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희 국립한국문학관장 “7년 만에 첫 삽 보람..친일·종북·월북 작가까지 수집 계획”[문화人터뷰]

신재우 기자 2024. 2. 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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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한텐 문학관의 첫 삽을 뜨는 게 중요했어요."

국립한국문학관장인 문정희(77) 원로 시인은 올해 문학관 건립이 본 궤도에 오르자 마침내 안도감을 드러냈다.

문 관장은 국립한국문학관은 수장고를 중심으로 한 '수집' 기능을 강화할 예정이다.

문 관장은 "소장만 중요하다면 박물관 문학박물관 역할만 하면 된다"고 지적하며 국립한국문학관의 비전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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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문정희 국립한국문학관 관장이 지난달 31일 서울 은평구 국립한국문학관 사무국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2024.02.03.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신재우 기자 = "저한텐 문학관의 첫 삽을 뜨는 게 중요했어요."

국립한국문학관장인 문정희(77) 원로 시인은 올해 문학관 건립이 본 궤도에 오르자 마침내 안도감을 드러냈다.

지난 2016년 '문학진흥법'이 제정돼 설립이 추진된 국립한국문학관은 2018년 서울시 은평구로 설립 부지가 확정되고 지난해 9월 실시설계를 완료했다. 지난달 22일 문화체육관광부가 서울주택도시공사와 업무협약을 체결해 오는 3월 착공을 확정 짓게 됐다.

약 7년 만에 "첫 삽을 뜨게 된" 문학관을 보면서 문 관장은 "겉으론 지지부진해 보여도 문체부와 실무진들이 많이 신경을 썼다"며 공을 정부에 돌렸다. 국립한국문학관은 2026년 완공할 예정이다.

이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최근 동료·후배 문인들을 비롯해 해외에서도 도움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다.

문 관장은 "해외 문학관을 살펴보고 문인들과 소통하고 있다"며 "문인들이 보여주는 기대를 보면 정말 감동적이고 감사하다"고 말했다.
문정희 국립한국문학관 관장 인터뷰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문정희 국립한국문학관 관장이 지난달 31일 서울 은평구 국립한국문학관 사무국에서 건립 예정인 국립한국문학관 조감 모형을 설명하고 있다. 2024.02.03. pak7130@newsis.com

'국립한국문학관, 국내 첫 설립

국내에 처음 설립되는 '국립' 문학관은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부지면적은 1만3248㎡에 지하 3층, 지상 4층 규모로 전시시설, 교육 및 연구시설, 열람 및 편의시설, 수장고 등이 조성될 계획이다.

건립에 들떠있지만 인력난이 문제다. 문학관 운영부터 자료 보존, 테마 전시 운영 등을 소화하기에는 인원이 턱없이 부족한 현실이다. 현재도 20여 명의 인원으로 빠듯하게 문학관 착공을 준비 중이다.

문 관장은 국립한국문학관은 수장고를 중심으로 한 '수집' 기능을 강화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한국문학 연구의 대표적인 학자인 고(故) 오무라 마스오 와세다대 명예교수의 자료를 기증받기 위해 노력했던 일은 "현재까지 임기 중 가장 어려웠던 일"이라고 회상했다. 윤동주 묘소를 최초로 발견한 오무라 명예교수의 자료 2만점을 받기 위해 문 관장은 일본을 두번이나 방문해 유족을 직접 만나고 설득했다고 한다.

"처음 방문했을 때는 기증 이야기를 꺼내지도 못했어요. 유족들에게 믿음을 주기 위해서 산소도 찾아가고 했죠. 2만 점 자료를 가져오는 것보다 중요한 건 일본 학자가 한국 문학에 평생을 바치고 모아온 그 정신과 열정을 갖고 오고 싶었어요."

"우리가 소위 '고전'이라고 하는 것들은 시간이 걸러준 거예요. 그런데 100년 남짓한 우리 문학사의 근대 문학과 현대문학을 당대의 기준으로만 보는 게 옳지 않다고 저는 생각하는 거죠. 그러니 일단 전부 소중한 '우리 시대의 언어'라고 생각하고 모은 후 최후의 평가는 후대에 질문으로 남겨두는 거죠."

현재 한국의 근대·현대 문학을 모두 '우리 시대의 언어'라고 표현한 문 관장은 이 때문에 친일, 종북, 월북 작가들의 작품까지 모두 문학관에서 소장할 계획이다. 이에 더해 "현대에 평가가 부족하거나 큰 주목을 받지 못하고 지나가 버린 작가의 작품도 수집하는 것이 문학관의 역할"이라고 덧붙였다.

문 관장은 "소장만 중요하다면 박물관 문학박물관 역할만 하면 된다"고 지적하며 국립한국문학관의 비전을 전했다.

"우리 문학을 소장하면서 미래와 소통할 수 있도록 어떤 테마에 따라 보여주고 새로운 문학으로 연결될 수 있게 알릴 것입니다. 현재 우리 학예사들이 이를 위해 아카이브를 보존하고 열심히 고민하고 있습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shin2ro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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