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복귀 정일우 "성소수자역 큰 도전이지만 욕심났다"[문화人터뷰]

박주연 기자 2024. 2. 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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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리나'를 연기하는 것은 큰 도전이었어요. 쉽지 않은 여정이었습니다."

배우 정일우(37)가 연극 '거미여인의 키스'의 성소수자 몰리나역으로 5년 만에 연극 무대에 복귀했다.

지난 2일 서울 대학로 예그린씨어터에서 만난 정일우는 "대본을 처음 읽었을 때는 발렌틴이 더 매력적이라고 느꼈다"며 "하지만 오랜만에 연극 복귀하며 어떤 캐릭터를 선택하면 좋을까 생각했더니 몰리나역에 욕심이 났다"고 설명했다.

정일우가 연기하는 몰리나는 자신이 여자라고 믿는 낭만적 감성의 소유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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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여인의키스. (사진=레드앤블루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주연 기자 = "'몰리나'를 연기하는 것은 큰 도전이었어요. 쉽지 않은 여정이었습니다."

배우 정일우(37)가 연극 '거미여인의 키스'의 성소수자 몰리나역으로 5년 만에 연극 무대에 복귀했다.

'거미여인의 키스'는 '몰리나'와 냉철한 반정부주의자 정치범 '발렌틴'이 감옥에서 만나 서로를 받아들여가는 과정 속에서 피어나는 따뜻한 인간애와 사랑을 다룬 작품이다.

아르헨티나 출신의 작가 마누엘 푸익이 1976년 소설로 첫 공개한 후 1983년 희곡으로, 1985년 영화로 세계적 호평을 받았다. 1992년 뮤지컬로 웨스트엔드에서 첫 선을 보였다. 국내에서는 2011년 연극 초연 후 2015, 2017년 잇달아 관객을 만났다. 정성화·박은태·최재웅·김호영 등 수많은 스타 배우들이 거쳐간 작품이기도 하다.

지난 2일 서울 대학로 예그린씨어터에서 만난 정일우는 "대본을 처음 읽었을 때는 발렌틴이 더 매력적이라고 느꼈다"며 "하지만 오랜만에 연극 복귀하며 어떤 캐릭터를 선택하면 좋을까 생각했더니 몰리나역에 욕심이 났다"고 설명했다.

"몰리나와 제가 가진 색이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유리알처럼 건드리면 깨질 것 같은, 약해보이면서도 감정과 마음에 솔직한 캐릭터로 포인트를 잡고 그런 것들을 잘 표현하려 하고 있습니다."

정일우가 연기하는 몰리나는 자신이 여자라고 믿는 낭만적 감성의 소유자다. 소년을 유혹했다는 이유로 감옥에 가 반정부주의자인 정치범 발렌틴을 만난다. 감옥 소장으로부터 가석방을 조건으로 발렌틴에게 반정부 조직에 대한 정보를 캐내라는 압박을 받지만 감옥에서 함께 시간을 보내며 점차 발렌틴을 이해하고 가까워진다.

정일우는 "몰리나와의 싱크로율을 100%로 맞추려고 하고 있다"며 "목소리를 인위적으로 (여성처럼) 내려고 하지는 않지만 몰리나는 유리알처럼 섬세한 친구이기 때문에 손 동작, 앉는 자세, 걸음걸이 등을 여성스럽게 표현하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몰리나에게는 '사랑'이라는 주제가 굉장히 중요해요. 그 사랑의 깊이를 어떻게 표현할 지가 고민이었죠."

거미여인의키스. (사진=레드앤블루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배우 2명이 115분을 꽉 채워야 하는 2인극, 그중에서도 압도적으로 대사량이 많은 '몰리나'역을 소화하기 위해 정일우는 새벽시간까지 연출과 통화하며 캐릭터를 분석했고, 누구보다도 연습실에 자주 나와 연습했다.

"아직까지도 무대에 올라오기 전까지 계속 대본을 봐요. 몰리나가 뭔가 굉장히 두서 없이 이야기하는 부분들이 많거든요. 영화 이야기를 하다, 다른 이야기를 하고, 또 다른 이야기를 하는 식이죠. 아직 공연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항상 긴장된 상태입니다. 아마 끝까지 그럴 것 같아요."

정일우가 생각하는 몰리나의 가장 큰 매력은 '솔직함'이다.

"1막에서 몰리나가 '나는 내가 슬프다고 느끼면 울거야'라는 대사를 해요. 그 부분이 많이 와닿았어요. 몰리나는 자기가 느끼는 감정이나 자신의 모습을 정말 가감 없이 드러내고, 또 그것을 덤덤하게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그런 솔직한 사람입니다. 저는 그런 부분이 굉장히 부럽더라고요. 저는 어떨 때는 가면을 쓰기도 하고, 내성적이라 제 감정을 막 드러내지 못하거든요."

정일우가 생각하는 연극의 매력은 무대에서만 느낄 수 있는 긴장감, 관객과 소통이다.

"연극이라는 무대는 매체와 정말 달라요. 긴장감도 크지만 관객들과 직접적으로 소통할 수 있죠. 한 작품을 30번 넘게 반복하며 캐릭터의 깊이를 알아가고, 배우로서의 배움도 하나씩 늘어가요. 기회가 된다면 평생 연극 무대에 서고 싶습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pjy@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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