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4강 진출] 역시 손흥민, 9년 만의 '리벤지 성공'...요르단과 재격돌
3일 2023 카타르 아시안컵 8강 호주전 연장 14분 프리킥 역전골
90+6분 황희찬 동점골 이어 2-1 역전승...7일 요르단과 4강전
[더팩트 | 박순규 기자] 복수 만큼 짜릿한 감정이 있을까. 결국 9년 만의 리벤지에 성공했다. '캡틴' 손흥민이 극적인 프리킥 역전골을 성공시키며 한국을 4강으로 이끌었다. 9년 만의 '리벤지 매치' 승리를 부르는 환상적 프리킥골로 한국에 짜릿한 2-1 역전승을 안겼다. 경기 종료 직전 황희찬의 드라마 같은 동점골에 이은 손흥민의 프리킥 골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한국 축구의 집념과 투혼을 보여주는 '반전 드라마'로 금요일 밤을 보낸 한국팬들을 행복하게 했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3일 오전 0시 30분 카타르 알와크라의 알자눕 스타디움(관중 수용규모 44,325명)에서 열린 호주와 2023 AFC(아시아축구연맹) 카타르 아시안컵 8강전 2경기에서 0-1로 끌려가던 후반 추가시간(90+6분) 종료 1분을 남기고 황희찬이 극적 동점골을 터뜨린 데 이어 연장 전반 14분 손흥민의 환상적인 프리킥 역전골을 앞세워 2-1로 승리했다.
이로써 한국은 9년 전인 2015년 대회 결승에서 연장 접전 끝에 호주에 1-2로 패한 아쉬움을 9년 만에 설욕했다. 경기 진행 과정도 당시와 같았으며 단지 승자와 패자만 바뀌었다. 토너먼트 2경기 연속 연장전을 펼치며 승리를 거둔 한국은 조별리그에서 한 차례 격돌한 요르단과 오는 7일 오전 0시 4강전을 펼쳐 64년 만의 우승 도전을 이어가게 된다.
경기 종료 1분 전, 황희찬이 또 한국의 극적인 추가시간 동점골을 터뜨렸다. 우세한 경기를 펼치고도 0-1로 끌려가던 한국은 후반 추가시간 7분 가운데 1분을 남기고 황희찬이 페널티킥을 성공하면서 승부를 연장으로 몰고갔다. 손흥민이 페널티 박스 왼쪽을 돌파하는 과정에서 페널티킥을 얻어내자 황희찬은 자신이 차겠다는 강한 의지로 볼을 먼저 잡은 뒤 강한 오른발 슛으로 호주의 왼쪽 골문을 뚫으며 '반전 드라마'의 개봉을 알렸다.
9년 전 아시안컵 결승전에서 당한 패배를 설욕하기 위해 나선 한국 축구는 황희찬을 처음 선발 명단에 올려 손흥민 이강인 조규성과 함께 '리벤지 매치'의 선봉에 내세웠으나 전반 42분 선제골을 내주면서 차질을 빚는 듯했다. 하지만 9년 전과 마찬가지로 경기 종료 직전 한국의 동점골이 터졌다. 당시에는 손흥민이 터뜨렸으나 이번에는 손흥민이 페널티킥 파울을 얻어내고 황희찬이 극적 동점골을 성공시키며 1-1의 균형을 이룬 가운데 연장에 돌입했다.
한국은 이번 대회 90분 이후에만 4골째를 기록하는 투혼으로 64년 만의 우승 집념을 불태우고 있다. 요르단과 조별리그 E조 2차전에서 1-2로 패색이 짙던 후반 추가시간 황인범의 슛으로 상대 자책골을 끌어냈으며 말레이시아와 3차전에선 손흥민이 후반 추가시간(90+4분) 페널티킥 골을 터뜨렸다.
16강 토너먼트에서도 한국은 사우디 아라비아와 16강전에서 0-1로 끌려가던 후반 추가시간(90+9분) 조규성의 동점골로 승부를 원점으로 돌린 뒤 승부차기에서 4-2 승리를 거둬 8강에 올랐다. 8강전에서도 한국은 반전 드라마를 이어갔다. '늪 축구'로 유명한 호주에 후반 추가 시간 동점골과 연장 역전 결승골로 대회 첫 2실점을 안기며 집으로 돌려보냈다.
한국의 '캡틴' 손흥민은 다시 한번 존재감을 보였다. 두 번의 눈물과 실패는 없다는 듯 연장 전반의 프리킥을 그 누구도 손을 쓸 수 없는 환상적 역전골로 장식했다. 한국의 2골 모두를 손흥민이 끌어냈다. 황희찬이 돌파 과정에서 얻어낸 페널티 에어리어 왼쪽의 프리킥을 손흥민이 키커로 나서 특유의 오른발 감아차기로 호주의 왼쪽 골망을 흔들었다.
호주는 페널티 에어리어 왼쪽 모서리 부근에서 얻어낸 한국의 프리킥을 막기 위해 2m의 장신 해리 수타를 비롯한 장신 선수들이 벽을 만들고 오른쪽 골문을 골키퍼 매튜 라이언이 지켰으나 손흥민의 예리한 프리킥은 그 좁은 틈을 뚫고 왼쪽 골문을 면돗날처럼 갈랐다.
아쉬움도 있었다. 4-2-3-1 전형을 가동한 한국은 전반 볼 점유율에서 70%-30%로 앞서면서도 전체 슛에서 0-6, 유효 슛에서 0-2로 밀리며 리드를 당했다. 전반 32분 이강인의 전환패스에 이은 설영우~황희찬으로 이어진 연계플레이로 선제골을 터뜨리는가 싶었으나 설영우가 오프사이드 판정을 받았다. 이 골이 오프사이드로 판정되면서 한국은 전반 단 한 차례의 슛도 하지 못한 것으로 기록됐다.
제공권에 약한 모습을 보이면서도 지속적인 사이드 크로스나 코너킥은 별다른 위협 상황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후반 초반에는 선수들이 위치를 찾지 못해 위험천만한 상황을 보였으나 골키퍼 조현우의 선방으로 위기를 넘겼다. 사우디 아라비아와 16강전에서 두 차례의 승부차기 선방을 보여준 조현우는 이날도 오픈 플레이 상황에서 세 차례 이상의 슈퍼 세이브를 펼치며 한국의 역전 발판을 만들었다.
또 수비의 핵을 이룬 김민재가 후반 추가시간 경고를 받아 경고 2회 누적으로 요르단과 4강전을 뛸 수 없게 됐다. 황희찬이 연장 전반 추가시간에 살인적 태클을 당해 그라운드에 쓰러진 것도 남은 경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변수로 보인다. 황희찬에게 태클을 한 에이든 오닐은 레드카드를 받아 퇴장당했다.
이번 대회 4경기에서 단 1실점만 기록한 호주의 '늪 축구'는 점유율을 내주면서도 득점 기회를 내주지 않는 단단한 수비로 한국 공격수들의 발목을 붙잡았으나 결국 한국의 '중꺾마(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 정신 앞에 설욕을 당하고 말았다.
한국은 호주와 역대 전적에서 9승 11무 9패로 균형을 맞췄다. 아시안컵에서는 2승 1무 1패로 앞서나갔다. 한국의 클린스만호는 지난해 9월 사우디 아라비아전 1-0 승리 이후 11경기 연속 무패 행진(8승 3무)을 이어가고 있다.
한편, 앞서 벌어진 8강전 1경기에서 '중동의 복병' 요르단은 역사적 진군을 거듭하던 타지키스탄의 돌풍을 1-0으로 잠재우며 사상 첫 4강 진출에 성공했다. 후반 21분 상대 자책골에 힘입어 4강에 선착한 요르단은 주 공격수 올완과 주전 수비수 알아잘린이 경고 2회 누적으로 한국과 재대결에 결장하게 돼 전력에 차질을 빚게 됐다. 한국과 요르단은 E조 2차전에서 2-2로 비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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