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멋대로 해라' 우리가 아는 모든 것의 뒤틀림·뒤엉킴
브리티시 블루스 들으며 아크릴로 그려진 '사군자' 감상
(서울=뉴스1) 김일창 기자 = 김홍석 작가의 작업은 '고정관념'의 파괴로 요약된다. 그는 이를 '뒤엉킴'이라 부르는 거 같다. 우리가 학습해 당연시하던 모든 것을 비튼다. 그의 작품이 친숙하면서도 낯선 이유다.
국제갤러리는 오는 3월3일까지 김홍석의 개인전 '실패를 목적으로 한 정상적 질서'를 K2, K3에서 개최한다. 전시명부터 앞뒤가 맞지 않다. 실패를 목적으로 한 정상적 질서라니. 정상적 질서를 갖춘다면 성공은 아니라도 최소한 실패할 확률은 낮아진다. 그런데 어떻게 정상적 질서로 실패에 다다를 수 있을까.
정상적 질서로 실패를 목적하는 게 아니라, 정상적 질서로 가도 실패하지 않음을, 또는 비정상적 질서여도 성공할 수 있음을, 이것도 아니라면 정상과 비정상, 성공과 실패, 실재와 허구 무엇도 중하지 않음을 그는 강조한다. 그래서 전시를 보고 나면 '진리'는 없거나 뒤엉킴이다란 그의 주장이 머릿속을 맴돈다.
K2 전시장 입구에 들어서면 무언가를 밟아 흠칫 놀라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작품 '내 발 밑의 무게'이다. 이 조각은 카펫으로 보이는데, 브론즈로 제작돼 무게감이 느껴진다. 새털처럼 가벼워야 할 카펫이 이렇게 무거우면 이것은 카펫인가 아닌가, 혼돈이다. 이 작품 옆 '실재 악당'은 얼굴은 조커, 몸은 고양이를 형상화한 조각이다. 조커가 고양이 옷을 입은 건지, 고양이가 조커의 얼굴을 한 것인지 정의내릴 수 없다.
'하이힐 한 켤레'란 조각은 브론즈로 형상화한 이른바 '아재용' 지압 슬리퍼에 돌덩어리(시멘트)를 밑에 붙인 조각이다. 과거 고무창이 저만큼의 높이로 붙어 키높이 효과가 있던, 그래서 한때 유행했던 여성용 슬리퍼가 떠오른다. 그러나 모든 것이 반대다. 고무창과 돌덩어리, 여성용과 남성용, 가벼움과 무거움까지. 역설적인 점은 작품을 계속해서 보다 보면 머릿속의 그 여성용 슬리퍼와 이 조각이 '다르지 않음'으로도 다가온단 것이다. 뒤엉킴이다.
이밖에 픽토그램처럼 단순화된 형태와 색감으로 표현된 불꽃 조각 연작이 2차원과 3차원의 경계를 허문다.
'사군자' 회화에서도 그의 '뒤엉킴'은 관람객을 혼돈에 빠뜨린다. 한지와 먹은 캔버스와 아크릴로 대체된다. 다시 한번 '고착화된 개념으로부터의 자유'라는 전시 주제를 강조한다. 연꽃, 대나무, 잡목 등을 표현하지만 내재된 의미 없이, 화면구성을 위해 채택된 주제에 불과하다. 한편, 사군자 연작은 작가의 첫 '사군자' 회화라고 한다.
사군자 회화가 걸린 K2 2층에서는 찐득한 느낌의 블루스 음악 등이 흘러나온다. 작가는 "작업할 때 재즈나 컨트리 뮤직 등을 듣는다. 가장 좋아하는 음악은 브리티시 블루스다"라고 말한다. 사군자 그림에 브리티시 블루스 배경음악을 튼 의도는 무엇일까. 작가는 이에 대해 "이번 전시에서 내 작품이 존재하는 공간이 지하 쇼핑몰 또는 한적한 지하철역과 별다를 바 없기를 바란다. 즉, 미술이 특수하거나 특별하다고 느끼는 감상자의 마음에 균열을 내는 경험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K3 공간에서는 천장을 뚫고 바닥에 떨어진 듯한 거대한 운석 덩어리 작품을 볼 수 있다. 부지불식간에 생겨난 이 무명의 덩어리는 중력 가속도를 이기지 못하고 깨진 모습이다. 한때는 별이었으나 현재는 하나의 돌에 지나지 않는 본체, 그 내부에 보이는 별의 표상의 조화를 통해 실재적 존재와 해석적 존재의 개념을 뒤엉키게 만든다.
김홍석은 이번 개인전에 대해 "믿어 의심치 않았던, 그리고 당연하게 여겨지는 정의들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표현해 기존의 인식을 변화시키는 것이 미술가의 책임이며 미술은 무엇을 하는가에 대한 대답"이라고 말했다.
1964년 서울생인 김홍석은 서울대 조소과를 졸업하고 독일 뒤셀도르프 쿤스트 아카데미에서 수학했다. 현재 상명대 무대미술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ic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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