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나라 며느리도 “명절땐 시댁 안갈래요”…한국과 판박이, 무슨 일 [신짜오 베트남]
명절때 ‘민족 대이동’이 벌어지는 베트남에서도 점점 ‘명절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과거 사회적으로 당연시 되었던 문화가 거센 도전을 맞으며 새로운 제도가 정립되려는 준비를 하는 모양새입니다.
한국에서 서울을 기준으로 가장 멀리 걸리는 고향은 어디일까요. 대도시를 기준으로 하면 오른쪽으로는 부산, 왼쪽으로는 광주일 것입니다.
하지만 서울에서 부산까지 직선거리를 재보면 채 400km가 되지 못합니다. 국토가 남북으로 길게 늘어진 베트남에선 더 멀리 이동할 공산이 큽니다. 베트남 남북 국토 최대 길이는 1650km정도입니다.
한국은 요새 길이 워낙 잘 뚫려 차를 몰고 지방 어디를 가더라도 도로가 잘 닦여 있지만 베트남 사정은 완전히 다릅니다. 조금만 한적한 곳으로 들어가면 아직도 비포장 도로가 많습니다. 그러니 지방에서 올라와 수도 하노이에서 직장생활하는 베트남 직장인에게 명절은 공포의 대상입니다. 하루를 꼬박 넘게 달려 집을 찾아야 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베트남에서는 명절때 양가 모두의 집을 찾기 어려운 경우가 종종 생깁니다. 서로 멀리 떨어진 지방에서 올라온 두 청춘이 대도시에서 만나 식을 올리는 경우 이런 일이 발생합니다.
그래서 명절때 아예 한집은 포기하고, 격년제로 부부의 본가를 찾는 경우가 꽤 있습니다. 베트남 한 언론사에 제보한 한 남편 역시 이렇게 하기로 부인과 약속을 했습니다. 그런데 최근들어 이 남편은 아내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혔습니다. 부인이 명절때 음식을 차리는 게 너무 부담스러워서 명절 때 시댁 차례가 오더라도 절대로 가지 않겠다고 선언을 한 것입니다.
베트남도 유교 영향을 받아 한국과 풍습이 비슷한 점이 많이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대로 명절때 도로에서 꼬박 하루를 넘게 보내는 고생을 감수하면서 고향을 찾는 것도 한국과 유사합니다. 설날때 세뱃돈을 주고 받는 점도 비슷하고, 자식에게 엄청난 애정을 가지고 교육을 시키는 것도 판박이처럼 닮았습니다.
그렇다면 명절 때 시댁을 가지 않겠다고 선언한 사연을 보고 베트남 네티즌들은 어떤 댓글을 달고 있을까요. 몇가지 인상적인 댓글을 찾아봅니다.
이와 같은 댓글이 가장 일반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놀랍게도 베트남 댓글을 읽으면 왜 한국에서도 결혼을 점점 안하는지 이해가 되는 상황을 마주하게 됩니다. 예를 들면 이런 댓글 입니다.
“독신으로 사는 게 편하다. 그냥 부모님 집에 가서 설날을 보내라. 돈이 남으면 부모님께 드리고, 설날이 한가하면 여행을 가라. 모두가 행복해진다”, “독신으로 살면서 나중에 (필요하다면) 입양해서 가족을 만들면 된다. 결혼에 대한 이야기는 많지만, 대부분은 번거로움만 가득하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깊은 댓글은 바로 이거였습니다.
“집이 있으면 설날은 자기 집에서 보내세요. 남편, 아내, 아이들과 함께 집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세요. 봄과 여름에는 양가 부모님 댁에 놀러 가세요. 설날은 휴식의 날입니다. 적당히 먹고 적당히 즐기면 됩니다. 모임은 모든 사람이 편안할 때 의미가 있습니다. 요즘은 전화나 영상 통화로 설 인사도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사소한 일로 서로 트집을 잡으면 설날도 즐겁지 않아요. 결국은 자신이 우위에 서고 싶어서, 더 강한 쪽이 약한 쪽을 억압하는 것입니다.”
여러분들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그리고 베트남에서도 한국의 부부처럼 똑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신기하지 않으세요. 베트남을 알면 알수록 한국과 정말 닮은게 많아 혀를 내두를때가 많습니다. 베트남은 문화 측면에서도 어느정도 시차를 두고 한국 방향으로 급격하게 달려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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