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 연봉, 한국보다 3배 잘사는 노르웨이보다 많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국회의원은 우리 국민 중위소득에 해당하는 액수를 세비로 받자”고 제안하자 찬반 논란이 뜨겁다. 찬성 측에서는 국회의원들의 ‘생산성’을 문제 삼는다. 의원들이 하는 일에 비해 과도한 보수와 혜택을 받고 있기 때문에 이를 줄이는 게 ‘정치 개혁’이라는 것이다. 반대 측에서는 “정치 혐오에 기댄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한다. 의원이 일을 제대로 하도록 감시와 견제를 해야지 무조건 보수를 깎는 게 능사는 아니라는 것이다.
◇중위소득만큼 받으면 연봉 8800만원 삭감
먼저 세비는 법적 개념이 아니다. 정확히는 의원들은 법에 따라 수당과 여비 등을 받게 돼 있는데, 이를 합해 세비라고 칭할 뿐이다. 일반인들의 연봉과 같은 개념이다.
올해 국회의원 연봉은 지난해보다 1.7% 인상된 1억5700만원이다. 여야가 중대재해법 등 민생 법안은 통과시키지 못하면서 자신들의 월급은 때맞춰 올렸다는 비판이 나왔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올해 4인 가구 기준 중위소득은 월 573만원으로, 연봉으로 환산하면 6876만원이다. 한 위원장 말대로 의원 연봉을 중위소득에 맞춘다면 올해 연봉에서 약 8824만원을 깎아야 한다.
이 정도 폭으로 의원 연봉을 삭감하려면 법을 바꿔야 한다. 현행법은 국회의장이 ‘공무원 보수의 조정 비율 범위에서’ 수당 등을 조정할 수 있을 뿐이다. 국회사무처는 “올해 의원 연봉도 공무원 보수가 인상된 비율(1.7%)만큼 올렸다”고 했다. 의원이 자진해서 연봉을 반납할 규정도 없다.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으로 구속된 윤관석 의원 등에게도 보수는 계속 지급되고 있다.
◇연봉 외에 비용 지원도 커
우리나라 국회의원들의 연봉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상위권이다. 서울대 행정대학원이 회원국 34국 중 한국과 비교 가능한 27국만 따져본 결과에 따르면, 한국 의원 연봉은 1인당 국내총생산(GDP)의 5.27배로 일본(5.66배)과 이탈리아(5.47배)에 이어 셋째로 많았다. 논문을 작성한 서울대 임도빈 교수는 “2015년 기준 계산이지만 현재와 비교해도 크게 변한 건 없다”고 했다.
실제로 미국 의원이 받는 연봉은 2009년 이후 현재까지 17만4000달러(약 2억3046만원)로 고정돼 있다. 금융 위기 때부터 의회가 고통 분담 차원에서 매년 세비 동결 법안을 통과시켰다. 일본 의회는 코로나 유행에 따른 고통을 분담하겠다는 취지로 2021년과 2022년 세비 20%를 자진 삭감했다.
북유럽 선진국의 경우에는 국민소득에 비해 의원 연봉이 특히 낮은 편이다. 노르웨이는 1인당 GDP가 우리의 3배 수준인 10만달러에 달하지만 연봉은 2022년 기준 1억3195만원이다. 국민소득이 6만달러가 넘는 덴마크는 같은 해 1억3542만원이었고, 국민소득 5만달러가 넘는 스웨덴은 1억971만원이었다. 2022년 한국의 국회의원 연봉(1억5426만원)보다 북유럽 선진국의 의원 연봉이 적은 것이다.
세비를 깎아야 한다는 측에서는 연봉뿐만 아니라 국회에서 따로 지원받는 금액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의원 한 명당 출장비 등을 포함한 1억1276만원의 지원금을 포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의원들은 공무 수행 출장비 1141만원, ‘입법 및 정책 개발비’ 2546만원, ‘정책 자료 발간비 및 홍보물 유인비’ 1200만원, ‘의정 안내 문자메시지 발송료’ 700만원 등을 매년 받고 있다. 연봉 1억5700만원과 지원금 1억1276만원을 합치면 국회의원 한 명당 2억6976만원의 비용이 지출되는 셈이다. 보좌 직원 인건비로도 연간 5억원가량이 지원된다.
◇연봉 삭감 주장 많았지만, 실현 안 돼
의원 연봉 삭감 주장은 해마다 나오고 있지만 지금까지 실현되지 못했다. 한동훈 위원장은 2일 이와 관련, “중위소득 가지고 못 살겠다 하는 분, 중위소득으로 세비 받는 걸 만족하지 못하는 분은 애당초 여기(국회)에 오면 안 되는 분”이라고 했다. 그러나 국회 관계자는 “한 위원장의 주장은 정치 혐오에 기댄 포퓰리즘적인 측면이 있다”며 “삼권분립의 한 축인 입법부를 ‘없어도 되는 존재’로 생각하게 만들 수 있다”고 했다.
☞중위소득
중위소득이란 가구 소득의 중위(중앙)값으로, 전국 가구를 소득 기준으로 1등부터 꼴찌까지 줄 세웠을 경우 정중앙에 위치한 가구의 소득을 말한다. 모든 가구의 총소득을 전체 가구 숫자로 나눈 ‘평균소득’보다 낮은 경향이 있다. 일부 고소득 가구가 평균값을 끌어올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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