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들은 해마다 "빼준다"는데…6년 연속 풀타임 1000이닝 오지환은 "아마 못 빼실 거다" 자신감

신원철 기자 2024. 2. 3.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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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지환 ⓒ곽혜미 기자
▲ 오지환 ⓒ LG 트윈스

[스포티비뉴스=신원철 기자] "관리해주겠다."(전현직 감독) vs "아마 못 빼실 거다."(오지환)

전현직 LG 감독들의 바람과 달리 오지환은 늘 1000이닝을 출전하는 부동의 주전 유격수였다. 염경엽 감독은 올해 또 한번 오지환의 수비이닝 관리를 선언했는데, 오지환의 반응은 한결 같다. 1000이닝 이상 뛰는 것이 한 시즌의 목표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오지환은 지난해 125경기에서 1010⅔이닝을 유격수로 뛰었다. 선발 출전한 경기가 115경기고, 10경기는 교체 출전했다. 부상으로 한동안 이탈한 기간이 있었는데도 수비 이닝에서 팀 내 3위, 리그 전체 11위에 올랐다.

유격수 중에서는 이재현(삼성 라이온즈, 1156⅓이닝) 박성한(SSG 랜더스, 1090⅓이닝) 박찬호(KIA 타이거즈, 1042⅔이닝) 김주원(NC 다이노스, 1030이닝) 김상수(kt 위즈, 1020⅓이닝) 다음 6위다. 이렇게만 보면 특별한 것이 없어 보이지만, 사실 오지환의 진가는 연속 시즌 1000이닝 출전에서 드러난다. 2018년 1198⅔이닝을 시작으로 지난해까지 6년 연속으로 1000이닝을 넘겼다. 오지환이 1000이닝을 넘기지 못 한 시즌은 다른 이유 없이 부상이 있었다고 보면 된다. 그정도로 LG 안에서는 대체불가능한 유격수였다.

▲ 오지환 ⓒ곽혜미 기자

주전 야수는 매일 출전해야 하다는 지론을 강조했던 류중일 전전 감독 이후, 지난 3년 동안 LG를 거친 사령탑들은 입을 모아 오지환의 수비 이닝을 관리해주겠다고 했다. 류지현 전 감독도, 염경엽 현 감독도 오지환의 출전 시간을 조절해야 시즌 내내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다고 봤다. 염경엽 감독은 더 구체적으로 "적당히 쉬어야 타율도 오른다"며 오지환에게 '당근'을 제시할 뜻도 내비쳤다.

그러나 달라진 것은 없었다. 류지현 전 감독이 재임했던 2021년과 2022년에도, 염경엽 감독이 팀을 맡은 지난해에도 오지환은 1000이닝을 넘겼다. 팀에서는 늘 세 손가락 안에 들었고, 리그 전체에서도 11위 밖으로 내려간 적은 없다.

이런 가운데 염경엽 감독은 다시 한 번 오지환의 수비이닝 관리를 강조했다. 지난해를 돌아보면 야수 육성에는 실패했다면서, 새 시즌에는 오지환의 자리를 채워줄 선수가 반드시 나와야한다고 밝혔다. 그는 "김범석 송찬의 손호영이 얼마나 발전하는지가 중요할 것 같다. 이 세 명이 꼭 발전해야 한다. (출전이)특정 야수들에게 치우치는 경우가 있었다. 육성 실패 탓이다. 박동원 오지환 박해민의 수비 이닝이 너무 많았다. 출전은 꾸준히 하더라도 수비 이닝은 줄여줘야 한다. 그러려면 야수 육성이 필요하다"고 얘기했다.

그런데도 오지환은 한결 같다. 그는 지난달 30일 미국 애리조나 스프링캠프로 출국하면서 "매년 1000이닝 이상 출전이 목표다. 감독님들은 배려해주시려고 그렇게 말씀하시는데 아마 뺄 수 없을 거다"라며 웃었다.

그러면서 "빼는 것도 결국 감독님 마음이지만 다른 선수들에게는 미안하게도(욕심이 난다). (김)민수가 오기는 했지만 그전에 손호영, 김주성 선수가 부상으로 스프링캠프에 못 왔다. 나도 약간은 쉴 수 있을 거로 예상하고 있었는데 다시 마음을 고쳐먹었다. 그냥 144경기 다 뛴다는 생각으로 준비하려고 한다. 또 열심히 하겠다"고 다짐했다.

▲ 김민성 ⓒ롯데 자이언츠
▲ LG 구본혁 ⓒ LG 트윈스

지난해 오지환 다음으로 유격수 출전이 많았던 김민성(145이닝)이 사인앤드트레이드를 거쳐 롯데 자이언츠로 이적하면서 1순위 백업이 공석이 됐다. 우선 상무에서 병역 의무를 수행한 구본혁이 그 자리를 대신할 전망이다. 김민성의 트레이드 상대 김민수 또한 가능성 있는 후보다. 시즌 중 전역할 이영빈도 유격수 유망주로 꼽힌다. 염경엽 감독이 이들 가운데 누군가에게 오지환을 대신할 기회를 줄지도 이번 시즌의 볼거리가 됐다.

한편 오지환은 이번 시즌부터 FA 6년 계약이 발동됐다. 지난해 큰 틀에서 합의만 했던 6년 124억 원 연장계약이 비FA 다년계약이 아니라 FA 계약 형태로 시작됐다. 그런데 오지환은 이 6년 계약이 끝난다고 자신의 커리어까지 막을 내리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그는 "6년 계약이라는 숫자가 일단 기분이 좋다. 한 직장에서 20년 이상 일하는 건데 그런 점이 정말 좋다. 그런데 사실 나는 다음 계획이 있다. (6년 계약이 끝나도)한 2년, 3년 더 하는 거다. 그래서 안주하지 않으려 한다. 원래 내 성격이 그렇지도 못하다"고 말했다.

또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뭔지, 또 후배나 팀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많이 돌아보면서 많은 일을 해야할 것 같다. 선배로서, 주장으로서 또 원 클럽 맨으로서 해야할 것들이 많다. 그래도 개인적인 야구를 생각하면 (6년 계약에)안주하지 않고 한 2년 더 하는 걸 목표로 잡고 더 열심히 하려고 한다"며 프랜차이즈 스타이자 '금강불괴'다운 각오를 밝혔다.

#오지환 2018년 이후 수비 이닝

2018년 1198⅔이닝(팀 1위, 리그 2위)

2019년 1101이닝(팀 1위, 리그 7위)

2020년 1142이닝(팀 1위, 리그 7위)

2021년 1060⅔이닝(팀 1위, 리그 11위)

2022년 1167이닝(팀 2위, 리그 5위)

2023년 1010⅔이닝(팀 3위, 리그 11위)

▲ 오지환 ⓒ곽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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