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창대했으나..다시 증명해야 하는 호스킨스, 새 둥지 밀워키서 비상할까[슬로우볼]
[뉴스엔 안형준 기자]
호스킨스가 밀워키에서 야구 인생의 새 장을 시작한다.
밀워키 브루어스는 지난 1월 24일(한국시간) 내야수 리스 호스킨스와 공식적으로 FA 계약을 맺었다. 2년 3,400만 달러가 보장되는 2+1년 계약이다.
2년이 보장되지만 사실상 1+1+1년 계약이다. 호스킨스는 2024년 1,200만 달러의 연봉을 받고 시즌이 끝나면 옵트아웃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옵트아웃을 선언하지 않는다면 호스킨스는 2025시즌 1,800만 달러의 연봉을 받고 만약 팀을 떠나기로 결정한다면 바이아웃 금액 400만 달러와 함께 FA 시장으로 향할 수 있다. 2026시즌에는 역시 1,800만 달러의 상호동의 옵션(바이아웃 400만 달러)이 있다.
계약은 짧게는 1년 1,600만 달러로 끝날 수 있고 최대로 길어질 경우 3년 4,800만 달러 규모가 된다. 연평균 1,600만 달러 수준의 계약인 것. 호스킨스의 2023시즌 연봉이 1,200만 달러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가치는 크게 오르지 않았다.
필라델피아 필리스의 프랜차이즈 스타였던 호스킨스는 데뷔 초 가장 빛났다. 필라델피아가 2014년 신인드래프트 5라운드에서 지명한 호스킨스는 마이너리거 시절부터 타격에 재능을 보였지만 'TOP 100 급' 유망주라는 평가까지는 받지 못했다. 하지만 빅리그 데뷔 시즌이던 2017년 50경기에서 .259/.396/.618 18홈런 48타점을 기록하며 돌풍을 일으켰다. 직전시즌 데뷔해 메이저리그의 이목을 사로잡은 개리 산체스(당시 NYY)를 떠올리게 하는 활약으로 화제의 중심에 섰다.
필라델피아는 지갑을 여는 것에 인색하지 않은 팀이다. 호스킨스가 첫 풀타임 시즌인 2018시즌에도 여전한 장타력을 선보이며 활약하자 장기계약에 대한 이야기가 조금씩 나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호스킨스는 그 즈음 스캇 보라스를 에이전트로 선임했고 장기계약이라는 단어는 호스킨스 주변에서 사라졌다. 보라스는 자신이 관리하는 선수가 FA 시장에 나오기 전 장기계약을 맺는 것을 혐오 수준으로 싫어하는 인물이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며 호스킨스는 점차 관심의 중심에서 벗어났다. 2018시즌부터 성적에 큰 변화는 없었다. 큰 변화가 없다는 것은 큰 부진도 없지만 더 이상의 발전도 없었다는 것. 갓 20대 중반에 접어든 젊은 거포를 바라보던 기대의 시선들은 시간의 흐름과 함께 점차 사라졌고 장점도 단점도 확실한, 굳이 파고들지 않아도 누구나 잘 아는 선수만 남았다.
'기대주'라는 위치에서 벗어나자 다른 선수들과 비교돼 오히려 단점이 부각되기 시작했다. 뛰어난 장타력을 가졌지만 정교함이 부족하고 삼진이 많으며 수비력도 아쉬웠다. 가장 큰 강점인 장타력도 리그를 지배할 만한 수준은 아니었다. 호스킨스는 그렇게 점차 애매한 선수가 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최악의 시기를 맞이했다. 이렇다 할 장기계약 논의 없이 FA 시즌을 맞이한 호스킨스는 2023시즌을 준비하던 중 스프링캠프 시범경기에서 십자인대 파열 부상을 당했고 정규시즌이 시작하기도 전에 시즌아웃됐다.
부상 전까지 6년 동안 쌓아놓은 커리어(667G .242/.353/.492 148HR 405RBI) 덕분에 2023시즌을 뛰지 않고도 나쁘지 않은 계약을 맺었지만 호스킨스의 명성을 감안하면 분명 아쉽다. 연평균 1,600만 달러가 절대 작은 액수는 아니지만 보장되는 기간은 겨우 2년이다. 그것도 사실상 올해 다시 가치를 증명해 내년 FA 시장에서 더 큰 계약을 따내겠다는 1년 계약이나 마찬가지인 형태다.
호스킨스는 3월이면 31세가 된다. 아직 많은 나이는 아니다. 하지만 30대가 됐다는 점은 의미가 작지 않다. 에이징 커브 이론이 널리 받아들여진 현재 메이저리그에서 30대에 접어들었다는 점은 언제 기량이 하락하고 잦은 부상에 시달려도 이상하지 않다는 뜻이다.
올시즌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호스킨스 입장에서 최상의 시나리오는 올해 30개 이상의 홈런과 0.800 이상의 OPS를 기록하며 다시 한 번 기량을 증명한 뒤 다가오는 겨울 다시 FA 시장에 나서 장기 계약을 따내는 것이다. 밀워키에 남더라도 새 계약으로 남아야 한다. 현재 계약이 오래 유지될수록 호스킨스의 미래는 어두워지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긍정적인 요인은 있다. 새 홈구장 아메리칸패밀리 필드도 이전 홈구장인 시티즌스 뱅크 파크와 마찬가지로 타자 친화적 환경이라는 것. 그리고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뉴욕 메츠 등 부담스러운 상대들이 즐비했던 동부지구와 달리 내셔널리그 중부지구는 전체적인 전력이 약하고 그 중에서는 밀워키의 전력이 가장 강한 편이라는 점이다. 성적을 내기에는 전 소속팀 필라델피아보다 오히려 유리한 환경이다. 팀 전체가 받는 성적에 대한 압박감도 밀워키는 필라델피아보다 덜하다.
메이저리그를 떠들썩하게 만들며 데뷔했던 거포는 이제 새 환경에서 자신을 증명해야 하는 입장이 됐다. 과연 호스킨스가 올시즌 어떤 활약을 펼칠지 주목된다.(자료사진=리스 호스킨스)
뉴스엔 안형준 marka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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