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2만원 줄게요" 영화 설문의 함정…전국 피해자 얽히고 설켰다

김지은 기자, 박수현 기자 2024. 2. 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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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설문조사 하면 2만원 드릴게요."

직장인 김모씨는 지난달 4일 메신저 앱(애플리케이션) '라인'에서 영화 설문 조사를 해주면 2만원을 준다는 문자를 받았다.

김씨는 속는 셈 치고 10만원을 보냈고 곧바로 13만원을 환급받았다.

그렇게 김씨는 일당이 알려준 4개 계좌로 총 1530여만원을 각각 나눠 입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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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4일 직장인 김모씨는 메신저 앱 '라인'에서 영화 설문 조사를 해주면 2만원을 준다는 문자를 받았다. /사진=독자제공


"영화 설문조사 하면 2만원 드릴게요."

직장인 김모씨는 지난달 4일 메신저 앱(애플리케이션) '라인'에서 영화 설문 조사를 해주면 2만원을 준다는 문자를 받았다. "어떤 장르 영화를 좋아하느냐"는 질문에 간단히 답하자 텔레그램 방으로 이동해 돈을 받으라고 했다.

텔레그램 방에 접속하니 일당은 VIP 적립 이벤트를 안내했다. 자신들이 운영하는 사이트 '19905VIP'에서 영화 티켓을 예매하면 인센티브를 얹어 돌려주겠다고 했다. 김씨는 속는 셈 치고 10만원을 보냈고 곧바로 13만원을 환급받았다.

안내원은 1차로 끝났던 예매 이벤트를 확대했다. 1차에서 35만원, 2차에서 98만원, 3차에서 397만원, 4차에서 1000만원을 입금하면 더 많은 인센티브가 가능하다고 했다. 그렇게 김씨는 일당이 알려준 4개 계좌로 총 1530여만원을 각각 나눠 입금했다. 이들 계좌 중엔 성모씨라는 사람의 계좌도 있었다.

텔레그램 안내원은 김씨에게 성모씨 계좌로 500만원을 두 차례에 걸쳐 총 1000만원 송금하라고 했다. /사진=독자제공


안내원은 성씨에게 총 1000만원을 500만원씩 나눠 입금하라고 했다. 이후 돈을 받고는 자취를 감췄다. (지난 기사 참고: [단독]"영화 설문 좀" 답하니 입금된 2만원…어느새 2000만원 사라졌다)

김씨는 사기 피해 정보 공유 사이트 '더치트'에 사기 계좌를 등록했다. 더치트에 상대방 이름, 계좌번호 등을 적으면 사기 계좌에 1원씩 입금돼 자신의 피해 사실을 알릴 수 있다.

김씨는 앞서 입금했던 4개 계좌 중 유일하게 성씨에게 연락을 받았다. 성씨는 자신의 통장에 김씨 이름으로 1000만원이 입금됐다고 했다.

성모씨가 문자로 받은 '서민금융 정부 지원 희망지원금' 안내 문자. /사진=독자제공


성씨는 자신 역시 피해자라고 했다. 그는 지난해 5월 '서민금융 정부 지원 희망지원금' 대상자가 됐다는 문자를 받았다.

상담사는 대출받으려면 통장 거래 내역이 필요하다고 했다. 한 쇼핑몰 사이트에 회원가입을 하고 신분증과 계좌번호도 알려달라고 했다. 성씨가 지시를 따른 지 2개월 뒤, 상담사에게 연락이 왔다. 쇼핑몰 이름으로 돈이 입금될 텐데 자신이 알려주는 계좌로 돈을 보내라고 했다. 통장을 확인해보니 쇼핑몰 이름으로 총 700만원이 들어와 있었다.

성씨는 돈을 갖고 있으면 문제가 생길까봐 상담사 지시를 따랐다. 그리고 그날 경찰로부터 통장이 지급 정지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쇼핑몰 이름으로 성씨 계좌에 돈을 보낸 사람이 자신 역시 사기를 당했다며 성씨를 신고했다.

그리고 3개월 뒤, 같은 상담사에게 또 다시 연락이 왔다. 이번에는 1000만원을 입금했으니 마찬가지로 자신이 알려주는 계좌에 돈을 보내라고 했다.

성씨는 지난달 12일 누군가 더치트에서 자신의 계좌를 신고한 사실을 알게 됐다. 신고자는 앞서 영화 설문 사기 피해를 본 김씨였다. 성씨는 그제서야 자신의 통장이 영화 설문 사기의 대포통장으로 이용된 걸 알았다. 일당은 영화 설문 사기와 대출 빙자 사기 피해자들을 엮어 또 다른 피해를 낳은 셈이다.

경찰은 관련 사건들을 일산 동부경찰서로 일원화해 신속한 수사에 나서겠다고 2일 밝혔다. 그동안 피해자들이 서울, 제주도, 울산 등 전국 각지에 발생한 탓에 관할 경찰서별로 사건이 흩어지고 수사 역량도 분산됐다.

경찰 관계자는 "경찰청에 요청해 일산 동부경찰서가 사건을 일원화해 수사하기로 했다"며 "대출 빙자 사기와도 연관성이 있는지 들여다볼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은 기자 running7@mt.co.kr 박수현 기자 literature1028@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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