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사고나면 어쩌죠?"…영세기업인들 "나도 쇠고랑 찰 뻔"

김형준 기자 2024. 2. 3.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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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처법 50인 미만 사업장 확대에 영세 中企 불안감 고조
근로자 안전 확보엔 공감…"인력·인식 개선 지원해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열린 중대재해처벌법 유예 촉구 전국 중소기업인 결의대회에서 참가자들이 법안 유예를 촉구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서울=뉴스1) 김형준 기자 = "업장에서 손 끼임 사고가 6개월 새 2번 있었어요. 직원들에게 매일 조회 때마다 안전교육을 하고 끼임방지 시설도 추가적으로 보완했지만 '100%의 안전'이란건 장담할 수 없거든요. 이런 노력에도 또다시 사고가 발생했을때 무조건 대표를 처벌한다고 하니, 정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막막합니다."

17년째 중소제조업체를 운영하는 장 모 대표. 그의 사업장에서는 반년간 직원 2명이 끼임 사고로 부상을 당했다. 사고 당시 산업재해 처리를 하고 넘어갔지만 중대재해처벌법(중처법)이 확대 시행된 후였다면 처벌을 받을 수도 있었다.

장 대표는 "회사 규모가 작다보니 동료 직원들의 연이은 부상으로 다른 직원들도 큰 충격을 받았고 사기도 저하됐다"면서 "그런데 만약 법 시행 이후였다면 내가(회사 대표가) 구속될 수도 있었을 테고, 그러면 사실상 회사를 폐업해야 하는 상황까지 내몰렸을 것"이라고 말했다.

◇"불의의 사고 어쩌나"…불안감 커진 영세업장

3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7일부터 50인 이상 사업장에만 적용되던 중처법이 5인 이상 사업장 전체에 확대 적용됐다. 영세 중소기업이어도 직원 수에 따라 중대재해 발생 시 대표가 처벌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법에 따르면 동일한 사고로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가 2명 이상 발생하면 처벌받을 수 있다.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다하지 않은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 등은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직원 수 40명 정도인 장 대표의 업체도 중처법 적용 대상업체다. 장 대표의 제조 공정에서는 열을 가해 재료를 만드는 가마를 사용한다.

폭발 사고 위험이 있고 기계가 오작동할 가능성이 있기에 장 대표는 직원의 안전교육과 설비 정비에 만전을 기울이고 있다.

제품을 용기에 담는 충전기는 장 대표가 특별히 신경 쓰는 설비다. 설비 운영 특성상 자칫하면 끼임 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최근 끼임 사고도 여기서 발생했다.

장 대표는 중처법이 시행됐음에도 당장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막막하다.

그는 "전문업체를 통해 상담도 받아봤는데 실질적인 도움은 되지 않았다"면서 "지금 우리 현장은 여전히 사고에 대비하고 조심하고는 있지만 중처법이 시행된다고 특별히 달라진 것이 없는데, 이런 상황에서 사고가 나면 그냥 (처벌을) 받아야 하는 것이냐"며 답답해했다.

중처법 적용에 대한 정확한 인지가 부족한 소상공인이나 영세 기업인들도 수두룩하다.

직원 7명 규모의 육류도매업체를 운영하는 소 모 대표는 "고기를 써는 게 일인데 손이라도 반복해서 베이면 그것도 중처법에 해당하느냐"반문하며 "근로자를 보호하려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처벌 범위나 법에 명시된 '보호 의무'라는 것이 대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를 말하는지 누구도 알려주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내 한 공사 현장에서 근로자들이 작업을 하고 있다.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취지는 공감하지만…"인력 지원·의식 교육 선행해야"

중소기업계도 업장 내 산업 안전 체계 구축 필요성에는 공감을 표하고 있다. 1일 중소기업중앙회 등 관련 단체들은 공동 성명을 내고 "근로자의 생명과 건강이 무엇보다 소중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으며 앞으로도 안전한 일터 만들기에 최선을 다할 것을 다짐한다"고 밝힌 바 있다.

중기중앙회 등 경제6단체는 법 적용을 2년 유예한다면 추가 유예를 요구하지 않고 대책이 실효성 있게 이뤄질 수 있도록 협력하겠다고 호소했지만 1월 임시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도 중처법 유예안은 다뤄지지 않았다.

당장 산업안전보건체계를 갖춰야 하는 업계는 무엇보다 전문 컨설턴트와 안전관리자 지원, 직원 대상 교육 등을 확대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한 중소 건설업체 대표는 "하도급 저가 수주를 하다 보니 안전관리자를 두기 어려운 현실"이라며 "공사비가 빠듯해 안전관리자를 둘 수도 없고 공사비를 맞추려다 보니 공기를 당겨야 한다. 그 과정에서 불의의 사고가 날 수도 있는 악순환"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언급한 장 모 대표는 중처법 관련 컨설팅을 받아보기도 했다고 전했다. 그는 "(컨설턴트들이) 모든 업종을 다 자세히 아는 게 아니다 보니 받을 수 있는 상담이 제한적이다"며 "시설 문제도 컨설팅대로라면 500평 업장을 1000평으로 늘려야 하는 수준"이라고 전했다.

이어 "조회 때마다 항상 의식교육을 하지만 아직도 직원들은 중처법을 잘 모른다"며 "홍보와 교육이 절실하다. 하루아침에 되는 일이 아닌 만큼 법 적용 유예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ju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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