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일 아닌 공영장례…'무연고 시신' 급증하는 日은 어떻게 [dot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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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혼의 직장인 A는 영등포구청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치매에 걸린 어머니와 외삼촌은 50년 가까이 서로 연락을 끊고 지내왔다. 언젠가 외삼촌이 출가해 스님이 됐다는 얘기를 전해들은 적이 있지만 얼굴을 본 적은 없다. 외삼촌은 평생 결혼을 하지 않아 자식도, 부인도 없다. 남남처럼 살았는데 이제와서 시신을 수습하는 게 맞는지 A는 혼란스럽다. 아직 미혼인 자신의 미래도 새삼 두려워졌다.
지난해 한국의 무연고 사망자수는 4800명. 3년 사이 82%나 급증했다. 무연고 시신을 처리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보니 지자체들은 관련 법(장사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공영 장례를 치른다. 공영 장례는 지자체가 무연고 사망자 등의 빈소를 마련하고 장례 의식을 지원하는 제도다. 우리보다 앞서 초고령화와 '다사(多死) 사회'를 맞은 일본의 현실을 감안하면 한국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최근 무연고 사망자 숫자가 10년 새 약 10배 늘어난 후쿠시마 현의 현황을 집중 조명했다. 2012년 22건에 그쳤던 무연고 사망자 숫자가 2022년에는 무려 223건으로 급증한 것. 친족이 있어도 시신 인수를 거부해 지자체가 화장을 대행하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지자체의 경제적 부담은 물론 행정 대응에 애를 먹고 있다. 같은 기간 지자체의 화장 대행 건수도 2012년 44건에서 2022년에는 250건으로 약 6배가 됐다. 오사카 시에선 연간 사망자의 10%가 무연고 사망에 해당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에서 화장 후 유골은 일정 기간 보관 후 인수자가 없으면 무연묘에 매장된다. 보관장소는 지자체의 공영묘지나 지역의 사원이 되지만, 유골의 보관 장소 확보를 의무화한 지자체도 있다. 유골 보관기간이나 방법은 지자체에 일임하고 있다. 화장 등에 걸리는 장제비는 사자의 예적금 등 유류금으로 충당할 수 있지만 여의치 않은 경우엔 지자체가 대신 부담한다.
일본 총무성의 조사 결과, 2018년 4월~2021년 10월 사이 가족이나 연고자를 찾지 못한 무연고 시신은 일본 전역에서 10만6000구에 달했다. 지자체가 대신 화장해 보관 중인 무연고 유골은 2021년 10월 기준 6만구다. 1인 가구가 워낙 급증하기도 했지만, 가족이나 친족이 있어도 일찌감치 관계가 단절되거나 사회·경제적 이유, 신체 능력 부족 등의 이유로 연고자가 시신 인수를 거절하는 경우도 많다.
요미우리신문의 조사에 따르면 지자체들은 장제 준비나 친족과의 연락, 호적 조사나 친족 조사 등에 장시간이 걸려 행정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2022년 처음으로 장제비를 예산으로 계상한 시라카와 시는 지난해 무연고 시신 증가로 해당 예산을 약 2.5배로 늘렸다. 카와마타 정은 올해부터 관련 예산 반영을 검토 중이다.
이와키시 소재 동일본국제대학교의 이마노 쿠스 교수는 "무연고 시신은 가족과 지역사회의 지지 기능과 복지·의료 등 사회보장제도가 약화되는 사회 변화에 따라 앞으로도 늘어날 것"이라며 "지자체의 대응에 맡기지 않고 사회 전체가 관심을 갖고 국가가 직접 나서 대책을 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무연고 사망자 대책에 일찌감치 나선 지자체들도 있다. 가나가와현 요코스카시는 혼자 사는 저소득 노인의 '종활(終活)'을 지원하는 '엔딩 플랜 서포트 사업'을 2015년부터 실시했다. 종활이란 스스로의 사망에 대비해 장의업체와 계약하고 신변 정리를 하는 등의 활동을 가리킨다. 2022년 요코스카 시 무연고 사망자 77명 중 16명(20.8%)이 생전에 종활 계약을 맺었던 것으로 집계됐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도쿄도는 내년부터 소속 지자체의 '종활 정보' 등록을 지원하기로 하고 예산을 확보한다. 종활 정보 등록은 혼자 사는 고령자의 긴급 연락처, 주치의, 연명치료 희망 여부 등에 대한 정보를 지자체가 미리 확보하는 것을 뜻한다.
올해 초고령 사회 진입이 유력한 한국은 이제 죽음이 많은 다사사회를 앞두고 있다. 무연고 사망 증가에 대응해 종활 지원사업이 시급해보인다.
김희정 기자 dontsigh@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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