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대한 재정 들어갈 양곡법·농안법, 국회 통과 가능할까

박영주 기자 2024. 2. 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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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 주도 양곡관리법 개정안 '의무 매입' 전제
양곡법·농안법, 年 2조5000억 이상 예산 투입
정부 "과잉 생산·가격 하락 부작용 우려 반대"
법사위 여당 몫 등 본회의 통과는 난항 예상
[서울=뉴시스] 김혜진 기자 = 서울 시내 대형마트에서 고객이 장을 보고 있다. 2024.01.26. jini@newsis.com


[세종=뉴시스] 박영주 기자 = 야당 주도로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상임위원회 문턱을 넘으면서 막대한 재정 투입과 쌀 공급과잉 등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다만 21대 국회 임기 내 본회의 통과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돼 '보여 주기식' 법안이란 지적도 나온다.

3일 국회 등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양곡관리법 개정안과 농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법(농안법) 개정안을 단독 의결했다. 여당 의원들은 강행 처리에 반발하며 의결 전 모두 퇴장했다.

지난해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이후 다시 발의된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양곡관리수급위원회를 신설, 이곳에서 정한 목표 가격에 못 미치면 쌀을 의무 매입하는 방안이 담겼다.

쌀 초과 생산량의 3~5%, 수확기 쌀값이 전년 대비 5~8% 이상 하락 시 시장에서 의무적으로 사들이는 기존 안보다는 완화됐지만 여전히 의무 매입을 전제로 했다. 의무 매입 시에는 시장가격이 아닌 공공비축미 가격으로 매입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정부는 양곡관리법 개정안 통과로 시장격리가 의무화되면 벼 재배가 증가해 쌀의 공급 과잉이 심화되고 농업 경쟁력이 저하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벼농사는 기계화율이 99%에 달해 재배가 쉽고 소득률도 51.7%로 전체 농업소득률(27.4%)을 크게 웃돌기 때문에 벼 재배 면적을 줄이기 힘들 거라는 입장이다.

실제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쌀을 의무 매입하면 2030년 쌀 초과 생산량이 약 64만t에 이르고 1조4042억원의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했다. 여기에 논 타작물 재배 지원을 병행하면 재정 소요가 더 커질 거라는 시나리오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쌀 소비는 계속해서 감소하는데 격리 의무화로 쌀 생산 감소폭은 더 축소돼 구조적 공급과잉은 보다 심화할 것"이라며 "강력한 쌀 증산유도 정책인 격리 의무화와 생산 감축 정책인 타작물 재배지원 사업을 동시에 시행하는 모순적 상황으로 재정 낭비가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시스] 추상철 기자 = 소병훈 농해수위 위원장이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2024.02.01. scchoo@newsis.com


양곡관리법 개정안과 함께 상임위를 통과한 농안법 개정안은 양곡, 채소, 과일 등 주요 농산물의 시장가격이 기준가격 미만으로 하락하면 생산자에게 차액을 지급하는 최저가격 보상 제도를 담고 있다. 대상 품목과 기준가격, 보전비율 등은 심의위원회에서 정하게 된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수급 관리가 전제되지 않은 가격안정제는 공급과잉과 가격 하락의 악순환을 초래한다"며 "품질에 상관없이 생산량을 늘리는 것이 소득 증대에 도움이 되므로 고품질 농산물 생산 의욕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심의위원에 이해관계자가 포함된 만큼 대상 품목이나 기준 가격, 차액 지급 비율 등을 결정할 때 불필요한 사회적 갈등이 나타날 수 있다고도 봤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정부는 국회나 농민단체로부터 지속적인 기준 가격 상향 요구도 떠안게 된다.

지난해 5월 한국농업경제학회가 내놓은 분석에 따르면 배추·무·고추·마늘·양파 등 5대 채소류를 평년 가격 기준으로 최저가격보장제를 실시하면 차액 보전을 위해 연간 1조1906억원이 필요하다. 또 품목에 따라 최대 41.2% 생산량이 증가하고 67%까지 가격이 폭락하게 된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개정안 의결 후 "양곡관리법과 농수산물유통 및 가격안정법은 과잉생산, 가격 하락 등 시장개입의 부작용을 우려해 정부가 반대해 왔다"고 밝혔다.

하지만 상임위 문턱을 넘은 양곡관리법 개정안과 농안법 개정안이 21대 국회 임기 안에 본회의를 통과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농해수위 전체회의 다음 관문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이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이기 때문이다. 야당이 단독으로 의결하고 정부가 반대하는 법안을 김도읍 위원장이 전체회의에 상정시킬 가능성은 매우 낮다.

법사위를 피할 수 있는 '패스트 트랙'도 21대 국회 임기 안에는 불가능하다. 법사위 90일, 본회의 60일 등 최소 5개월이 걸린다. 그러면 5월29일 21대 국회는 종료되고 상정된 법안은 모두 폐기될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농해수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양곡관리법과 농안법은 시장을 왜곡해 농산물 가격 불안정과 과도한 재정 부담을 초래하는 악법이고 정쟁을 촉발하는 선거용 포퓰리즘 법안"이라고 비판했다.

[강화=뉴시스] 전진환 기자 = 인천 강화군농협미곡처리장 창고에 정미를 위한 벼가 담긴 톤백이 임시로 쌓여 있다. 2023.10.16. amin2@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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