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대통령 설 선물 ‘십자가 그림’ 논란에… 한센협회 “상처받은 분 생겨 안타깝다”
한국한센복지협회장은 2일 윤석열 대통령 부부의 설 선물 논란에 대해 “소록도 한센인들의 그림 속 십자가로 상처받는 분들이 생긴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며 불교계를 향해 오해를 풀어달라고 했다. 소록도에만 살다 보니 소록도 문화재를 그림에 담은 것뿐이라는 취지다. 윤 대통령이 각계에 보낸 설 선물 상자 포장에 한센인들이 그린 십자가와 교회, 성당 등의 그림이 포함돼 불교계 일각에서 반발이 나왔었다.
한국한센복지협회는 이날 ‘대통령 설 선물 그림 관련 한센인들의 바람과 마음’이라는 제목의 편지를 대통령실로 보냈다. 김인권 한센복지협회장은 2일 본지 통화에서 “소외된 한센인들 삶에 대통령 명절 선물을 통해 관심을 가져준 건 처음”이라며 “본의 아니게 다른 논란으로 번진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에 편지를 보내게 됐다”고 했다. 김 회장은 서울대병원 레지던트 시기였던 1977년 소록도에서 한센인들을 돌본 것을 계기로 40년 넘게 한센인들 곁을 지켰다.
협회는 편지에서 “소록도 근처 문화재를 담은 그림이 다른 분들에게는 또 하나의 편견으로 보였나 보다”라며 “과거 6·25 전쟁 등으로 우리나라 경제와 문화가 암흑 속에 있을 때, 한센인들은 오갈 데 없는 처지에 있었고 소록도에 자리를 잡아 근근이 버텨 나갈 수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림 속 십자가는 배고픔과 외로움을 채우고 버틸 수 있게 하는 지팡이였고, 누군가가 내밀어 준 구원의 손길 같은 것이었다”라고 했다.
협회는 “대통령실에서 관심을 가져준 덕분에 한센인들 이야기가 세상 밖으로 퍼져 나가 한센인들도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더 이상 소외되고 외면당하지 않아도 된다는 희망을 주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대통령실은 올해 설 명절을 앞두고 ‘따뜻한 나눔 문화 확산’을 대통령 선물 콘셉트로 정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명절 선물에는 해마다 시대상이나 국정 철학이 담기기 마련”이라고 했다. 대통령실은 제복 영웅·유가족, 사회적 배려 계층 외에도 나눔 실천 대상자들에게도 선물을 보내기로 했다. 또 한센인들에 대한 편견을 극복하고 그들을 응원하는 마음을 담기 위해 국립소록도병원 측과 접촉해 입원 환자들 미술 작품을 소개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한센인들이 소록도의 풍경과 생활상을 그린 그림이 선물 상자에 담겼다.
이 선물 상자는 불교계 인사들에게도 똑같이 전달됐다. 하지만 불교계에서는 ‘종교 편향’이라며 반발이 나왔다. 이관섭 대통령 비서실장은 지난 1일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을 직접 찾아 사과했다.
이에 대해 한국한센복지협회는 “사회적으로 배척되었던 소록도 주민들과 모든 한센인의 간절한 바람은 대통령실 설 선물 그림으로 인해 자신들이 당했던 편견과 오해가 생기는 것이 아니라 서로 이해하는 행복한 설날을 맞이하는 것, 그 하나일 것”이라고 했다. 협회는 또 “한센인들의 삶에 관심을 가져주셔서 그 온기가 추위를 밀어내고 한센인뿐 아니라 사회적 취약 계층에게 따스함이 전달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편지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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