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2015년 亞컵 결승 아픔, 선수·사람으로 성장하는 계기"(종합)
패색 짙은 후반 추가시간, 적극적인 돌파로 PK 유도
2015년 호주대회 결승에서 호주에 당한 패배 설욕
[알와크라(카타르)·서울=뉴시스]김진엽 박지혁 기자 = 한국 축구의 주장 손흥민(토트넘)이 "모든 선수들이 칭찬 받을 자격이 있다"며 호주를 극적으로 꺾고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4강에 오른 소감을 전했다.
위르겐 클린스만(독일)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이 3일 오전 00시30분(한국시간) 카타르 알와크라의 알자누브 스타디움에서 열린 호주와 대회 8강전에서 연장 승부 끝에 손흥민의 역전 결승골에 힘입어 2-1로 승리했다.
손흥민은 0-1로 패색이 짙은 후반 추가시간인 49분 페널티박스에서 호주 수비수 3명을 데리고 돌파를 시도하다 거친 태클로 페널티킥을 유도했다. 키커로 나선 황희찬(울버햄튼)이 침착하게 동점골로 연결하며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 갔다.
마침표는 손흥민이 직접 찍었다. 연장 전반 14분 페널티박스 왼쪽 모서리에서 얻은 프리킥을 환상적인 오른발 감아차기로 연결해 호주의 골네트를 갈랐다.
한국 축구의 간판이자 주장답게 벼랑 끝에 몰린 클린스만호를 구했다.
손흥민은 경기 후, 중계방송사와 인터뷰에서 "이러한 승리는 원하는 바가 아니지만 승리해서 팀 분위기 올라갔다"며 "모든 선수들의 희생과 도전 정신에 감명을 받았다. 모두가 칭찬 받을 자격이 있다"고 말했다.
페널티킥을 얻은 장면에 대해선 "제가 할 수 있는 게 많이 없었는데, 선수들이 도움을 줬다. 힘들어하는 부분에서 제가 한번 모습을 보여야겠단 책임감이 있었다. 마지막 페널티박스를 들어가면서 상대 선수가 위협적인 태클을 했고, 노리고 들어갔다. 그래서 좋은 장면을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역전 결승골이 된 프리킥에 대해선 "이강인(파리 생제르맹)과 많은 얘기를 나누며 누가 찰지에 대해 얘기했다. 좋은 선택이었다"고 했다.
선수 대표로 기자회견에 참석하는 그는 "너무 어려운 경기였고, 퍼포먼스에 썩 만족하지 않지만 결과를 가져온 게 중요하다"며 "팀으로 좋은 결과를 얻어서 기쁘다. 준결승에 진출해서 기쁘다. 최종 목표(우승)를 이루기 위해 다음에도 좋은 경기를 보여주도록 하겠다"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페널티킥을 직접 얻었지만 황희찬에게 기회를 양보한 이유에 대해선 "제가 첫 번째 키커인 건 변함이 없다"면서도 "그 상황에서 피지컬적으로 힘들었고 황희찬 선수가 자신 있게 '자기가 차고 싶다'고 했다. 희찬 선수도 팀에서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누가 차느냐보다 골을 넣는 게 중요한데 골을 넣어 팀에 도움을 줘서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고 답했다.
한국은 요르단과 조별리그 2차전, 말레이시아와 3차전, 사우디아라비아와 16강전, 이날 경기까지 4경기 연속으로 후반 추가시간에 극장골을 터뜨리고 있다.
또 사우디와 16강전에 이어 2경기 연속으로 연장 승부를 펼쳤다. 쓰러질 듯 쓰러지지 않아 '좀비 축구'라는 별명이 생겼다.
이에 대해선 "어떤 축구를 해서 이기는 게 중요한 것 같다. '좀비 축구' 이런 걸 떠나서 팀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를 단단하게 만드는 계기인 것 같고. 이런 경기로 인해 상당히 믿음이 강해지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연장전에 가면 지치는데 우리 선수들은 끌까지 포기하지 않는다. 가장 큰 장점은 하나로 뭉쳐있는 것"이라고 더했다.
소속팀 토트넘의 엔제 포스테코글루 감독과는 문자를 통해 안부를 주고받는 중이다.
손흥민에게 이날 승리는 특별했다. 9년 전, 호주전을 통해 맛본 아픔이 있기 때문이다.
한국 축구는 2015년 호주 대회에서 준우승을 차지했다. 바로 이날 상대인 개최국 호주를 결승에서 만나 1-2로 석패했다.
당시 손흥민은 0-1로 뒤진 후반 추가시간 극적인 동점골을 터뜨려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 갔지만 끝내 웃지 못했다. 연장 전반 15분 제임스 트로이시에게 통한의 결승골을 허용했다.
9년 전, 눈물을 펑펑 쏟았던 손흥민은 맹활약을 펼치며 아픔을 씻었다.
그는 '호주에 복수했다고 생각하느냐'는 호주 취재진의 질문에 "복수라기보다 축구의 일부라고 생각한다. 2015년 당시 마음이 너무 아팠다. 좋은 기회를 놓쳐서 누구보다 마음이 아팠던 것 같다"고 기억했다.
그러면서도 "그런 경기, 경험으로 축구 선수, 사람으로 성장하는 계기가 됐다. 오늘 경기를 꼭 당시 패배 때문에 이기고 싶었다기보다 저와 팀이 생각하는 목표가 있기 때문에 이기고 싶었다. 그런 마음으로 경기에 임했다"고 했다.
2경기 연속 연장 승부에 따른 피로에 대해선 "축구를 하면서 이런 적은 없는 것 같다. 그래도 힘들다기보다 정신력으로 이겨야 하는 게 토너먼트의 묘미이고, 일부인 것 같다"며 "나라를 위해 뛰는데 힘들다는 건 핑계인 거 같다. 토너먼트에서 네 팀만 남아서 하나의 우승컵을 위해 싸운다. 어떤 핑계나 아픔도 필요 없이 오로지 한 가지 목표를 가지고 뛰어갈 예정이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한 가지 말씀드리고 싶은 게 있다. 경기에 뛰는 선수들이 상당히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오늘만큼은 벤치에서 경기에 나서지 못하는 선수들에게 관심을 보내주셨으면 좋겠다. 감사하다"며 빠져나갔다.
한편, 손흥민은 이날 한국 선수 통산 아시안컵 최다 17경기 출전을 기록했다. 이영표 전 대한축구협회 부회장(16경기)을 넘어섰다.
또 아시안컵 통산 7골째를 기록하며 최순호 수원FC 단장과 함께 한국 선수 아시안컵 최다골 공동 2위에 올랐다. 1위는 이동국(10골)이다.
한국의 준결승전 상대는 요르단이다. 조별리그에서 만나 2-2로 비겼다. 오는 7시 00시에 알라이얀의 아흐메디 빈 알리 스타디움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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