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자의 친절한 금융] 정부가 띄운 '밸류업'… '2600' 코스피, 박스권 탈출하나

이남의 기자 2024. 2. 3. 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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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가 전 거래일(2542.46)보다 16.94포인트(0.67%) 상승한 2559.40에 개장한 2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사진=뉴시스
새해 들어 부진을 거듭하던 코스피가 기지개를 켰다. 정부가 '코리아 디스카운팅' 해소를 위해 밸류업 프로그램을 추진하면서 증시를 끌어올린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지난달 31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한 가운데 박스권에 갇힌 코스피가 살아날지 관심이 쏠린다.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날 코스피는 외국인과 기관의 쌍끌이 매수세에 2600선을 돌파했다. 코스피 지수가 2600선을 넘어선 것은 종가 기준 지난 3일 이후 22거래일 만이다.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6.94포인트(0.67%) 상승한 2559.40에 개장했다. 이후 상승 폭을 확대하면서 장중 2601.38을 찍기도 했다. 전날 지수를 끌어 올린 것은 외국인과 기관이다.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1조1862억원, 5100억원 순매수했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도 대부분 '빨간불'이 켜졌다.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 대비 1.77% 오른 7만4900원에 거래됐다. 현대차와 기아도 각각 9.38%, 12.32%오름세를 나타냈다. NAVER와 카카오는 각각 8.40%, 6.83% 상승했다.


2월 코스피 전망 최고치 2650… 밸류업 프로그램 긍정적


증시 전문가들은 이달 코스피 예상 등락 범위(밴드)를 2400∼2600 정도로 제시했다. 코스피 전망 최고치는 2650이다. 키움증권은 2420∼2620 ▲KB증권 2360∼2540 ▲삼성증권 2400∼2650 ▲대신증권 2370∼2590 ▲한국투자증권 2400∼2600 ▲현대차증권 2400∼2570 등으로 내다봤다.

전문가들이 코스피 밴드 눈높이를 올린 이유는 정부가 띄운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다. 금융당국이 주가가 장부가보다 낮은 이른바 저주가순자산비율(PBR) 기업을 집중 관리한다고 밝히자 코스피지수는 지난달 17일을 기점으로 반등세가 뚜렷하다.

토지, 공장 등 자산이나 현금, 계열사 지분 등이 많은 기업은 급등하는 양상이다. 대표적인 종목군이 지주사다. 대기업과 금융사들은 잇따라 자사주 소각 및 배당 확대 계획을 내놔 시장의 호응을 얻고 있다. 하나금융지주는 30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소각한다고 밝혀 전날 7% 뛰었다.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은 다음달 하순 유가증권시장 전체 상장사와 코스닥 상장사 150곳에 적용된다. PBR 지표가 낮은 동시에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밝히지 않은 기업을 외부에 공표하겠다는 것이 제도의 골자다. 명단을 외부에 공개하는 이른바 '네이밍 앤드 셰이밍'(명단을 공개 거론해 압박하기) 전략이다.

하나증권은 삼성화재를 주간 선호 종목으로 꼽았다. 국내 상장사의 PBR은 세계 최저 수준이다. 현대차증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은행 업종(카카오뱅크 제외) PBR은 0.3배, 생명보험은 0.2배, 손해보험은 0.4배다. 모두 1배에 미치지 못한다.

안영준 하나증권 연구원은 "주주환원 확대 여력과 의지가 높은 기업이 이번 정책의 혜택을 볼 가능성이 크다"며 "주주환원 여력은 자사주 비중, 자본·실적 안정성으로 판단할 수 있으며 주주환원 의지는 최대주주 지분율로 가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정부 압박에 밀려 기업들이 'PBR 거품'을 키울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PBR을 단기간에 높이려면 자산을 매각하거나 자사주를 사들이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지만 그만큼 현금흐름이 나빠지고 투자 여력도 줄어들기 때문이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현재 주가 레벨은 바닥 수준에 있다고 판단하지만 본격적으로 상단이 열릴 시점은 실제 금리 인하 여부와 직결된 3월 FOMC, 1분기 기업 실적 프리뷰가 본격화되는 시점인 3월 말 이후가 될 것"이라며 " 저PBR 내에서도 옥석 가리기가 진행돼 이익 모멘텀과 현실성 높은 배당·자사주 모멘텀을 고려한 기계, 금융, 자동차, 필수 소비재 업종으로 대응하는 것을 추천한다"고 덧붙였다.

이남의 기자 namy85@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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