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UP] 숨통 트인 ‘빈집 숙박업’… 다자요, 공간 재생 본격 확장
남성준 대표 “‘우리 집도 해달라’ 문의 쏟아져”
“제주 外 지자체와 논의 중… 연내 착공 목표”
“다자요는 이미 빈집 재생의 표준화된 모델이 됐다. 앞으로는 리모델링의 표준, 넓게는 유휴공간 재생 사업의 표준이 되려고 한다.”
정부가 지난달 25일 ‘농어촌 빈집 활용 숙박업’ 규제샌드박스(실증 특례) 기간을 2026년 1월까지 2년 연장했다. 일부 규제도 추가로 완화하면서 빈집 재생 숙박 플랫폼 ‘다자요’가 사업에 숨통을 틀 수 있게 됐다. 남성준 다자요 대표는 “빈집은 일부일 뿐이고, 앞으로는 버려진 공간을 쓸모 있게 만드는 프로젝트 전반으로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자요는 농어촌의 방치된 빈집을 주인으로부터 무상 임대받아 고급 독채 숙소로 리모델링한 뒤 여행객에게 빌려주는 서비스를 한다. 지역 소멸을 막을 대안으로 ‘공간 재생’을 제시했다. 다자요는 매출의 1.5%를 마을에 기부한다. 이렇게 재생된 빈집은 10년의 임대 기간이 지나면 원래 주인에게 돌려준다.
빈집 주인은 비용을 들이지 않고 리모델링에 시설 관리까지 받을 수 있고, 다자요는 주택 매입 비용을 아낄 수 있다. 이용자는 여행지의 ‘진짜 집’에서 머무르는 경험을 할 수 있다. 해당 집이 있는 지방자치단체는 지역 곳곳까지 여행객을 유치할 수 있다. 다자요는 현재 제주도에서 총 9채의 빈집 재생 숙소를 운영하고 있다.
다자요는 2017년 크라우드 펀딩(crowd funding·대중에게 자금을 모으는 방식)으로 350명의 일반인 투자자에게 8억원을 투자받아 첫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1년 여의 공사 끝에 2018년 4월 ‘도순 돌담집’이 문을 열었고 이듬해 두 번째 집을 선보이려던 때 규제에 가로막혀 불법 숙소로 내몰렸다. 결국 다자요는 2019년부터 1년 넘게 영업이 중지됐다. 그러다 2020년 규제 특례 과제로 지정되면서 제한적으로 사업을 할 수 있게 됐다.
지난달 말에는 규제샌드박스 기간 연장과 함께 규제가 더 완화됐다. 1년에 300일만 영업 가능했던 것이 365일로 늘었고, 증축 제한도 기준이 완화됐다. 사업장 수는 50채에서 500채로 대폭 늘었다. 정부는 일부 지역에서만 제한적으로 운영해서는 충분히 사업을 실증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자요는 올해 다시 투자 유치를 시작하고 본격적으로 사업 확장에 나선다. 남 대표를 지난달 30일 서울 서초구 드림플러스에서 만났다.
―줄곧 규제 문제에 시달려 왔다. 어떤 어려움을 겪었나.
“회사가 망할 뻔했다. ‘관련 법이 없다’는 것과 ‘불법’은 종이 한 장 차이다. 우리 입장에서는 관련 법이 없으니 제도를 만들어 달라고 말할 수 있지만, 합법이 아니니 불법이라는 시각도 분명히 존재한다. 이 때문에 영업이 정지됐고 투자 유치에 난항을 겪었다. 10명이던 직원도 4명으로 줄였다. 믿고 따라온 직원을 내보내면서 자책감이 많이 들었다. 무엇보다 마침표 없는 싸움을 해야 한다는 점이 가장 힘들었다.”
―사업을 포기하지 않게 한 동력은 무엇이었나.
“크라우드 펀딩에 참여해 준 350명의 개인 투자자 덕분에 버텼다. 다자요는 기관 투자자보다 개인 투자자 비중이 훨씬 크다. 이들은 2017년 첫 번째 빈집 재생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우리의 취지에 공감해 모인 사람들이다.”
―정부에서는 농어촌 빈집 문제와 관련해 어떤 움직임이 있었나.
“그간 정부도 이 문제에 대해 꾸준히 관심을 가져왔다. 2017년에 처음 프로젝트를 시작했을 때는 빈집이 철거의 대상으로 여겨졌다. 지역의 경관을 해치는 흉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빈집을 지방자치단체가 매입한 뒤 철거하거나 새로운 시설로 정비하는 식의 접근이 많았다.
그런데 빈집 매입은 결코 쉽지 않다. 농어촌의 오래된 집은 가족 구성원의 상경, 아파트 이사 등으로 비는 경우가 많은데, 대를 이어서 오랫동안 보유하던 집이다 보니 집주인이 선뜻 팔려고 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다자요는 ‘무상 임대→리모델링→반환’이라는 방식을 제시했고, 지금은 지자체 차원에서 유사한 사업을 진행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앞으로는 제주도 밖에서도 다자요 숙소를 만나볼 수 있겠다.
“’우리 집도 해달라’는 신청이 전국에서 400개 가까이 왔다. 어느 지역으로 갈지는 여러 지자체와 논의 중이다. 다만 최소한의 인프라(기반시설)는 있는 곳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멋진 숙소여도 근처에 편의점 한 곳은 있어야 하지 않겠나. 서울의 경우 강남구에만 편의점이 1만개 가까이 있다고 하는데, 군 단위에는 20개뿐이라고 한다. 우리가 멋진 숙소를 만들었다고 해서 관광객이 오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의 사업 계획은 어떻게 되나.
“제주 외 지역에도 숙소가 좀 더 늘면,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로 회원제 도입을 고려하고 있다. 연간 회원으로 가입하면 할인권을 주는 등 이용자를 묶어둘 만한 혜택을 마련하려고 한다.
B2B(기업 간 거래) 서비스도 계속해서 확대할 예정이다. 유명 스타트업이나 대기업 계열사 몇 곳이 직원 워케이션(일과 휴가의 합성어)을 위해 제주의 다자요 숙소를 지원하고 있다. 올해 최소 5곳은 B2B로 1년 치 예약이 끝난 상태다. 법인 회원제도 추후 도입하려 한다.
숙소에 제품을 입점시키는 B2B 서비스도 반응이 좋다. 다자요 숙소는 1박에 40만~50만원대로 가격대가 있어 구매력이 있는 이용자가 주로 찾는다. 이들을 주요 수요층으로 하는 가전, 침구, 인테리어 기업은 다자요 숙소를 고객 경험 공간으로 활용한다. 즉각적인 매출보다는 재생 사업 투자로 연결이 되는데 LG전자와 일룸, 이브자리, 노루페인트 등이 프로젝트를 지원한다. 지역 재생이라는 취지 때문에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가치가 높아 호응이 좋다. 이 밖의 지역 특산물 제품은 비용을 받지 않고 입점시키고 있다.”
―중장기 목표는 무엇인가.
“빈집은 우리가 구상한 비전의 일부다. 빈집뿐만 아니라 유휴공간 전체로 사업을 확장할 예정이다. 같은 빈집이라고 해도 대로변에 있어 숙소로 활용하기 어려운 곳은 F&B(식음료)나 브랜드 공간으로 조성할 수 있다. 또 언덕 위의 땅을 캠핑지와 소형주택으로 꾸미는 것처럼 다양한 형태로 개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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