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한 ‘한강벨트’… ‘중량급 출마’ 이어지는 與, ‘사수’ 나선 野

박지영 기자 2024. 2. 3. 0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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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벨트에 여야 중량급 인사 출마
선거 때마다 수도권 민심 보여주는 척도
중·성동갑엔 임종석 vs 윤희숙, ‘586 운동권’ vs 경제통 매치
마포을 정청래 잡으러 나선 ‘저격수’ 김경율

총선이 67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서울 ‘한강벨트’에 출마가 이어지고 있다. 한강벨트는 한강과 맞닿아 있는 지역구 중 판세가 잘 바뀌지 않는 강남과 서초를 제외한 서울 마포구·용산구·성동구·광진구·동작구 등 지역구를 일컫는다.

현재 한강벨트는 용산을 제외한 대부분의 지역구를 더불어민주당 현역 의원들이 차지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국민의힘에서는 험지로 분류된다. 그러나 이번 22대 총선에서는 인지도 높은 여당 인사들이 앞다퉈 한강벨트 출마를 선언하며 ‘탈환’ 의지를 보이고 있다. 민주당은 현역을 앞세워 ‘수성’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26일 한강 결빙이 관측됐다. /기상청

3일 정치권에 따르면 한강벨트는 최근 선거 때마다 수도권 민심을 보여주는 척도 역할을 했다. 직전 총선인 21대 총선에서는 용산을 제외한 8개 지역구를 민주당이 차지했다. 당시 민주당은 전국에서 180석을 차지하며 대승했다.

반면 지난 2021년 4·7 보궐선거에서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한강벨트에서 당시 상대였던 박영선 민주당 후보를 모두 눌렀다. 20대 대통령선거에서도 한강에 인접한 마포, 용산, 동작, 성동, 광진에서 당시 국민의힘 후보였던 윤석열 대통령이 앞섰다.

그래픽=정서희

이런 가운데 중량급 정치인들이 속속 한강벨트에 출마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지낸 국민의힘 소속 오신환 전 의원은 서울 광진을 출마를 선언했다. 오세훈계인 오 전 의원은 관악을에서 재선한 이력이 있다. 관악을은 오 전 의원 이전까지 민주당 계열 정당이 이긴 곳이다. 이런 경력을 내세워 야당 텃밭인 광진을 탈환을 노릴 것으로 보인다.

광진을은 민주화 이후 치러진 역대 9차례 선거에서 모두 민주당계 정당이 이긴 지역구다. 현재는 고민정 의원이 현역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다. 전에는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5선을 했다.

중·성동갑은 현역인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가 서초을로 지역구를 옮기며 ‘빈집’이 됐다. 홍 원내대표는 그전까지 19대 성동을, 20·21대 중·성동갑에서 3선을 했다. 이 자리에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출마를 선언했다. 임 전 실장은 중구와 합구되기 전 성동을에서 17대와 18대 국회의원을 지낸 바 있다.

국민의힘에서는 윤희숙 전 의원과 권오현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도전 의사를 밝혔다. 윤 전 의원은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출신으로 경제통으로 꼽힌다. 국민의힘에서는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임종석과 윤희숙, 누가 경제를 살릴 것 같은가”라며 지원 사격에 나서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 시절 비서실장을 지내고 전국대학생연합회(전대협) 3기 의장을 지낸 86그룹 대표 주자인 임 전 실장은 이 지역에 예비후보 등록을 마쳤다. 이에 ‘경제통과 586 운동권’의 대결이 성사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중·성동을은 여권에서 출마 러쉬가 이어지며 치열한 대결이 예상된다. 현역은 초선인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이다. 박 대변인은 지난 총선 당시 지상욱 국민의힘 후보와 겨뤄 5771표 근소한 차로 이겼다. 국민의힘에서는 부산 해운대갑에서 3선을 지낸 현역 하태경 의원, 이영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3선 출신 이혜훈 전 의원이 출마를 선언했다. 여당에서만 벌써 3파전 구도가 만들어진 것이다.

그래픽=손민균

마포을은 한동훈 위원장이 내세우고 있는 ‘586 운동권 청산’ 프레임으로 치러질 확률이 높은 지역구다. 마포을 현역은 정청래 민주당 최고위원으로, 정 최고위원은 마포을에서만 3선을 했다. 1989년 서울 주한미국대사관을 점거해 폭탄 투척 및 방화 미수 사건을 주도한 강성 운동권 출신인 정 최고위원은 대표적인 586 운동권 출신으로 꼽힌다.

이런 정 최고위원의 대항마로 한 위원장은 ‘조국 흑서’ 공동 저자인 김경율 국민의힘 비대위원을 직접 내세웠다. 회계사인 김 비대위원은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을 집중적으로 공론화하며 ‘민주당 저격수’로 떠오른 인물이다. 한 위원장이 공개적으로 김 비대위원의 마포을 출마를 알리면서 여당 내에서는 ‘사천’ 논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동작을은 4선 나경원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탈환에 나섰다. 현역은 지난 21대 총선에서 정치 신인으로 나 전 원내대표를 꺾었던 이수진 민주당 의원이다. 나 전 원내대표가 자진 불출마한 적은 있지만, 낙선한 것은 지난 21대 총선이 처음이었다.

동작을은 서울에서 대표적으로 ‘스윙보터’가 많은 지역구 중 하나로 꼽힌다. 민주화 이후부터 17대 총선까지는 민주당계 정당이 동작을을 차지했지만 18~19대 때는 정몽준 전 의원이 당선됐다. 이후 19대 재·보궐 선거와 20대 총선에서는 나경원 전 원내대표가 당선되는 등 보수 진영 유력 정치인이 연이어 지역구를 차지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추미애 전 법무장관의 동작을 출마설도 나온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한강벨트에서 이긴 정당이 대체로 서울 선거에서 최종적으로 승리했다”며 “2021년 4·7 재보궐선거 때부터 종부세 이슈가 쟁점이 되며 이 지역에서 보수 진영이 약진했다. 그래서 여당에서는 해볼 만하다는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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