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이란 모두 원치 않는다지만…무력 충돌 가능성 엄습
이스라엘 시리아공습에 이란 군사고문 사망 등 악재 잇따라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유현민 특파원 = 미국과 이란이 모두 원치는 않는다는 공식 입장을 냈지만 중동에서 양측이 직접 무력 충돌할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2020년 미국이 이란 군부 실세 가셈 솔레이마니 사령관을 암살한 직후 최고조에 달했던 전쟁의 소용돌이가 재현되는 모양새다.
확전의 '마지노선'으로 여겨진 미군 인명피해를 초래한 친이란 무장세력의 공격에 미국이 보복 공격 계획을 확정하자 이란은 강경 대응을 경고하고 나섰다.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은 2일(현지시간) TV 연설에서 "먼저 전쟁을 시작하지는 않겠다"면서도 "외부의 위협에는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의 보복 공격 목표물에 이라크와 시리아에 있는 이란 측 인사와 시설도 포함된다고 미국 CBS 방송이 보도한 뒤 나온 이란의 공개 반응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해 10월 7일 가자지구 전쟁 발발 이후 이라크·시리아 등지의 친이란 무장세력이 미군에 가한 공격은 170건을 넘지만, 그간 양측은 직접 충돌을 피해 왔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이 미군 사망 이틀 후인 지난달 29일 브리핑에서 "이란과의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된다.
이란도 미군 사망과 관련해 자국이 배후로 지목되자 "역내 저항 세력은 자신들의 결정과 행동에 있어서 이란의 명령을 받지 않는다"며 "분쟁이 확대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밝히는 등 미국과 충돌을 원치 않는다는 신호를 반복해서 보냈다.
미국 정부는 이번 공격의 배후로 이라크 내 친이란 민병대 카타이브 헤즈볼라 등이 속한 '이라크 이슬람저항군'(IRI)을 지목했다. 이들에게 무기와 자금을 지원해 온 이란도 '포괄적 배후'로 간주한다.
가자지구 전쟁 발발 이후 미군이 사망한 건 이번이 처음이라는 점에서 미국 공화당 매파 등에선 이란 본토를 타격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그러나 이란에 대한 직접 공격은 그야말로 중동 전체가 전쟁에 휘말리게 되는 터라 가능성은 아직 커 보이진 않는다.
11월 대선에서 재선을 노리는 조 바이든 대통령으로서는 중동 전체가 전쟁터가 되는 상황은 되도록 피해야 할 시나리오다.
특히 이란이 전 세계 원유·가스 물동량의 20%를 차지하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대응한다면 세계 경제가 오일 쇼크로 휘청일 가능성이 크다. 이란은 1980∼88년 이라크와 전쟁에서 호르무즈 해협을 일시 봉쇄한 적 있다.
따라서 가장 유력해 보이는 미국의 보복 공격은 지금까지 해 왔던 친이란 무장세력의 기지와 지휘부 타격이다.
이라크와 시리아에는 이란 혁명수비대 정예군 쿠드스군으로부터 훈련부터 장비, 자금 지원을 받지만 직접 지휘는 받지 않는 무장 단체들의 수많은 기지와 무기고, 훈련소가 있다.
미국은 이들이 누구이며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어 정밀유도 미사일 공격을 쉽게 확대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미국이 지금까지 이런 방식으로 이들 세력을 억제하는 데 실패했고 오히려 미군을 겨냥한 공격을 더욱 강화하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점이다.
미군이 솔레이마니 사령관을 폭사시킨 후 9개월 넘게 친이란 무장세력의 게릴라식 공격에 시달린 게 그 방증이다.
미국과 직접 충돌을 피해 온 이란이 실제 행동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이란은 미국의 동맹인 이스라엘의 시리아 공습으로 혁명수비대 대원들이 사망하자 공개적으로 보복을 다짐한 바 있다.
시리아에서는 2일에도 이스라엘군이 수도 다마스쿠스의 남부를 공습해 혁명수비대가 파견한 군사 고문을 비롯해 3명이 숨졌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넉달 이스라엘과 교전으로 이란의 대리군인 레바논 헤즈볼라의 피해도 점점 커지고 있다.
이란 정권은 대외적으로 '저항의 축'에 반미 노선의 건재함을 보이는 동시에 국내 강경파의 여론을 의식해 이같은 공세에 '행동'하지 않으면 안될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hyunmin62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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