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형의 무감각한 현대인…김봉각 개인전 '이탈다수'
무감각한 얼굴 속 여러 시선이 읽힌다. 어딘가 불안한 듯 또 어딘가 불편한 듯. 무표정한 시선들이 낯설지 않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일상에서 마주하는 너와 나, 그들의 얼굴들이다. 일상의 우리는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을까.
현대사회의 관계를 특유의 선형 기법으로 표현하는 김봉각 작가의 개인전 ‘이탈다수’가 아르띠앙서울(강남구 청담동)에서 지난 31일 개막했다.
‘이탈다수’는 김봉각 작가가 새롭게 만들어낸 단어다. 선으로 다수의 이미지를 재구성한 작가의 작품세계이기도 하다.
작가는 현대사회의 관계를 작품에 투영한다. 어릴적 소심한 성격으로 타인을 마주하는 데 두려움이 있던 작가는 우연히 고압전선 감전 사고를 목격한 이후, 세상을 보는 시선이 바뀌었다. 빨간색만 보면 식은땀이 흘렀고, 대상을 오래 관찰하는 습관이 생겼다. 이후 김 작가는 주변을 모두 선으로 기억하고 이를 표현하기 시작했다.
그는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서 자료를 수집하고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을 선으로 기록한다. 서로 다른 목적지를 향하며 마주하는 순간. 개인의 행동반경은 타자의 범위와 충돌하고, 공간을 지나며 다수의 반경이 겹치면서 다양한 잔상을 만들어낸다. 작품의 줄무늬는 이러한 장면의 전환을 연속적으로 설명하는 바탕으로 사용됐다.
많은 장면에서 따온 선은 기계류, 전선, 나뭇가지, 뿔, 잎사귀의 모양을 빌려 다양한 감정의 형태로 표현됐다. 작품의 선은 시작점과 끝점이 일치하지 않는 열린 곡선의 형태로 재구성 되는데 이는 타인에 대한 불안, 확인되지 않은 존재에 대한 공포, 일상의 강박을 형태학적으로 무질서하게 드러낸다.
전시 관계자는 “‘이탈다수’는 고요한 일상의 순간들, 빠르게 지나가는 시간 속에서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들에 대한 의문을 던진다”며 “수많은 궤적과 시선의 움직임, 공간의 변화, 불편한 감정들은 평범한 일상 속에서 흘러가고 있다. 전시를 통해 작가가 보여주고자 한 선으로 재해석된 현대사회 속 일상을 감상해보기 바란다”고 전했다.
전시는 오는 12일까지 열리며, 관람 시간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7시까지다. 일요일은 휴관.
정자연 기자 jjy84@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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