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ELS 결국 법적분쟁 갈까…향후 쟁점은 [투자360]

2024. 2. 3.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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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분쟁조정신청, 결렬 시 소송가능성
은행들 일찍이 대형로펌 선임 대비
법원, 충실한 설명 없다면 일부 배상 인정
다만 금감원 배상기준점·가이드라인 수준 변수
[123rf]

[헤럴드경제=유동현 기자]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손실이 본격화하면서, 불완전판매 여부를 둘러싼 법적분쟁 수순으로 치닫고 있다. 과거 불완전판매 유사소송에선 절차상 문제가 없더라도 상품 손익구조 등에 대한 충실한 설명이 없다면 일부 배상이 인정됐다. 일각에선 금융감독원이 내놓을 배상 기준점과 손해배상 가이드라인 수준에 따라 소송전으로 가지 않고 일단락될 거란 전망도 나온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홍콩H지수 ELS 투자자 18명이 로집사법률사무소(이정엽 대표변호사)를 통해 금융감독원 금융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에 분쟁조정 신청을 준비하고 있다. 이중 1명은 이미 지난달 30일 A은행을 상대로 ‘주가연계증권 불완전판매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 분쟁조정을 신청했고, 나머지 피해자들도 준비를 마치는 대로 진행할 계획이다. 이들 중에는 90세 고령투자자도 있다.

분조위 조정 결정은 권고사항에 불과하기 때문에 양측이 동의하지 않을 경우 소송으로 이어질 수 있다. 판매규모가 큰 국민·신한·하나·농협은행은 저마다 대형로펌을 선임해 자문계약을 맺은 상태다.

향후 소송 시 법정에선 적합성의 원칙 준수 및 설명의무 위반이 주요 쟁점이 될 전망이다. 적합성 원칙이란 투자자의 ▷거래목적 ▷계약기간 및 기대이익·손실 등을 고려한 위험에 대한 태도 ▷금융상품 이해도 ▷재산상황 ▷투자성 상품 취득·처분 경험 ▷연령을 토대로 적합하지 않을 경우 계약을 금지하는 규정이다. 설명의무 위반이란 상품 내용, 투자 위험 및 합리적 투자판단을 해칠 수 있는 사항 등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야한다.

두 조항은 당초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에 있었지만, 2019년 파생결합상품(DLF) 사태가 터지면서 보다 강화된 금융소비자보호법에 명시됐다. 앞선 라임과 DLF 불완전판매 유사소송에선 설명의무 위반이 승소 여부를 가르는 주된 기준이었다.

홍콩H지수 연계 ELS(주가연계증권)에서 내년 상반기 대규모 손실 가능성이 불거진 가운데 지난해 12월 15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열린 홍콩지수 ELS 피해자 집회에서 한 참가자가 피해사례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고법 민사12-3부(부장 박형준)는 지난해 12월6일 라임펀드 투자자 A씨가 우리은행과 직원 B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A씨는 라임펀드에 가입했지만 부실로 환매가 중단되자 원금손실 가능성에 대해 듣지 못했다며 2020년 3월 소송을 냈다. 은행 측은 거래설명서에 자필로 기재하고 추후 확인하는 해피콜 전화를 받은 점 등을 내세웠다.

재판부는 설명의무 위반을 토대로 은행 측의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안정적 상품을 투자해온 A씨를 상대로 B씨가 위험성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 점이 주된 근거였다. 재판부는 “B씨는 A씨에게 이 사건 펀드가 기존에 가입해온 상품들과 같이 안정적인 상품이라는 취지로만 설명했을 뿐, 구체적인 내용은 물론 펀드가 A씨가 기존에 가입한 상품들보다 높은 위험을 가진다는 점 등을 제대로 설명하거나 고지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A씨가 해피콜 전화에서 원금손실 가능성을 일정 부분 인식했더라도 “계약 당시 B씨 설명 내용 등에 비추어 볼 때 펀드의 위험성에 대해 원고가 제대로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도 했다. 이 사건은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2022년 11월 법원은 DLF 불완전판매 사태 당시 투자자 C씨 등 2명이 하나은행과 직원 D씨를 상대로 낸 부당이득반환소송에서도 은행 측 책임을 일부 인정했다. 이들은 미국·영국의 이자율 스와프(CMS) 금리를 기초자산으로 삼는 파생결합펀드(DLF)에 투자한 뒤 원금손실을 입자 소송을 냈다.

앞선 사례와 달리 C씨 등은 기존에도 고위험 상품을 투자하는 등 20회 이상 다양하게 투자해온 ‘공격투자형’이란 점이 인정됐다. 그러나 당시 사건을 심리한 부산지법 동부지원 민사2부(부장 정정호)는 “D씨가 기초자산이 영·미 CMS금리임에도 ‘영국금리와 미국금리’라고 잘못 설명했을 뿐만 아니라 위 상품의 손익구조 및 위험성에 대해도 설명하지 않았다”며 설명의무 위배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DLF와 같은 장외파생상품의 경우 은행은 원고들에게 손익에 관한 내용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설명해야 하고, 단순히 ‘원금이 보장되지 않는 상품’이라는 점을 고지했다거나 투자설명서를 교부했다는 사정만으로 설명의무를 다했다고 볼 수는 없다”고도 했다. 은행 측은 항소했지만 2심에서 담당 재판부의 강제조정으로 마무리됐다.

금융투자업계와 법조계에선 금감원의 배상 가이드라인 규모에 따라서는 소송까지 가지 않을 거란 얘기도 나온다. 금융당국이 ‘ELS 판매금지’ 검토 뜻까지 내비친 점을 감안하면 배상 규모가 만족할 만한 수준이 될 것이란 분석이다. 지난달 29일 국회 정무위원회 현안질문에서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김종민 의원이 “홍콩 ELS 피해자 배상을 제대로 해야 한다”고 말하자 “금감원 검사를 진행 중인데, (그런) 포인트에 대한 얘기를 많이 하고 있다”면서 “그런 부분을 충분히 감안해 판단하겠다”고 답했다.

법무법인 ‘청’의 곽준호 대표변호사는 “(재판에서)설명의무 부분은 결국 피해자들이 법정에서 입증을 다 해야하는 만큼 쉽지는 않다”며 “소송시 대법원까지 갈 가능성이 높아 장기전이 불가피한 현실적인 난관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했다.

dingd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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