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줄이 ELS 판매 중단하는 은행들…왜?
손실규모 커 추가 피해 방지 및 상황 파악 차원
홍콩 ELS 손실 사태가 겉잡을 수 없이 커지며 은행권이 숨죽이고 있다. 우리은행을 제외한 시중은행들은 모든 ELS 상품의 판매를 중단했고, 금융당국은 관련 제도 개선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은행들이 무리한 영업을 하지 않았는지 살피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당분간 은행들 사이에서 ELS를 찾아보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달 우리은행을 제외한 시중은행들은 전체 ELS 상품에 대한 판매를 중단했다. 앞서 11월 홍콩 ELS 상품의 피해가 가시화하자 해당 상품 판매를 중지한데 이은 조치다.
NH농협은행이 가장 먼저 행동에 나섰다. 농협은행은 지난해 10월 원금보장형의 파생결합사채(ELB)를 제외한 모든 ELS 상품 판매를 중단했다. 이어 지난달 29일 하나은행이 비예금상품위원회를 열고 ELS 상품을 취급하지 않기로 했다.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도 같은 결정을 내렸다.
시중은행들이 앞다퉈 모든 ELS 상품을 거둔데는 홍콩H지수의 지속적인 하락에 따라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어서다. 일단 올해 상반기에만 10조2000억원의 만기가 다가오고 있다. 최대 6조원 가까이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6일 기준 국민·신한·하나·농협 등 4대 은행에서 판매한 홍콩H지수 ELS 만기 손실액은 3121억원으로 집계됐다. 확정 만기 손실률은 53% 수준으로 원금이 반토막 난 상태다. 은행별로는 국민은행이 전체 판매금액 15조9000억원의 절반이 넘는 8조원을 팔았으며, 신한은행(2조4000억원), NH농협은행(2조2000억원), 하나은행(2조원) 등의 순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손실 규모가 크다보니 은행 차원에서도 추가 피해를 방지하고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부득이하게 (중지) 조치를 내릴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의 "제도개선을 검토할 것"이란 압박 역시 부담이 된 것으로 보인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전날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홍콩H지수 ELS 사태와 관련해 "금융감독원의 검사 결과가 나오면 관련 제도 개선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금감원은 지난달부터 홍콩H지수 ELS 주요 판매사인 은행, 증권사 12곳에 대해 현장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은행에서 ELS를 판매하는 것을 중단해야 한다"고 질의하자 "상당 부분 개인적으로 공감한다"고 했다.
은행의 고위험 투자상품 판매를 중단해야 한다는 주장은 닾서 2019년 독일 국채금리 연계 DLF 사태 때도 공론화된 바 있다. 그러나 은행들의 반발이 있었고 금융당국도 판매를 허용했다.
다만 이번 사태에 이르러서는 금융당국의 의지가 당시보다 강하다는 인식이 지배적인 것으로 보인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DLF 사태 때도 같은 논의가 이뤄졌지만 지금은 당국의 규제 의지가 더 강하다. 은행들로서는 이러한 분위기를 감안해 선제적으로 고위험 투자상품 판매를 중단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은행들이 ELS 상품 판매를 전면 중단하면 비이자이익이 줄면서 이자이익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 것이란 예상이다. 은행들은 자산운용사가 여러 ELS 상품을 묶어 신탁상품을 만들면 이를 대행해 판매해왔다. ELS 상품 판매를 전면 중단하면 비이자이익인 수수료 수익이 필연적으로 줄어들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은행의 이익은 이자이익과 비이자이익으로 구분된다. 그간 금융당국은 은행의 '이자장사'를 비판하며 비이자이익 강화를 주문해온 바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신탁판매가 비이자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아 이번 사태로 이자이익 의존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지만, 당분간 은행이 신탁수수료를 기대하기 힘든만큼 다른 통로를 찾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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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박초롱 기자 pcr@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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