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보고 온 거 아니다" 린가드 K리그 선택한 이유..."더 나은 출전 기회를 위해"
[스포티비뉴스=이민재 기자] 제시 린가드(31)가 한국으로 이적이 임박했다. FC서울 유니폼을 입을 가능성이 커졌다.
2일(한국시간) 영국 매체 '스카이스포츠'와 'BBC' 등 주요 매체들은 "린가드가 한국 프로축구 K리그 FC서울로 이적에 가까워졌다"라고 보도했다.
지난해 6월 노팅엄 포레스트와 결별한 린가드가 새 소속팀을 찾게 됐다. 유럽이나 사우디아라비아 등이 아닌 한국이란 새로운 무대를 선택했다.
'스카이스포츠'는 스카이스포츠는 "린가드는 FC서울과 기본 2년에 1년 연장 계약 옵션에 입단하기로 구두 합의했다"며 "린가드는 사우디아라비아, 튀르키예 팀들로부터 영입 제안을 받았지만 한국을 선택했다. 린가드는 새 출발을 원한다. 며칠 안에 출국해 계약을 마무리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스카이스포츠' 트랜스퍼토크 진행자는 "린가드는 FC서울이 아닌 다른 모든 구단의 이적 제안을 거절했다"고 강조했다.
2011년부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유니폼을 입은 린가드는 숱한 임대 생활을 지냈다. 가능성은 있지만 맨유 주전으로 올라서기엔 조금씩 모자랐다. 잠재력만 있었을 뿐 확실한 존재감은 아쉬웠다.
여러 구단으로 임대를 떠나야 했다. 레스터 시티, 버밍엄 시티, 브라이튼 앤 호비 알비온, 더비 카운티 등 여러 팀을 오가며 경험을 쌓았다. 맨유 1군 공식 데뷔는 2014-15시즌이었지만, 본격적으로 1군에 들어간 것은 그 다음 시즌부터다.
린가드는 뛰어난 재능으로 많은 관심과 기대감을 갖게 했다. 볼을 받기 위한 움직임, 동료와의 연계 플레이 능력이 훌륭했다. 하지만 그 외에 확실한 장점이 없는 소위 ‘작은 육각형’이라는 평을 받기도 했다.
가장 뛰어난 활약을 펼친 건 지난 2017-18시즌이다. 당시 총 48경기서 13골 7도움을 기록했다. 프리미어리그 33경기서 8골 6도움을 기록했는데, 선발로 20경기에 나서면서 팀 내 입지를 자랑했다.
이러한 활약을 통해 잉글랜드 국가대표에도 뽑혔다. 무려 32경기에 나섰다. 국제축구연맹(FIFA) 2018 러시아 월드컵까지 나섰다. 잉글랜드의 4강행을 이끄는 주역 중 한 명이었다. 잉글랜드가 치른 7경기 중 6경기에 린가드가 출전했고, 그중 4경기를 풀타임으로 소화했다. 이 과정에서 1골 2도움을 올렸다.
그러나 다시 린가드의 입지는 줄어들었다. 조금씩 출전 기회가 줄어들었고, 벤치에서 출전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지난 2020-21시즌 웨스트햄에서 선수 생활 터닝포인트를 세웠다. 임대로 팀을 옮기자마자 프리미어리그 16경기 9골 5도움으로 공격 재능이 폭발한 것이다. 기회를 얻자마자 존재감을 드러내면서 린가드가 폭발했다.
그러나 그뿐이었다. 맨유는 린가드를 완전 이적으로 떠나보내지 않았다. 그리고 그의 존재감을 다시 줄어들었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제이든 산초 등의 합류로 벤치를 지키는 시간이 많아졌다. 지난 2021-22시즌 그는 총 22경기서 2골 1도움에 그쳤고, 프리미어리그 16경기 중 선발 출전은 단 2경기에 그쳤다.
린가드는 맨유 시절 정신적인 스트레스로 힘겨운 나날을 보냈다고 고백했다. 그는 영국 매체 '디 애슬래틱'을 통해 "잠자리에 들기 전에 술을 마셨다. 고통을 없애고 나를 편안하게 할 무언가가 필요했다. 나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잊으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10배는 더 나빠졌다. 많은 고통을 받았다. 지쳐버렸다. 그럼에도 나는 경기를 준비해야 했다. 사람들이 모르는 일들을 겪고 있었다. 세상이 내 어깨 위에서 누르는 것 같았다"라고 고백했다.
그렇기 때문에 린가드의 새 출발은 의미가 있었다. 그는 맨유와 계약을 만료한 뒤 자유계약으로 이적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승격팀인 노팅엄 포레스트에서 확실한 출전 시간을 받기 위해 팀을 옮겼다. 1년 계약을 체결하면서 새롭게 출발했다. 웨스트햄 시절처럼 다시 한번 영향력을 드러내길 바랐다.
하지만 린가드의 활약은 없었다. 지난 2022-2023시즌 총 20경기서 2골 2도움에 그쳤다. 프리미어리그 17경기 중 12경기에 선발로 나섰지만 공격 포인트는 없었다. 프리미어리그 18라운드부터 38라운드까지 경기에 나선 건 총 3경기(60분)에 불과했다. 결국 노팅엄 포레스트는 린가드와 연장 계약을 체결하지 않기로 했다.
결국 그는 자유계약 신분이 됐다. 이적료가 없는 만큼 그를 노리는 구단이 많을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로 임대 시절 호흡이 좋았던 데이비드 모예스 감독의 웨스트햄이 행선지로 언급됐다. 스티븐 제라드 감독이 있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알 에티파크와 전지훈련 참가 계약을 맺기도 했다. 린가드가 연습경기에서 골을 넣으며 사우디아라비아 이적 얘기도 나돌았다. 프랑스 릴, 미국 복수의 팀들이 린가드를 영입하려 한다는 소식도 나왔다.
가장 유력한 행선지는 사우디아라비아였다. 그러나 리그 외국인 선수 제한이 문제가 됐다. 알이티파크를 비롯해 린가드에게 관심을 뒀던 구단들이 외국인 선수 제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서 린가드는 사우디아라비아 리그로 이적이 무산됐다.
웨스트햄은 린가드와 재회에 관심이 있었다. 그러나 린가드의 몸 상태가 좋지 않았다는 후문.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몸을 만들고 있었지만 웨스트햄이 원하는 수준이 아니었다고 한다. 린가드와 웨스트햄의 계약 체결은 없던 일이 됐다.
이후 뚜렷한 행선지가 결정나지 않았다. 가장 최근에는 역제안까지 했다. 바르셀로나로 가고 싶다는 의지였다. 린가드는 셀프 홍보에 나섰다. 자신의 소셜 미디어를 통해 훈련하는 모습을 정기적으로 공유했다. 영국 매체 '더 선'은 "린가드가 바르셀로나에 자기 자신을 영업했다. 바르셀로나는 재정적 페어플레이(FFP)로 1월 이적 시장이 제한될 예정이다"라고 보도했다.
바르셀로나는 재정적인 문제에 시달리고 있다. 1월 이적 시장에서 이적료를 쓰는 건 어렵다. 자유계약 선수인 린가드를 데려오는 건 가능하다. 구단과 선수 모두에게 윈윈이 될 수 있을 터. 린가드가 바르셀로나행을 원한 이유다.
그러나 이마저도 무산됐다. 이 매체는 "린가드는 바르셀로나에서 뛴다면 커리어를 다시 이어 가는 게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린가드의 바르셀로나행은 현실이 되지 않았다.
린가드는 소속팀을 찾고 싶었다. 에이전트를 해고하고 새로운 에이전트까지 고용했다. 축구 커리어를 이어 가겠다는 강한 의지였다. 그 결과 유럽이 아닌 한국 무대로 소속팀을 찾게 됐다.
린가드는 뛰어난 재능에도 성공적인 커리어를 이어 가지 못했다. 태도 논란과 부상, 컨디션 저하 등 문제가 발생하곤 했다. 지난해 9월에는 사고까지 쳤다. ‘더 선’은 “린가드가 20만 파운드(약 3억 2,000만 원) 상당의 람보르기니를 몰고 음주운전을 저질렀다”라고 전했다. 린가드는 5만 7,000파운드(약 9,300만 원)의 벌금을 부과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린가드의 이번 사건을 맡은 법정은 린가드에게 벌금 5만 7,000파운드와 18개월 운전 금지 처분을 내렸다. 린가드는 성명을 통해 “나의 실수를 인정하며, 용납할 수 없는 행동에 대해 공개적으로 사과하고 싶다”라고 알렸다.
그는 정신을 차리고 다시 축구 커리어를 이어 가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가 FC서울로 이적을 결심한 이유는 출전 시간 확보가 유력하다. 린가드는 지난해 6월 인터뷰에서 사우디아라비아로 이적 가능성을 묻는 말에 "모든 옵션을 고려하고 있다. 어떤 구단도 배제하지 않는다. 나에게 맞는 팀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결국엔 축구를 하고 싶을 뿐이다. 난 꾸준한 출전 시간을 원한다. 간절하다. 열심히 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럽에서 가치는 떨어졌지만 린가드는 여전히 재기를 꿈꾸고 있다. 역대 K리그를 놓고 보면 최고 수준의 외국선수가 합류하게 됐다. 영국에서도 린가드의 K리그행을 집중적으로 보도할 정도로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
FC서울도 린가드가 필요하다. 조영욱과 일류첸코, 윌리안 등이 있지만 나상호가 일본 J리그 마치다 젤비아로 이적하면서 빈틈이 생겼다. 공격형 미드필더와 윙어 등 여러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다재다능한 린가드가 공격진에 큰 힘을 보탤 것은 분명해 보인다.
린가드는 다음 주 안으로 한국에 입국할 예정이다. 서울에 도착해 메디컬 테스트를 받고, 입단 공식 발표까지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린가드의 높은 연봉이 걸림돌로 예상됐지만, 협상은 큰 문제 없이 빠르게 전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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