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살바도르 부켈레, 재선 유력…폭력배 때려잡으며 '독재의 길'?

이재림 2024. 2. 3. 0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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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4일 대선…'연임금지 무시' 출마 강행, 70~80% 압도적 지지
범죄와의 전쟁으로 큰 인기…공정성 논란에 선거 후폭풍 가능성
'선글라스 쓴 부켈레' 벽화 (산살바도르 AFP=연합뉴스) 1일(현지시간) 엘살바도르 수도 산살바도르에 선글라스를 쓴 부켈래 대통령의 벽화가 보인다. 2024.2.3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중미 엘살바도르를 이끄는 자칭 '독재자' 나이브 부켈레(42)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치러지는 대선에서 재선을 눈앞에 두고 있다.

강력한 갱단 척결 정책에 환호하는 국민 지지를 등에 업은 그는 연임 금지 헌법 조항, 선거인 명부 부실, 전자투표 업체 부정 입찰 의혹 등 각종 논란을 친(親) 정부 입법·사법부 '엄호'로 피하면서, 과거 독재 정치로 비판받은 중남미 여타 지도자와 흡사한 길을 걷고 있다는 비판도 동시에 받고 있다.

2022년 6월 국회에서 연설하는 부켈레 대통령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대항마 없어…부켈레, 결선 없이 당선 확정 전망

엘살바도르 선거당국 홈페이지와 여당인 '누에바이데아스'(새로운 생각) 소셜미디어 등을 종합하면 이번 대선에는 모두 6명이 출사표를 던졌다.

이중 부켈레 대통령은 지난달 20일 발표된 CID-갤럽 공동 여론조사에서 79%대 지지율을 기록해, 각각 1∼4%대에 그친 나머지 후보들을 압도했다. 다른 5명 지지율은 모두 합쳐도 10% 초반이다.

지난해 11월부터 공식적으로 공표된 지지율 여론조사에서도 부켈레 대통령은 지지율에서 다른 후보를 크게 앞섰다. 조사업체 '푼다웅고'에서 지난달 17일께 발표한 56.0%가 그중 가장 낮은 수치다.

디아리오 엘살바도르를 비롯한 엘살바도르 언론은 부켈레 대통령 재선을 거의 확신하는 현지 분위기를 연일 보도하고 있다.

이 나라 대선에서는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를 하면 결선 없이 곧바로 당선이 확정된다.

외국 거주자를 포함한 전체 유권자 수는 712만861명(엘살바도르 선거당국 집계 기준)이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선거 운동하는 부켈레 지지자 [산살바도르 로이터=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연임 금지 헌법 '우회'…선거 공정성 논란도

국민적 지지 현상과는 달리 부켈레 대통령의 재선 도전은 각종 논란 속에 진행됐다. 이 나라 헌법에서 5년 임기의 대통령 연임을 금지하고 있어서다.

현지 일간지인 디아리오 엘살바도르는 "6개월 이상 대통령으로 재임한 사람은 10년 이내에 다시 출마할 수 없도록 규정돼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부켈레 대통령은 2021년 대법원 헌법재판부의 "재선은 가능하다"는, 논란이 제기되고 있는 유권 해석을 발판 삼아 권력 연장에 나섰다.

임기 만료 6개월 전 휴직이라는 '눈 가리고 아웅' 같은 우회 전략도 한몫했다.

여대야소의 국회는 선거 1년 전 투·개표 관련 규칙 변경을 금지하는 선거법 조항을 폐지해, 투표용지에 후보 얼굴을 인쇄할 수 있도록 하는 등 그의 재선 가도를 도왔다.

견제 없는 사실상 무소불위의 영향력을 확보한 부켈레 대통령의 권위주의적 통치 방식은 니카라과(다니엘 오르테가)와 베네수엘라(니콜라스 마두로) 등 이른바 '독재 정권'으로 비난받는 중남미 여타 국가와 비교되기도 한다.

과거 볼리비아(에보 모랄레스)나 에콰도르(라파엘 코레아)처럼, 일단 민주적 방식으로 대통령에 선출된 뒤 국민적 지지를 바탕으로 다른 기관을 장악하는 방법으로 권력 기반을 공고히 구축하는 경향도 보인다.

이런 가운데 이번 대선은 선거 공정성을 훼손할 수 있는 요소도 다분하다고 현지 매체는 전했다.

선거인 명부에 외국 거주 유권자 명단이 제대로 파악되지 않은 점, 현 상태라면 참관인 없이 기표가 가능한 점, 공공 조달법을 무시한 전자투표 시스템 담당 업체 선정 의혹 등이 그 대표적 사례다.

웃옷 벗은 채 대기 중인 엘살바도르 수감자들 [엘살바도르 대통령실 제공.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나는 독재자"…비트코인 투자로 주목받기도

2017년 신당인 '누에바이데아스'(새로운 생각) 창당 후 돌풍을 일으키며 2019년 대선에서 당선된 부켈레 대통령은 강도 높은 '범죄와의 전쟁'과 부패 척결 추진을 바탕으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정책 효과는 믿기 어려울 정도다. 2015년 인구 10만명당 105.2건에 달했던 엘살바도르 살인율은 지난해 2.4건으로 크게 떨어졌다.

에콰도르, 온두라스, 과테말라 등 만성적인 치안 불안에 허덕이는 주변국은 부켈레식 치안 정책을 벤치마킹하는 상황이다.

다만, 이 과정에서 구금 중 사망과 고문, 무고한 일반인에 대한 무분별한 체포, 영장 없는 가택 수색 등 인권 침해를 문제 삼는 비판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게 나온다.

이에 대해 그는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 자기 소개란에 '독재자'라고 써 놓으며, 냉소적인 방식으로 대응하는 괴짜 면모도 숨기지 않고 있다.

부켈레 대통령은 세계에서 처음으로 가상화폐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채택하는 한편 국고로 이 코인에 투자하는 등 '튀는 행보'로도 잘 알려져 있다.

wald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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