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혼’ 손흥민, 환상의 프리킥…연장 역전골로 4강행

아시아컵 8강 호주전 2-1 승
손흥민의 환상 프리킥 결승골

손흥민이 2일(현지시각)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8강전 호주와 경기에서 연장 프리킥 결승골을 터트린 뒤 기뻐하고 있다. 도하/연합뉴스

투혼을 불사른 손흥민의 연장 역전 결승골. 그 통렬한 ‘한 방’이 클린스만호를 4강에 올렸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이 3일(한국시각) 카타르 알와크라의 알자눕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아시안컵 8강 호주와의 경기에서 90분간 1-1로 비긴 뒤, 연장 결승골로 2-1로 이겼다.

한국은 7일 요르단과 결승 티켓을 놓고 4강전을 벌인다.

이날 호주와의 대결은 한국 특유의 투혼과 막판 뒷심이 빛난 또 한번의 역전극으로 남게 됐다. 사우디와의 16강전 승부차기 혈투 이후 체력적으로 힘든 상태에서, 한국은 호주의 장신 선수들을 무너뜨렸다. 그리고 그 선봉엔 손흥민이 있었다.

클린스만 감독은 이날 스트라이커 조규성(미트윌란)을 최전방에 배치하고, 손흥민(토트넘)과 황희찬(울버햄프턴), 이강인(파리 생제르맹)을 공격에 가담시킨 4-2-3-1 전형으로 나섰다. 황인범(즈베즈다)과 박용우(알아인)가 중원에 포진했고, 포백 수비라인은 설영우, 김영권(이상 울산), 김민재(뮌헨), 김태환(전북)이 구성했다. 조현우(울산)가 골키퍼 장갑을 꼈다.

손흥민(7번)이 2일(현지시각) 열린 아시안컵 호주와 8강전 경기를 마친 뒤 쓰러져 있다. 도하/연합뉴스

한국은 전반 빌드업과 점유율 축구로 우위를 점했다. 호주는 큰 체격과 힘을 앞세운 고공 축구로 한국의 골문을 위협했다.

한국은 비교적 몸상태가 좋은 황희찬이 손흥민이나 김영권의 패스를 받아, 근접슛을 시도하는 등 공격을 주도했다. 호주도 뒤지지 않고 수비 공백이 보이면 정면을 파고들면서 한국의 문지기 조현우를 향해 위협적인 슈팅으로 맞받아쳤다.

한국은 전반 31분 설영우의 돌파와 패스에 이은 황희찬의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으나 설영우의 오프사이드가 지적되면서 무효가 되면서 아쉬움을 삼켰다.

호주는 간헐적으로 한국의 골문 앞으로 파고들었고, 전반 41분 선제골로 앞서가며 기세를 탔다. 한국 수비진의 패스를 잘라낸 호주는 세밀한 패스로 한국 수비진을 흔들었고, 크레이드 구드윈이 발리슛으로 조현우도 막을 수 없는 골망 구석을 뚫었다.

후반전은 한국의 반격이 거셌다. 손흥민의 질주, 이강인의 코너킥, 설영우와 황희찬의 돌파 뒤 컷백을 통한 슈팅 등 다양한 방식으로 호주의 골문을 두드렸다. 조현우는 이 와중에 이뤄진 호주의 반격과 이어진 일대일 상황에서 온몸으로 상대의 슈팅을 두 차례 연속 막아내며 최후의 보루 구실을 했다.

황희찬이 2일(현지시각) 열린 아시안컵 8강전 호주와 경기에서 돌파하고 있다. 도하/연합뉴스

한국의 공격진도 힘을 내며 득점포를 노렸지만 좀처럼 결정적 기회를 잡지 못했다. 단순한 크로스는 제공권을 장악한 호주 선수들의 고공 장벽을 통과하지 못했다. 후반 34분께 이재성이 공을 좇아 골키퍼 앞까지 돌진했지만 공을 터치하지 못했다.

시간은 흘러 후반 추가시간 7분이 주어졌고, 한국은 다급해졌다. 추가시간 5분께 손흥민이 골지역 측면에서 상대 수비수 3명을 제치며 동점골의 기폭제가 된 페널티킥 반칙을 얻어냈다. 키커로 나선 황희찬은 정확한 킥으로 골망을 세차게 흔들었고, 경기는 1-1 원점으로 돌아왔다.

연장전은 손흥민의 시간이었다. 손흥민은 연장 전반 13분 황희찬이 얻어낸 아크 옆 프리킥 기회를, 절묘한 감아차기로 골대 안으로 넣었고, 이것이 승패를 가른 결승골이 됐다. 2015년 아시안컵 결승에서 호주에 당했던 패배의 아픔을 손흥민은 이날 결승골로 어느 정도 해소했다. 클린스만 감독도 펄쩍펄쩍 뛰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도하/연합뉴스

호주는 연장 전반 막판 무리한 반칙으로 한 명이 퇴장당했고, 수적 우위를 누린 한국은 연장 후반 공을 관리하며 주도권을 잃지 않은 채 경기를 마무리하며 최후에 웃었다.

손흥민은 체력이 고갈된 듯 연장 후반에는 중원에서 패스를 연결하는 등 수비쪽에 중점을 두며 뛰었다. 경기 뒤에는 너무 힘들었는지 그라운드에 쓰러지듯 엎드리기도 했다. 이날 경기의 치열함을 방증하는 장면이었다.

<3일 전적>

한국 2(0-1 1-0 <연장> 1-0 0-0)1 호주

득점 크레이그 구드윈(전42분·호주) 황희찬(후51분·PK) 손흥민(연전 14분·이상 한국)

김창금 선임기자 kimc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