이 약화하였을 가능성이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악천후로 인해 보고된 평균 근무 시간이 줄어들었고 결과적으로 계산상 시간당 소득이 늘어났을 것이라는 겁니다. 실제 보고서를 보면 악천후로 출근하지 못한 사람이 58만 명에 달한 것으로 나타납니다. 골드만삭스는 "시간당 임금은 나쁜 날씨로 인해 급등할 수 있다"라면서 여전히 오는 5월에 Fed가 처음으로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르네상스 매크로의 닐 두타 이코노미스트는 "이 보고서의 핵심 내러티브는 경제가 탄탄하기 때문에 Fed가 완화로 정책을 바꿔야 한다는 긴박감을 덜 느낄 것이고 좀 더 시간 여유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이라며 "5월에 금리를 내릴 것 같지 않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주당 근무 시간이 감소하는 가운데 지금 경제 성장은 계속되고 있다. 즉 애틀랜타 연방은행 GDP나우는 1분기 성장률을 4.2%로 추정하는데, 이를 해석하면 시간당 생산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뜻이고 단위 노동비용이 낮다는 걸 의미한다. 이는 기업 이익 측면에서 긍정적인 얘기"라고 말했습니다. 사실 1월 고용에서 보듯 경기가 좋고 기업 이익이 괜찮다면 Fed가 금리를 늦게 내려도 됩니다.
고용보고서는 전반적으로 투자 심리를 냉각시켰습니다. 하지만 어제 대단한 실적을 발표한 메타와 아마존이 장 초반부터 급등하면서 뉴욕 증시는 괜찮게 출발했습니다. S&P500 지수와 나스닥은 0.2% 상승세로 거래를 시작했고 다우는 0.2% 하락세로 출발했습니다. 메타가 20% 이상으로 치솟으면서 시장을 견인하자 상승세는 확대됐습니다. 결국, 다우는 0.35%, S&P500 지수는 1.07% 올랐고 나스닥은 1.74%나 급등했습니다.
메타가 20.35% 뛰었고 아마존은 7.97% 상승했습니다. 메타의 경우 2022년 11월 주당 88달러까지 떨어졌었는데, 오늘 하루 주가 상승 폭만 80달러를 넘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2.11% 올랐고, 엔비디아는 4.97% 뛰었습니다. 하지만 알파벳은 0.72% 오르는 데 그쳤고요. 애플은 0.06% 약보합세로 마감했고 테슬라는 0.42% 내렸습니다. 애플은 한때 4% 넘게 내리기도 했습니다.
가만히 보면 이번 실적 발표를 계기로 '매그니피선트7'이라고 불리는 빅테크 주식 사이에서 희비가 뚜렷하게 엇갈리는 게 나타나는데요.
바이탈 날리지는 "지금까지 실적을 발표한 빅테크 중 아마존과 알파벳, 메타, 마이크로소프트는 지구상에서 가장 높은 성장, 가장 큰 규모, 최고의 현금 창출 능력, 마진을 보여줬다"라면서도 "애플의 성장은 기껏해야 평범하며, 테슬라는 성장과 마진에서 모두 부족하다"라고 평가했습니다.
골드만삭스의 트레이딩 데스크에서도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엔비디아는 'Fab 4'(엄청난 4, fabulous 4)라고 지칭하고 애플 테슬라 알파벳은 'Meh 3'(별로 3)로 부르면서 이들이 두 부류로 나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레이몬드 제임스는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 메타 등 AI 시대를 선도하는 ‘MnM’으로 ‘매그니피센트 7’을 대체하는 새로운 포트폴리오를 짤 것을 제안했습니다.
이들의 차이는 결국 AI입니다. AI에서 돈을 벌기 시작한 곳과 그렇지 못한 곳에서 격차가 벌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현상은 반도체 주식에서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엔비디아와 AMD, ASML 등 AI 중심 반도체 회사들은 텍사스 인스트루먼츠, 마이크로칩, 인텔 등 일반적인 반도체 기업들과 차이를 보입니다.
UBS는 "빅테크의 실적은 명확한 AI 로드맵을 갖춘 이들 기업이 장기적 AI 순풍으로부터 이익을 얻고 있음을 보여준다"라며 "우리는 AI 등 기술에 대한 투자가 이어질 것으로 믿으며 AI 선두 주자에 대한 과도한 주가 하락이 발생하면 매수 기회로 활용할 것을 권한다"라고 밝혔습니다.
UBS가 이렇게 주장하는 이유는 세 가지인데요.
먼저 실적을 보면 AI의 수익화가 나타나고 있고, 설비투자 추세도 강세를 보인다는 겁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알파벳을 보면 AI 기여 증가 덕분에 클라우드 컴퓨팅 성장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것이죠. 그리고 이들은 AI 관련 투자를 계속 늘리겠다고 밝혔습니다. UBS는 "글로벌 AI 시장 규모는 2022년에서 2027년 사이에 280억 달러에서 4200억 달러로 15배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밝혔습니다.
두 번째, 글로벌 기술 기업들의 펀더멘탈은 여전히 좋다는 것이죠. 강력한 매출 성장이 이어지고 있고 AI 관련 순풍까지 더해지면서 UBS는 글로벌 기술주(IT 및 인터넷)의 2024년 주당 순이익 성장 예측을 전년 대비 16%에서 18% 증가로 상향 조정했습니다. 이들의 주가수익비율(P/E)은 약 25배로 밸류에이션이 저렴하지는 않지만 "2024년 금리 인하, 더 강력한 이익 성장에 대한 기대를 고려할 때 프리미엄은 정당하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세 번째, 소프트웨어와 반도체 업종은 AI 수요 증가 사이클의 주요 수혜자가 될 것이란 겁니다. AI 수요가 견고하고 확대되고 있으며 반도체와 소프트웨어 산업은 이런 AI 물결을 탈 수 있는 좋은 위치에 있다는 것이죠. 그러면서 두 업종 모두 올해 두 자릿수 이익 성장과 30% 이상의 영업이익률을 예상했습니다.
뉴욕 채권 시장에서 오후 3시 55분께 국채 2년물 수익률은 17.8bp 오른 4.372%, 10년물은 16.1bp 상승한 4.024%에 거래됐습니다. 1월 고용보고서 발표 직후 큰 폭으로 치솟았고, 오전 10시 미시간대 소비자심리지수가 예비치보다 더 높아진 것으로 나온 뒤 조금 더 올랐습니다. 소비자심리지수(확정치)는 79.0로 12월 69.7뿐 아니라 1월 예비치 78.8보다 높아졌습니다. 1년 기대인플레이션은 2.9%(12월 3.1%)로 예비치와 같았고, 5년 기대인플레이션도 2.9%로 나타났습니다.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후퇴하면서 달러는 급등했습니다. ICE 달러 인덱스는 0.85% 뛴 103.92를 기록했습니다. 작년 12월 초 이후 최고 수준입니다.
유가는 폭락했습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2.09% 하락한 배럴당 72.28달러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이번 주에만 7.35% 하락했습니다. OPEC+가 기존 감산 정책에 변화를 주지 않기로 했다는 소식이 나왔지만, 이스라엘-하마스 휴전 가능성에 하락세가 이어졌습니다. OPEC+는 지난 11월에 올해 1분기까지 감산 규모를 하루 220만 배럴까지 늘리기로 한 바 있습니다.
오늘 엑슨모빌, 셰브론은 작년 4분기 실적을 발표했는데 WTI 원유 가격이 지난 분기에 20% 하락했음에도 불구하고 월가 예상을 웃도는 이익을 발표했습니다. 더 많은 셰일오일을 생산해 유가 하락의 영향을 상쇄한 것이죠. 셰브론은 특히 배럴당 50달러 유가 환경에서도 회복력에 대한 자신감을 밝혔습니다. 미 에너지부(DOE)에 따르면, 미국은 작년 11월에 하루 1330만 배럴의 석유를 생산했습니다. 이는 지구 역사상 어느 나라보다 많은 기록입니다.
다음주는 경제 데이터가 비교적 적은 주입니다.
월요일에 나오는 ISM 서비스 PMI가 중요합니다. 지수는 12월에 50.5로 전월보다 2포인트 하락해 2023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하락 원인은 고용 요소가 7.4포인트 급락해 43.3으로 하락한 탓입니다. 예상(51.0)이나 11월(50.7)보다 훨씬 낮았죠. 1월 고용보고서가 잘못되었느니 여러 가지 논란이 있는 상황에서 서비스 고용이 낮은 수준을 유지할 경우 시장에서 3월 인하 희망이 다시 강해질 수 있습니다. 월가는 헤드라인 ISM 서비스 지수는 52.0으로 서비스 부문의 지속적 강세를 입증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월요일 오후에는 Fed가 은행 고위 대출 담당자 설문조사(SLOOS) 결과를 발표합니다. 뉴욕커뮤니티은행으로 인해 지역은행에 대한 걱정이 커진 상황이어서 은행 대출 상황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4일 일요일 저녁에는 TV를 봐야 합니다. 파월 의장이 CBS의 시사프로그램 60분(60 minutes)에 등장합니다. 파월 의장은 FOMC 다음날인 지난주 목요일 이 프로그램을 녹화했습니다. 수요일 기자회견의 연장 선상에서 매파적 발언을 내놓을 수 있습니다. 파월 의장은 3월 회의에서 금리 인하가 이뤄질 가능성은 작다고 말했었지요.
다음주에는 3년, 10년, 30년 등 국채 경매가 이뤄집니다. 모두 1210억 달러어치가 팔립니다. 삭소뱅크는 2월에 10년물은 만기를 맞는 기존 국채가 많아 수요가 충분하지만, 30년물은 2월 만기되는 기존 국채가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어닝시즌도 이어집니다. △맥도널드 △온세미 △치폴레 △일라이릴리 △포드 △디즈니 △페이팔 △우버 ㅍ코스트코 △펩시코 등이 실적을 공개합니다.
팩트셋에 따르면 S&P500 기업 중 46%가 이번 주까지 4분기 실적을 보고했습니다. 이들 중 72%는 주당순이익(EPS)이 월가 추정치를 상회했습니다. 5년 평균 77%나 10년 평균 74%보다는 낮습니다. 전체적으로 기업들은 추정치보다 2.6% 많은 이익을 보고했습니다. 역시 5년 평균 +8.5%, 10년 평균 +6.7%보다 낮습니다. 보고한 기업 실적과 아직 보고하지 않은 기업의 예상 결과를 합쳐 추산하면 4분기 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1.6% 성장할 것으로 추정됐습니다. 이전 주말의 -1.4%보다 개선된 것입니다. 빅테크의 어닝 서프라이즈가 이익 반등을 이끈 것이죠.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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