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양승태 전 대법원장 무죄에 항소한 검찰, 그래야 했나
서울중앙지검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에게 무죄를 선고한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장을 제출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지난달 26일 이른바 ‘사법행정권 남용’ 사건 1심에서 혐의 47건 모두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 정도의 ‘100% 무죄’ 판결은 흔치 않은 일이다. 그런데도 검찰은 “사법행정권의 범위와 직권남용 법리에 관해 1심 법원과 견해 차가 크고, 관련 사건의 기존 법원 판단과도 상이한 점이 있다”며 항소한 것이다.
이 사건은 애초부터 “정치적 목적을 위한 무리한 수사·기소”라는 지적을 받았다. 법원이 지난 2017~2018년 세 차례 자체 조사를 벌여 문제 삼기 어렵다고 결론을 내린 사안이었다. 그런데 2018년 9월 문재인 전 대통령이 “반드시 의혹을 규명하라”고 하자 김명수 전 대법원장이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호응하면서 본격 수사가 이루어졌다. 수사는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과 한동훈 3차장이 주도했다. 이 수사로 고초를 겪은 사람은 한둘이 아니다.
양 전 대법원장을 무려 47건의 혐의로 기소한 것부터 정상이라고 할 수 없다. 대법원장 한 사람이 어떻게 47개의 잘못을 한꺼번에 범하나. 기소 4년 11개월 만에 나온 결론은 혐의 47개 중 단 하나도 유죄로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검찰은 항소 이전에 이 사건을 근본부터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
검찰이 항소해도 양 전 대법원장의 무죄가 유죄로 뒤바뀔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는 것이 법조계 중론이다. 이전 관련 재판에서 “대법원장이 다른 판사의 재판에 개입할 직권이 아예 없기 때문에 직권남용이 성립할 수 없다”는 대법원 확정 판결이 수차례 나왔기 때문이다. 사실관계가 명백하거나 신속한 피해 회복이 필요한 경우 검찰이 항소를 포기한 전례가 없는 것도 아니다. 검찰이 항소심에서 유죄 입증을 위해 치열하게 다툴 생각은 없다는 얘기도 들린다. 그렇다면 잘못을 인정하기 싫어 형식적으로 항소를 한 것인가. 그로 인한 고통과 낭비는 생각하지 않나.
정권과 검찰의 무리한 수사와 기소로 너무나 많은 사람이 고통을 당하고 사회적 혼란도 적지 않았다. 사법부 독립도 큰 상처를 입었다. 그런데도 1심 선고가 났지만 모두가 침묵했다. 거의 모든 일에 나서는 국민의힘과 민주당도 입을 닫았다.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최소한 문 전 대통령과 김 전 대법원장, 윤 대통령과 한 비대위원장은 유감 표명 한마디라도 했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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