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 "거야 견제·586운동권 청산" vs 야 "정권 심판·검찰독재 청산"
여, 야 86 정치인 텃밭에 김경율·윤희숙 등 전면 배치
야 "검사독재 청산 더 중요…낡은 시대정신 사로잡혀"
[서울=뉴시스] 이승재 최영서 기자 = 4·10 총선이 두 달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표를 얻기 위한 여야의 '프레임 전쟁'이 가열되고 있다. 여당은 '거야 견제론'과 '운동권 심판론'을 내걸고 586세대(50대·80년대 학번·60년대생)를 겨냥한 이른바 '한동훈식 전략공천'으로 각을 세우는 중이다. 반면 야당은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법조계 출신이라는 점을 내세워 '검찰 독재 청산'을 외치고 있다. 여기에 집권 3년차를 맞은 윤석열 정부에 대한 심판론에도 힘을 싣는 중이다.
3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 지도부는 민주당 586 정치인들의 텃밭에 저격수를 배치하는 식으로 수도권 험지에서의 총선 구도를 잡아가고 있다.
가장 먼저 한 위원장은 정청래 의원을 '운동권 특권 정치를 상징하는 인물'로 꼽으면서, 해당 지역구인 서울 마포을에 김경율 비대위원 출마를 깜짝 발표한 바 있다.
최근에는 대표적인 운동권 인사인 임종석 전 문재인 대통령 비서실장이 출마를 준비 중인 서울 중·성동갑에 여권 경제통으로 불리는 윤희숙 전 의원이 출마를 선언했다.
한 위원장은 "임종석과 윤희숙, 누가 경제를 살릴 것 같나"라고 발언하면서, 윤 전 의원을 지원사격 한 바 있다.
윤 전 의원은 한 라디오에서 "운동권은 이미 탱자가 됐다. 저기는 탱자 부대고 임종석 선생은 탱자 부대장이었던 사람"이라며 "운동권이라서 매도하는 게 아니라 지금 시대에 정치를 못하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이외에도 서울 영등포을에는 박민식 전 국가보훈부 장관이 김민석 의원의 대항마로 출사표를 냈다. 서울 구로을에서는 태영호 의원이 윤건영 의원에게 도전장을 던졌다.
국민의힘 영입 인재인 호준석 대변인은 4선 중진 이인영 의원의 지역구인 서울 구로갑에서 출마를 준비 중이다.
한 위원장이 '운동권 청산은 시대정신'이라고 주장한 만큼 총선을 앞두고 계속해서 이를 더 선명히 부각하기 위한 행보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공천 과정에서도 당대표 입김이 강하게 작용될 것으로 보인다. 한심(韓心·한 위원장 의중)이 담긴 전략공천이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 위원장은 당 회의에서 "이번 총선은 경제와 민생 살리고 과거를 반성하며 정치개혁을 하겠다는 변화를 하려 몸부림을 치고, 절실함 갖고 국민 설득하고자 하는 우리 여당 선택할 것인가. 아니면 낡은 이념과 방탄을 목적으로 모든 것을 정략적으로만 해석하고 발목잡기 하는 운동권 야당을 선택할 것인가의 문제"라고 주장했다.
여당은 정책적인 면에서는 철도 지하화와 경기도 서울 메가시티론 등 수도권 민심 잡기에 주력하고 있다. 특히, 대통령을 보유한 집권여당이라는 이점을 활용해 야당과 달리 '실천 가능한 공약'을 제시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해오고 있다.
당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586 운동권 심판은 국민들이 판단할 문제이고, 그것만으로 가지는 않을 것"이라며 "기본적으로 전체 선거의 큰 화두는 격차 해소와 정치개혁"이라고 밝혔다.
이에 맞서 민주당은 운동권 청산보다 검사독재 청산이 시급하다는 주장을 펼쳐오고 있다.
이재명 대표는 얼마 전 신년 기자회견에서 "운동권 청산이니 자객공천 이런 얘기들이 있는 것 같은데, 사실 지금 청산해야 할 가장 중요한 과제는 검사독재"라고 말했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전날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한 위원장이 낡은 시대정신에 사로잡힌 것 같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그냥 정확하게 지금 그 사람이 뭐가 문제인지, 어떤 세력을 묶을 때는 그 세력이 어떤 세력이라든지 그걸 정확히 얘기하면 된다"며 "과거 얘기를 할 필요가 없는 게 (아니라) 이게 더 낡은 과거, 이념적 프레임"이라고 부연했다.
야권 내 586 정치인으로 분류되는 정치인들도 목소리를 내고 있다.
임 전 비서실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86 운동권 청산을 주장하는 것은 자유다. 매일 매일 나를 욕보이는 것도 좋다"며 "그런데 30년 전으로 후퇴하고 있는 민생경제, 외교참사, 안보위기, 김건희 특검법 등 켜켜이 쌓인 국민의 물음에 최소한의 답이라도 내놓으면서 이념 놀이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정권 심판론'에 힘이 실리는 결과들이 이어지는 점도 민주당 입장에서는 긍정적이다.
여론조사기관 한국갤럽이 지난 1월30일부터 2월1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0명에게 '윤석열 대통령이 현재 대통령으로서의 직무를 잘 수행하고 있다고 보는가'를 물은 결과 29%가 긍정 평가했다.
지지율이 30% 아래로 떨어진 것은 9개월 만이다. 국정 운영 부정 평가 이유는 '경제·민생·물가'(19%), '모름·응답거절(13%)', '소통미흡(11%)' 순이다. 또한 '김건희 여사 문제(5%)' '거부권 행사(5%)' 등도 부정 평가 사유로 꼽혔다.
이번 조사는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 무작위 추출된 표본을 상대로 전화조사원 인터뷰(CATI) 방식으로 진행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3.1%p, 응답률은 12.7%다.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한국갤럽 홈페이지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공감언론 뉴시스 russa@newsis.com, youngagai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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