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썸, 4개월 만에 ‘수수료 무료’ 끝냈지만… IPO 여전히 첩첩산중
점유율 반등했지만, 실적 관리 ‘비상등’
이정훈 의장 재판, 사법 리스크 지속
국내 2위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이 거래 수수료 무료 이벤트를 4개월 만에 끝내기로 했다. 현재 추진 중인 기업공개(IPO)를 위해 지난해부터 눈에 띄게 악화된 실적을 끌어올리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투자은행(IB)업계에서는 빗썸이 증시에 입성하기까지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고 지적한다. 최근 거래량을 늘리는 데는 성공했지만, 수수료를 다시 받기로 한 후에도 회복한 점유율을 유지할 수 있을 지가 관건이다. 또 대주주를 둘러싼 사법 리스크와 불투명한 지배구조 문제도 상장에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크다.
◇ 실적 악화된 빗썸, 수수료 부활…점유율 유지 ‘의문부호’
빗썸은 오는 5일부터 모든 가상자산에 대해 0.04%의 수수료를 부과하겠다고 지난 2일 밝혔다. 앞서 지난해 10월 4일 0.04~0.25%의 거래 수수료를 받지 않겠다고 발표한 지 4개월 만이다. 빗썸은 새로 정한 수수료는 업계 최저 수준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현재 국내 1위 플랫폼인 업비트는 모든 가상자산에 0.05%의 수수료를 적용하고 있다.
빗썸은 최근까지 수수료 무료화를 통해 점유율을 크게 올리는데 성공했다. 지난해 상반기 업비트가 점유율 80%를 넘어서는 동안 빗썸의 점유율은 10% 밑으로 떨어졌다. 그러나 현재는 점유율을 30% 이상으로 끌어올리며 업비트와의 격차를 좁힌 상태다.
반면 실적에는 오히려 비상등이 켜졌다. 지난해 가상자산 시장이 침체되면서 3분기까지 순이익이 크게 감소했는데, 수수료 무료화로 실적이 더욱 악화될 상황에 몰린 것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빗썸의 지난해 3분기 누적 순이익은 21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6% 급감했다. 3분기에는 106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빗썸이 4개월 만에 수수료를 다시 받겠다고 나선 것은 내년을 목표로 추진 중인 IPO를 위해 올해는 반드시 실적을 개선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가상자산업계에서는 수수료 부활 후에도 빗썸이 점유율을 계속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업비트와의 수수료 차이가 0.01%포인트에 불과한 데다, 벼랑 끝에 몰려 있는 코빗과 고팍스 등 소형 거래소들이 계속 무료 수수료 정책을 고수할 경우 빗썸의 이용량이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빗썸은 이번에 수수료 부과 방침을 전하면서, 고객들이 0.04%의 수수료를 적용 받기 위해선 별도의 쿠폰을 등록해야 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쿠폰 유효 기간은 등록일로부터 30일이고, 이후 재등록을 해야 한다. 두나무보다 0.01%포인트 낮은 수수료에 거래를 하기 위해선 매달 쿠폰을 등록해야 하는 셈이다.
가상자산업계 관계자는 “과거 빗썸이 업비트에 추월을 당한 것도 쿠폰 구매자에게만 최저 수수료를 부과해 소액 거래를 하는 개인 고객들을 빼앗겼기 때문이다”라면서 “업비트와의 수수료 차이가 크지 않는데, 매달 번거롭게 쿠폰을 등록해야 하는 절차로 다시 이용자들이 이탈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이정훈 전 의장 둘러싼 재판, 결국 대법원으로
대주주와 관련한 사법 리스크도 빗썸의 증시 입성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빗썸의 대주주로 알려진 이정훈 전 빗썸홀딩스 의장은 코인 사기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이 전 의장은 지난 2018년 BK그룹 회장 김모씨에게 빗썸의 인수와 공동 경영을 제안하면서 가상자산을 상장시켜 주겠다고 속인 뒤 돈을 받아 가로챈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았다. 1, 2심에서 재판부는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이 전 의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 전 의장은 지난해 11월 서울고법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직후 빗썸홀딩스에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리며 경영에 복귀했다.
그러나 검찰이 지난달 24일 법원 결정에 불복해 상고를 결정하면서 이 전 의장에 대한 재판은 대법원까지 이어지게 됐다.
이 전 의장이 2심에서도 무죄 판결을 받은 후 가상자산업계에서는 빗썸이 대주주의 사법 리스크에서 벗어나, IPO와 수수료 무료화, 위믹스의 재상장 등 굵직한 의사 결정이 빨라졌다는 평가가 잇따랐다. 그러나 검찰의 상고로 이 전 의장은 IPO를 위한 속도를 높여야 할 올해 역시 법적 공방을 지속해야 할 상황에 놓이게 됐다.
빗썸과 업비트, 코인원, 코빗 등 거래소들은 올해 하반기에 금융 당국으로부터 가상자산사업자(VASP) 갱신을 받아야 한다. 최근 정치권에서는 사업자를 갱신할 때 대주주들의 범죄 이력 등 적격성에 대한 심사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 전 의장의 재판과 실소유주 의혹, 불투명한 지배구조 등으로 논란을 겪었던 빗썸이 심사 과정에서 대주주 적격성에 대한 지적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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