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년 전 실종된 엄마의 마지막 전화, 보험설계사 박이순 실종 사건 [그것이 알고 싶다]
[마이데일리 = 이승길 기자] 한 달 전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앞으로 메일 한 통이 도착했다. 마음 한편에 묻어두었던 엄마를 찾고 싶다는 아들의 절절한 사연이었다. 24년 전, 마흔둘의 나이로 갑자기 사라져 지금까지 생사 확인도 안 되고 있다는 엄마의 이름은 박이순 씨. 그녀는 30대에 남편과 사별한 뒤, 보험설계사부터 범칙금 대납업체, 카드 영업, 카페 운영 등 여러 일을 병행하며 두 자녀를 위해 악착같이 살았다고 한다.
2000년 11월 13일 월요일, 그날도 오전 9시 전 광주광역시에 있는 보험회사에 출근해 업무를 보고, 지인들을 만나 점심을 먹고 시간을 보냈다는 박이순 씨. 오후 2시 43분경 누군가로부터 전화를 받았는데, 통화 후 함께 있던 지인에게 ‘동광주에 있는 금호다방’이 어디인지 아느냐고 물어봤다고 한다. 그곳에서 보험을 계약할 남자 4명을 만나러 간다고 하고 나간 뒤, 믿기 힘든 사건이 발생했다.
그날 오후 4시 20분경, 금호다방에 도착한 박이순 씨. 다방 여종업원은 그녀가 남자 세 명과 보험 관련 대화를 나누는 걸 목격했고, 한 시간 정도 후에 같이 나갔다고 기억했다. 그런데 이후 박이순 씨를 목격했다는 사람은 나타나지 않았다. 한 지인이 오후 7시 38분경 그녀에게 전화했을 때, ‘아는 동생들과 같이 있다’고 말했다는 박이순 씨. 지인의 기억으로는 그녀가 즐거운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고 한다.
"갑자기 전화가 와서 ‘오빠 2천만 원만 빌려줘.’ 굉장히 다급한 목소리로 ‘시댁 소 팔아서 드릴 테니까 2천만 원만 주세요.'"
- 박이순 씨 오빠 인터뷰 中
그로부터 1시간 후, 휴대전화로 ARS 대출을 조회하고 290만 원의 카드대출을 받은 박이순 씨. 이웃과 오빠에게 2천만 원을 빌려달라고 다급히 전화도 했다. 이 전화를 끝으로 그녀의 목소리를 들은 사람은 없는 상황. 평소 가족이나 지인에게 큰돈을 빌려달라고 부탁한 적 없었던 그녀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걸까? 금호다방에서 고객으로 만난 남성 세 사람 혹은 저녁시간 함께 있던 ‘아는 동생들’로부터 납치나 위협을 당한 걸까?
"다음 날 아침 나주 영산포 광주은행 지점에서 동생 통장과 카드에서 5백만 원이 인출됐다는 거 알고 막 뒤집어졌지."
- 박이순 씨 오빠 인터뷰 中
다음 날 오전 9시 30분경, 나주 영산포의 한 은행에서 전날 그녀가 대출받았던 290만 원과 통장 속 200만 원의 돈을 누군가 인출한 것이 확인됐다. 경찰의 추적 결과 은행 CCTV에 포착된 인물은 근처에서 다방을 운영 중이던 30대 남성이었다. 사건은 금방 해결될 줄 알았지만, 남성은 배달을 갔던 모텔에 투숙하던 504호 남성의 심부름으로 돈을 인출했을 뿐이라고 대답한다. 박이순 씨 카드와 통장을 소지하고 있던 수수께끼의 504호 남성은 대체 누구일까.
광주에서 사라진 박이순 씨와 나주에서 그녀의 돈을 출금하려 했던 남성. 그날 밤 박이순 씨에게 변고가 닥쳤다면 그녀는 어디에 있는 것이며, 범인의 정체는 무엇일까? 3일, 밤 11시 10분에 방송되는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박이순 씨의 통신기록을 기반으로 한 커버리지 분석을 통해 그녀가 실종되었을 마지막 위치를 추리하고, 504호 남성의 몽타주를 최신 AI 기법으로 재구성해 추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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